致祭文(치제문) 제사에 올리는 제문 1833년 癸巳 正月 純祖(순조)
- 八甫 譯 -
國王遣侍臣禮曹正郞李虔愚致祭于金海表忠祠(국왕견시신예조정랑이건우치제우김해표충사)
국왕께서 신하 예조정랑 이건우를 보내시어 김해 표충사의 제사를 올리게 하셨다.
惟靈匹士(유령필사) 아! 영령께서는 필부의 선비이시니
疏遠于國(소원우국) 나라에는 소원할 것임에도
克全天彛(극전천이) 하늘의 본성을 온전히 이기시어
扶植綱常(부식강상) 강상의 도리를 일으키고 심으셨도다.
嶪嶪金官(업업금관) 우뚝이 높은 김해성에
島夷猖獗(도이창궐) 섬 오랑캐가 미쳐 날뛰니
一二同心(일이동심) 한 분과 또 두 분이 한마음으로
投身矢石(투신시석) 화살과 돌이 빗발치는 속에 몸을 던지셨도다.
視死如歸(시사여귀) 죽음보기를 고향에 돌아가듯 여김은
心存社稷(심존사직) 마음이 사직을 지키는데 있었음이라!
贈爵表勳(증작표훈) 표덕한 공훈으로 벼슬도 내리셨으나
先祖惻怛(선조측달) 열성조께서도 애석히 여기셨던 바이로다.
同堂躋享(동당제향) 같은 사당에서 제사를 올리는데
一體三卓(일체삼탁) 한 몸같이 세분이 뛰어나셨도다!
揭示東史(게시동사) 우리역사에 높이 들어 알리셨으니
短兵勞伐(단병노벌) 열세의 병력으로 힘써 물리친 것이로다.
義辨熊魚(의변웅어) 의는 熊魚를 가리듯 의를 취하고
不計功業(불계공업) 공이나 업적은 염두에도 없었으니
大嶺以南(대령이남) 우리나라의 큰 고개 이남에서
名高朱雀(명고주작) 그 이름이 남방의 신 주작처럼 높도다.
日星昭森(일성소삼) 해처럼 밝고 별처럼 빽빽하여
光載竹帛(광재죽백) 오래도록 역사에 남아 빛나리라!
歆我牲酒(흠아생주) 올리는 나의 술과 고기를 흠향하사
格斯告實(격사고실) 이와 같이 바른 사실을 고하노라.
註) 이 글은 삼충신을 기리는 진례 신안의 송담서원 표충사 제사에 순조임금께서 내리는 제물과 함께 직접 그들의 충혼을 위로하는 제문을 지어 보낸 시적 문장인데 과문한 이 八甫의 견해로도 그 내용과 구성이 가히 천하 명문이다.
해석은 순전이 이 八甫의 주해임을 밝히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와 같이 다소 난해한 부분만 덧붙인다.
혹 다른 견해가 있다면 겸허히 받들 것임을 밝히는 바이며 제현의 많은 질정을 바란다.
1. 克全天彛(극전천이): 천이(天彛)는 즉 하늘의 본성이다. 순절한 영령들이 필부와 같은 선비라서 대개 또는 전부 나라의 일들에 소원(등한)한 법인데 이 세분의 충신들은 사람들의 그런 본성들을 온전히 극복하고 강상의 도리를 밝히는 충신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2. 一二同心(일이동심): 한 사람과 또 두 사람이 한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 대목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구절이다. 잘 알다시피 순절 시 이자여금임자량(二子如今任自量)에서 二子가 그대들 둘이냐? 아니면 두 아들이냐를 가려주는 중요한 대목인 것이다.
다른 주해에서는 세 사람이 한 마음이라 했는데 말은 같으나 의미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세 사람이 한 마음이면 그냥 三人同心하면 끝난다. 굳이 一二同心이라 할 필요가 없다.그래서 다른 것이다. 앞 구절부터 쭉 이어 설명하면 우뚝이 높은 김해성에 섬 오랑캐들이 창궐하여 앞에 한사람하고 뒤에 두 사람이 한 마음이 되어 돌과 화살이 빗발치는 곳에서 몸을 던졌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이미 순조임금께서도 우리 참판공께서 먼저 가곡에서 독향(獨享)을 올린 사실과 증작(贈爵)의 선후 및 경중 또 일의 전말과 순절 시까지 여러 사정을 정확히 꿰뚫고 계셨다고 보는 것이 틀림없다.
이 八甫가 누누이 강조해온 二子의 진의(眞意)가 두 아들이 아니라는 또 다른 결정적 증거인 것이다.
3. 視死如歸(시사여귀): 죽음보기를 고향에 돌아가듯 여기는 것은 사직을 지키기 위함이니 앞의 열성조께서도 벼슬도 내리셨지만 측은이 여기시고 애석해 했다는 내용이다.
4. 短兵勞伐(단병노벌): 이 대목은 세분이 한 몸처럼 모두 뛰어나 한 사당에서 제사를 받드는데 당시 군세가 아주 열세인데도 불구하고 힘써 적을 토벌해 역사에 그 행적을 드러내었다는 뜻이다. 단병(短兵)은 단병접전과 같이 열세인데도 불구하고 용감히 맞붙어 싸우는 것을 의미한다.
5. 義辨熊魚(의변웅어): 의(義)를 가림에 있어 곰 발바닥과 물고기는 다 같이 맛난 것이지만 둘 중 하나라면 그래도 먼저 곰을 취한다는 것이며 그러면서도 공훈은 아예 계획에 없었으니 나라의 남쪽(문경세제이남)에서 그 명성이 남방의 신 주작(朱雀)과 같이 신처럼 높다고 추켜세우고 있다.
웅어(熊魚)는 곰의 발바닥과 물고기로서 다 같이 맛난 음식이다. 그러나 둘 다 취하지 못할 때는 곰 발바닥을 먼저 취한다는 고사.(義를 선택할 때 비유로 자주 인용되는데 熊은 死, 魚는 生의 의미로 이미 의를 취하자고 한다면 당연히 죽음을 취한다는 뜻)
주작(朱雀)은 사방을 지키는 신 가운데 남방의 신이며 현무(玄武)는 북방의 신이다.
6. 光載竹帛(광재죽백): 죽백(竹帛)은 죽간과 백서로 오래된 문서 즉 역사다. 그들의 이름이 해와 별처럼 오래도록 역사에 남아 빛을 발할 것이라 외치며 결론 짖고 임금께서 직접 준비한 술과 고기를 흠향하시라는 말씀과 함께 이 내용들이 바른 사실임을 고하며 끝을 맺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치제문은 참판공의 순절 시와 함께 우리가문의 영원한 보배인 것이다.
나는 우리 청암공께서 1603년 정시(庭試)에서 아깝게 낙방하시고 선조께서 직접 불러 하사하신 대학권질이 멸실된 것을 두고 늘 애석해 하던 터였으나 순조임금의 이 치제문을 본 이후부터는 그나마 위안이었다.
나라의 임금님이 제사에 직접 시문을 지어 보낸 사례는 흔하지 않다. 특히 이런 대 명문에서겠는가?
2014.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