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조
주황빛 깃털을 닮은 꽃잎 틈새로
시린 계절의 숨결이 스며드네
망각의 강을 건너지 못한 채
박제된 시간 속에 오롯이 서서
그대라는 먼 지평선만 바라보네
바람이 살을 에며 스쳐 지나도
뿌리내린 대지는 흔들림 없고
기억의 심연 속에 가라앉은
그대 음성을 독백처럼 되뇌이며
남겨진 자의 침묵을 견뎌내네
서리 낀 창가에 흐려진 서약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연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지라도
내 안의 나침반은 오직 한 곳을 향해
영원에 안긴 극락조처럼
배신을 모르는 고결한 날개로
세월의 풍화 속에서도 시들지 않을
그 영롱한 기다림을 피우려니
바래지 않는 서정으로 그대를 맞으리
찰나의 스침이 낙인이 되어
가슴속 깊이 아로새겨진 흔적
천 년의 고독이 밀려와도
이 자리를 지키는 굳건한 서약
마침내 안개가 걷히는 날
날개를 펴고 그대 품으로
영원한 기다림의 끝에서
찬란히 사라지리
*화려하지만 꺾이지 않는 고결함을 지닌
‘극락조화’의 외형과 ‘영원히 배신 없는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서정적으로 시각화하고자 했습니다.
흔한 이별의 슬픔이나 원망 대신,
세월의 풍화와 고독 속에서도 한 대상을 향해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밀도 높은 문학적 표현으로 담아내려는 의도로 썼습니다.
2026. 06. 16 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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