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바위 탑
--- 이름 없는 모래섬
휩쓸고 지나가는 푸른 파도
끝없는 바다 한가운데
떠오르는 모래섬 하나를,
언젠가는
소리 없이 흘러버릴 너에게
이름 없이 떠도는 풀씨를
하나하나 심고 싶었다
약속 없는 사람을 기다리며
가슴속에 조약돌 하나 매만지며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거리며,
서로 닮은 한 쌍을
풀꽃 피는 모래섬에
황혼이 깃든 기둥바위 탑 한 쌍을
세운다고,
두루미 1.
--- 구도(求道)하는
잔물결에 귀를 적시며
긴 다리로 돌머리에 선 채
밀려오는 티끌을 흘려보내며
파란 하늘만 지켜보는 너
구도(求道)하는 사람들처럼
긴 목줄을 끄덕이면서
속세간에 풀 수 없는 짐들도
이제는 알 것 같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개를 푸덕거리며
어리석은 속세간을 내던지고
푸른 허공으로 사라지는 너
아침마다 실개천 안갯길을
말없이 시적거리는 그를,
투명한 잔물결만 지켜보는
그 시선을,
마주 보기도 힘들다고,
두루미 2.
--- 먼 산그늘만
오 무 영
먼동이 트면
실개천을 휘돌아
어슴푸레한 물가에 날개를 접는
너
세상 유혹은 다 뿌리치고
하염없이 허공을 유영하면서
오순도순 숨 쉬는 오두막을
기웃거리며,
새벽녘이면
아낙네들 물길으러 오는 냇물에
그 긴 다리를 담그고
피라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걸,
먼 산 그늘만 바라보고 있는 너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