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최고 남편 1순위는?
<수필> 문하 정영인
일본의 오가와 유리라는 은퇴 전문가가 말하기를,
“은퇴 후 최고로 인기 있는 남편은 싹싹한 남편도, 요리 잘하는 남편도, 아내 말 잘 들어주는 남편도 아닌 ‘집에 없는 남편’이랍니다.
부인 입장에선 남편이 돈이 되든 안 되든 퇴직 후에도 일을 찾아 밖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거죠.” 퇴직 후에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노인은 자신이 유용한 존재라고 느끼는 노인보다 일찍 숨질 가능성이 3배 높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퇴직 후 자신의 고독과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남자들에겐 자신을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제2의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서울의대 어느 교수는 은퇴 후 세 가지 ‘3관(三關)’에 충실해야 한다고 합니다.
첫째가 ‘관절(關節)’이라고 합니다. 허리가 무릎 관절이 고장
나면 우리가 움직일 수 가 없습니다.
둘째가 ‘관계(關係)’라고 말합니다. 가족 관계, 친구 관계, 사회관계 등이 원만해야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가 ‘관심사(關心事)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일거리가 돈이 되든 안 되든 간에
늙어서도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사람과 친한 지인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교직에서 은퇴했습니다. 그런데 남편 분이 한 마디로 말해서 운동복 입고 TV 끼고 집안에서만 맴도는 도리뱅뱅이 성격입니다.
일명 ‘삼식이’인 셈입니다. 견디다 못해 그 부인이 밖으로 나오길 자주 합니다.
다들 일거리가 없다고 합니다. 일자리 하면 돈이 되는 일만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계급장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내가 누구였는데, 이 나이에 내가 등 눈높이만
맞춘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틈새가 많을 것입니다.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 만나서 산책 후 점심 먹을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 친구처럼 현직에서 하고 싶어도 못했던 일들을 평생 학원에 가서 열심히 소일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지인 부부는 은퇴 후, 카메라 둘러메고 방방곡곡 자연을 벗 삼아 야생화를 찍습니다. 그 영상을 음악과 편집하여 우리에게 멋지고 아름다운 동영상을 보내줍니다.
자기에 적당한 소일거리는 찾아보면 많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두 번 친구들과 만나 산책하고서 점심 먹고, 1번은 외손녀에게 한문 가르치러 가고, 1번쯤은 수목원에 가 보고….
후반 인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시기입니다. 자랄 때는 부모님 말을 잘
따라야 하고,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 말씀을 잘 따라야 합니다.
회사 다닐 때는 회사 방침을 잘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후반 인생에는 무엇보다 나의 소신이 중요합니다.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보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다’ 라고 믿는 소신이 필요합니다. 아주 소소한 일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어찌 보면 자기 인생의 황금 시기인 것입니다.
하기야, 우수개소리로, 어렸을 때는 엄마라는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하고, 결혼해서는 아내라는 여자의 말 잘 들어야 하고,
늙어서는 딸이란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 더 첨가하면 운전할 때는 내비게이션에서 나긋나긋하게
안내해주는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답니다. 사녀(四女)의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드시길….
적어도 한 끼는 나와서 먹는 용기를 가지기 바랍니다.
여자들은 이식(二食)이나 영식(零食)이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24시간 그 얼굴을 마주 보고 산다는 것도 지겨울 것입니다.
거기다가 삼식이(三食)까지 합치면 아내는 ‘까불지마라’라고
경고할 것입니다. (까-스불 조심해라, 불-조심해라, 지-갑이나
지-퍼 잘 단속해라, 마-누라 생각해라, 라- 면 끓여 먹어라)
성공적인 제2의 삶은 바로 ‘이것’입니다.
덧붙인다면, 제발 여자를 위해 지갑 좀 여세요.
하기야, 돈지갑이나 돈통장은 여자 수중에 있지만….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