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1.daumcdn.net/cafe_image/mobile/bizboard_placeholder.jpg)
http://m.blog.daum.net/wooson/11
지난 일주일은 정신없이 바빴다.
북경에서 학회를 하느라 10일이나 학교를 비웠기 때문에
다시 돌아와서는 새롭게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지난 학기에 너무 수업을 많이 들어 좀 힘들었다 생각이 되어
수업을 대폭 줄이려고 하였으나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다시 의욕이 앞서
지난 학기와 거의 비슷하게 15과목을 신청해서 30시간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금요일에 있을 일본어 시험을 준비하느라 밤늦도록 공부를 했다.
금요일날 그런대로 시험을 치르고 잘 난 뒤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민단사무실에 들렀는데 행사일정표에 이번 일요일에 미미즈카(耳塚), 즉 귀무덤에서
민단차원의 위령제를 거행한다는 표시가 있었다.
미미즈카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조선인들의 코와 귀를 베어서
도요토미히데요시에게 진상하였던 것을 모아서 무덤으로 만든 것이다.
그들에게는 전쟁의 전리품이었겠지만 우리에게는 슬픈 역사의 흔적이다.
그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거행되는 위령제인지라 참석하고픈 마음이 일었다.
일요일 아침, 그간의 피로가 덜 풀려서인지 몸이 조금 무거웠지만
그래도 자전거에 올라타 미미즈카를 향해서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집에서 약 8키로 정도의 거리인지라 자전거로도 약 40분 정도는 걸렸다.
도착해보니 막 위령제를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1. 교토 민단단장의 개회인사로 위령제는 시작되고...
2.계단 아래에는 위패와 제상이 차려져 있다
3. 오사카 총영사의 인사말
4. 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있다
5. 일본측을 대표한 교토조형예술대학 교수의 희생자들에 대한 명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인사말
6. 재일동포 여성의 헌화
7. 위령제가 시작됨에 따라 제주와 부제주의 절이 있고
8. '유세차'로 시작되는 조문의 낭독이 있고
9. 제주가 술을 따르고 절을 하고 있다
10. 교토 국제학원의 학생들의 위령의 시 낭송이 있고
11. 돗자리를 치우고 분향대를 차리고 있다
12. 차례대로 분향을 하고 있다.
13.나도 분향을 하기위해 줄을 설 때 앞 사람들의 모습을 찍다
14. 납시를 하고 난 뒤에
15. 지방을 불살음으로써 위령제는 막을 내린다
약 1시간 정도의 귀무덤 위령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임진왜란때부터 시작된 일본의 조선에 대한 침략야욕은
평화로웠던 우리나라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아름다운 문화유산들은 이 시기에 대부분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조상들의 코와 귀는 무참히 잘려져 이곳 교토의 한쪽 구석에 묻혔다.
그로부터 300여년이 지나서 그들은 근대화에 먼저 성공하여
결국 우리나라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었고 우리는 수치와 고통을 겪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식민지배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동포들이 있어
그나마 조상들의 아픈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조상들의 명복을 빌면서도 참으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한일합방이 있은 지 10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강국이다.
한일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많은 한국인들은 과거사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측은 항상 일본측에게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요구를 하지만
일본은 늘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진정한 반성은 하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 한국인들은 무의식적으로 항상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한일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일본인들은 냉정하게 대처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너무 격렬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들은 거리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고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욕설을 휘갈긴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렇지만 일본에 와서 더욱 크게 느끼는 것은
우리의 일본에 대한 대처방식은 너무 감정적 차원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우리의 집단무의식 속에 있는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사람보다 필요이상의 반응을 보인다.
언제까지나 그런 트라우마에 사로잡혀있을 것인가?
이제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좀 더 차분한 대처방식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우리는 일본을 좀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좀 더 철처하게 알아야 하고
그리고 배워야 할 부분이 있으면 고개를 숙이고 배워야 한다.
그들을 욕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올 한 해 좀 편안하게 쉬려는 마음으로 일본에 왔다가 생각을 바꾸어
지금은 거의 미친듯이 일본을 공부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 때문이다.
일본,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으면 참으로 좋은 일이지만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다시 당하지 않도록 정신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토에서 너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