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단청 같은 문화예요
서양 아이들에게 해를 그리라고 하면
오렌지 빛 아니면, 고흐의 그 태양처럼
노랗게 그린대요
청천백일기 밑에서 살아온
중국 아이들에게 해를 그리라고 하면
하얗게 그린대요
그러나 한국 아이들을 보고 해를 그리라고 하면
옛날 궁궐 임금님이 앉아 있던 정청의 병풍 일월도처럼
빨갛게 빨갛게 그린대요
문화는 설명할 수 없지만,
입맛처럼, 어머니가 담근 장맛처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피의 세포 속에 몇 천 년 몇 만 년 전해 내려온
유전자의 DNA처럼 우리 몸속에 배어 있어요
문화는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전하는 것,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을 닮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닮는 것이지요
구한말, 몇 백 년 내려온 조선조의 궁궐 안에도,
가마가 자동차로 변하는 개화의 바람이
모든 것을 서양 것으로 바꾸었을 때에도,
그것만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지요
봉황과 단청과 일월도 같은 상징물들은
그 옛날500년 그대로 남아 있었지요
몸은 편한 것을 좇아서 가지만,
마음은 불편해도 정이 있는 것을 따라가지요
어머니는 아이들의 문화예요
봉황새 같은, 단청 같은,
그리고 빨갛게 그려놓은 일월도 같은.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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