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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야(耳鼻爺)

작성자石普(송유장)|작성시간17.01.07|조회수89 목록 댓글 0

울면 이비야(耳鼻爺)가 잡아간다.

                                                                                                                                                   

                                                                                          

어린아이가 울면 어른들은 "이비야가 잡아간다"는 말로 겁을 준다. 어린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못 하게 할 때도 '이비!' 또는 '애비!'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비' 또는 '이비야'는 임진왜란 때 만들어진 말이다. 그냥 생각하듯 아버지가 무섭게 야단친다는 뜻이 아니다.

임진왜란 때 전라도 남원성과 전주성 전투가 치열하였다. 당시 왜병들은 자신들의 전공(戰功)을 뽐내기 위하여 조선 사람만 보면 코를 베고 귀를 잘라갔다. 그래서 수천 수만 조선 사람의 코와 귀를 베어 소금에 절여서 상자에 담아 일본에 가져갔다. 지금도 일본에는 그 때 가져갔던 조선 사람의 코와 귀를 묻은 코무덤과 귀무덤이 남아 있다.

왜병들은 죽은 사람의 코뿐만 아니라 산 사람의 코까지 베어 가는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이를 갓 낳은 집에 금줄을 끊고 들어가 산부의 코는 물론이고 갓난아이의 코까지 잘라간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당시 전라도 사람들은 왜병을 '코 베어 가고 귀 떼어 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비야(耳鼻爺)'라고 불렀다. 이()는 귀, 비()는 코, 야()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이비야가 온다'고만 하면 울던 아이도 무서워서 울음을 뚝 그쳤다. 이후로 이비야는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를 나타내는 뜻이 되었다.

이비야 이야기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온 일본 승려 케이넨(慶念)이 쓴 일기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에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도 일본 순경을 '이비야'라고 하였고, 일본 순경이 오면 '이비야가 잡으러 온다'고 하였다. 지금은 뜻 모르고 쓰는 말이 되었지만,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해 주는 말이다.

코무덤
임진왜란 때 가져간 조선 사람의 코를 묻은 코무덤이다. 교토 도요쿠니[豊國] 신사 앞에 있다.

《조선일일기》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는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 전투에 종군하였던 일본 승려 케이넨(慶念)이 1년 동안 목격한 전쟁 상황을 기록한 일기이다. 왜병이 조선 사람의 코를 베어 가는 등 임진왜란의 참상이 상세히 적혀 있다. 다음은 그중 한 대목이다.



들도 산도 섬도 죄다 불태우고, 사람마저 쳐 죽인다. 산 사람은 쇠줄과 대나무로 목을 묶어서 끌고 간다. 어버이는 자식 걱정에 발을 구르고 자식은 부모를 찾아 헤매는 비참한 모습을 난생 처음 보게 되었다.

들도 산도 불지르는 데 혈안이 된 무사들의 소리가 시끄러워
마치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비참한 광경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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