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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 그릇

작성자김성남|작성시간23.01.22|조회수68 목록 댓글 0


<수필> 떡국 한 그릇 

-文霞 鄭永仁-

올해도 어김없이 떡국 한 그릇 먹는다.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한다.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의 증명이다. 우스갯소리로 떡국 두 그릇 먹으면 두 살 먹는다고도 한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은 우리의 세시풍습(歲時風習) 중에 하나다. 설날이 되면 대부분의 집에서는 떡살을 담가 떡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을 뽑는다. 가래떡이 꾸들꾸들 해지면 떡을 보름달처럼 떡첨을 썬다. 지금에야 다 기계가 해주기도 한다. 긴 가래떡은 장수를, 둥글게 썬 떡첨은 동전 모양 부를 상징하기도 한다고 한다.


떡국의 색깔은 흰색이다.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하듯이 한민족을 대표하는 색깔이다. 백일 때 먹는 백설기(白雪-), 흰가래떡, 태극기의 흰 바탕, 하양 무명옷 등‘ 흰색은 모든 색을 반사해서 생기는 색이다. 모든 색을 반사한다는 것은 모든 색을 받아드린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나오는 오색 떡국은 마음에 퍽 차지 않는다.




하얀 눈이 내린 설날, 하얀 백자 그릇에다 하얀 떡국을 담아 먹는다. 하얀 동침이나 하얀 백김치와 함께…. 복잡다단했던 지난해를 넘기고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백지 위에 새해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백지상태의 종이에다 새해를 마음대로 그려보는 의미로 말이다. 하얀 마음, 정결한 마음으로 한 해를 잘 준비하기 위해 흰 떡국을 먹는 것이 아닌가 한다.




따끈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저 꿀떡꿀떡 목구멍으로 넘어 갑니다. 꾸득하게 굳은 가래떡을 화롯불에 구워 먹던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유년시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보물창고입니다.


신정(新正)에 한 그릇, 구정에 또 한 그릇을 먹으니 벌써 두 살이나 먹게 됩니다. 아무리 만나이로 바꾼다곤 하지만 나는 나이 계산을 우리 식대로 합니다. 집에 나이, 세는 나이, 만 나이, 애먼 나이 …. 우리 딸은 12월에 태어나서 며칠 지나 2살을 먹기도 했습니다. 하기야, 나이는 안 먹을래야 안 먹을 수 없습니다. 그나저나 나잇값을 해야 하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시간은 자꾸 줄여가는 것 같습니다.


하얀 떡국 위에 곱게 부친 오방색 지단을 올린 것을 보면 한 폭의 그림입니다.


올해도 떡국 한 그릇을 먹습니다. 한 살 더 먹습니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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