“내가 왜 여태 이런 것도 모르고 글을 썼지?”
유안진 시인이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수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입던 옷 그대로 고무신 끌고 찾아가 차 한 잔 마시면서 스스럼없이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 하나 사귀면 좋겠다―이런 내용인 줄로 기억합니다.
100% 공감합니다. 나도 이런 친구 사귀고 싶습니다. 여기다 욕심 하나 덧붙이고 싶습니다. 모처럼 글 한 편을 썼는데, 이 글을 읽고 장단점을 스스럼없이 콕 찔러 비판해 줄 수 있는 사람 하나 사귀고 싶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도 경험해 보셨지요? 어떤 글이든 그 속에는 숨어 박힌 거스러미가 있습니다. 생각해서 지적해 주면 “너나 잘하세요.” 발끈 성을 냅니다. 이 무안하고 민망한 사안을 너그럽게 보듬어 주는 책이 있습니다. 김창완 시인이 엮은 《이 책 읽기 전에 글 쓰지 마라》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왜 여태 이런 것도 모르고 글을 썼지?” 하는 충격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글 고쳐쓰기 작업은 글쓰기의 시작이자 종결입니다. 글 고쳐쓰기 요령은 한 번 배워 평생 써먹습니다. 저자 김창완 시인은 글 고쳐쓰기에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 시대 최강의 달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 읽기 전에 글 쓰지 마라》는 꼭 만나고 싶은 우리 시대 마지막 귀인입니다.
--2024년 10월 04일 페이스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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