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풍경
아파트 나서면
기역자 도로가 나온다
엄마가 제일 먼저
여행용 손잡이 가방을 끈다
그 뒤로 예닐곱살 아들이
여행용 손잡이 가방을 끌고
신바람 나게 엄마 뒤를 쫓는다
아직 동이 트려면 먼데
공항버스도 아직 운행 안하는데
에구, 아빠는 어디 갔나
그 순간
아빠가 여행용 손잡이 가방 끌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벅 걷는다
엄마와 아들은 벌써 저기
100m 전방에 가고 있는 데
전혀 바쁜 내색이 없다
왜 그럴까?
가기 싫은가 보다
요즘 여름휴가비가 천정부지이다.
콘도 하룻밤 사오십이다
좀 맛집 먹거리는 일인당 십만원이다
하루 백만원
삼박사일이면 3백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저렇게 어깨가 축 처져
고삐 잡힌 황소 걸음으로 뒤쫓나 보다
하는 순간
할머니가 여행용 손잡이 가방을 끌고 나오다
아하
국내 여름 휴가는 아니다
차 타지 않고
각자 가방을 끌고 가는 게
어디 외국 여행 가나 보다
할머니는 지친 걸음이다
늙어보면 안다
뭐니 뭐니 해도
내 집이 제일 편안 한 걸
그러나
아파트 구조 공간에서
홀시모 뫼시는 며느리는
요즘 세태에선 효부 이다.
싫어도 화안 표정 짓고
천냥빚 갚는 말 한마디 하소
며눌아
이 늙은 할미도 외국여행 데려가 주니
세상에 복 터졌다
살아생전 시에미 봉양한 거
내 저승가면
너 잘 되라고 힘껏 도와주마
고맙다, 에미야
정말 고맙구나.
2024.08.06. 청해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