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무명용사들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월간 "자유마당" 2021년 6월호 게재)

작성자장군|작성시간21.08.05|조회수163 목록 댓글 0

잊혀진 무명용사들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송유창(행정학박사, 한국보훈학회 부회장, 병무청 자체평가위원)

 

  매년 우리가 맞이하게 되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30년을 넘게 현역에 근무한 동기생들이 해마다 현충일(6월 6일) 2-3일 전날이 되면, 전후방 각지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청춘을 바치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기생들을 기리기 위해 동작동 현충원에 모인다. 현충원에 들어서 때 마다, 나는 이 세상의 그 어떤 위대한 사람들보다 여기 이 자리에서 쉬고 있는 호국영령(護國英靈)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숭고하게 희생하신 그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삶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월이 되면 우리 공무원들은 가슴에 ‘호국보훈’ 리본과 뱃지를 달고 근무한다. 나라사랑 이벤트라 하여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표방하고도 있다. 호곡영령들의 국가에 대한 희생과 헌신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런 행사를 매년 갖고있다.

  그러나 이런 행사는 국민들에게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보훈의 의미를 마음속으로 진정 일깨우는 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보여 진다. 사실상 오늘날 대부분의 보훈대상자들이 노년층에 해당되기 때문에 젊은 세대와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즉 기성세대인 보훈대상자들은 자신들의 희생에 대해 국가가 소홀하게 대한다고 인식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노인들이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우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세대 간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적인 보훈정책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많은 학자들과 관계자들이 행하는 민·관 보훈관련 세미나와 정책토론회에서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우리보훈정책의 문제점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국가보훈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또 공헌해 온 훈공(勳功)에 대하여 국가가 보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의 보상은 과거에 발생한 일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이면서, 그와 동시에 미래에 그와 같은 공훈과 희생을 끌어낼 수 있는 동기유발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기에 보훈정책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과거의 많은 우리나라 보훈정책의 문제점 중에서 우리 스스로가 개선하고 보훈정책에 반영되어야 하는 사안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과거에 비해 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와 제도, 정책 등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보훈정책은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다.

  먼저 이념이나 정권의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보훈정책은 근절되어야 한다. 이념적으로 보면일제 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들에 대한 처벌과 청산이 없는 가운데, 한국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어가 국가수립과정에서 공존을 허용하지 않는 적대적 정서를 낳았다. 그리고 한반도 분단으로 인한 남북한 간의 계속된 냉전체제가 현재의 남남갈등을 몰고 왔다. 이어 군사정권하에서 강하게 형성된 반공 이념은 반공문화와 반민족주의적 문화와 타협관계가 아닌 구조적인 갈등관계를 조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남북분단으로 인한 이념대립은 독립유공자 포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정권별로 달라지는 대북정책에 따라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보다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자신의 선호에 따라 옹호하거나 비판함으로써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대립을 조장하였다. 독립유공자의 공적심사 경우를 보면, 1962년 첫 포상 당시에는 내각 사무처에서 맡았다. 이후 국사편찬위원회와 원호처 등을 거쳐서 현재는 국가보훈처 산하 ‘보훈심사위원회’가 맡고 있다. 이렇게 주무부처가 바뀌는 동안 독립유공자의 심사를 둘러싸고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그 이유는 부실한 조사와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친일전력자 포상과 가짜 독립유공자, 타인의 공적 가로채기, 공적 부풀리기, 형평성 문제,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 배제와 자격미달자 포상 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국가의 보훈정책을 국가의 당연한 책무로 인식하기보다 이념이나 진영논리로 접근하여 정권에 따라 보훈정책이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국민들의 보훈에 대한 관심과 의식수준이 매우 높아져서 과거와 같이 이런 이념이나 정권의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보훈정책은 국민으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보훈정책 펼쳐야

  다음으로는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국가 보훈대상자에 대한 실질적인 예우와 보상이 이루어 져야 한다. 국가보훈정책의 핵심은 보훈대상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다. 이러한 보상을 받게 되는 국가유공자는 각 공훈 및 희생의 유형에 따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참전유공자 등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고엽제 후유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 본인과 유족 및 가족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은 보훈급여금, 교육지원, 대부지원, 의료지원, 생업지원 및 기타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훈대상자들 사이에서는 기본적으로 보상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고, 대부분의 보훈대상자가 일반법에 의하여 지원을 받고 있으나, 특정 사안의 대상자는 특별법에 의하여 보상이 이루어지므로 보상규모의 격차가 큰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들의 보훈사항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부터 분리, 입법됨으로써 이들에 대한 예우를 보다 강화하였음에도 이들의 자녀들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그 자녀들이 궁핍하게 살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또한 군인연금법에 따른 사망보상금 지급이 전사(戰死)와 일반 공무원에 의한 사망으로 구분하여 지급하도록 되었지만, 연평해전 전사자의 경우 소급입법이 되지 않아 2억 원의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가보훈이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를 달성하려면,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데에 대한 보상이 적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한 행위에 대해서 적은 보상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보상을 하게 된다면 다른 대상자들로 하여금 이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행위 자체에 대해서 마저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

차제에 다양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대상자 선정기준에 대한 형평성과 보상규모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 하기위하여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와 위상에 맞는 보상제도를 검토하는 등 보훈정책으로 바르게 고쳤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일관성 있는 애국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란 저서에서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물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국민의 정신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였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물질적인 보상과 함께 정신적인 명예와 존경을 받는 행위가 병행되고 있다. 왜냐하면 물질적인 보상은 시간적으로 지속성이 짧고, 정신적인 존경이나 명에는 연속적이며 지속적인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훈의 정신적인 가치가 보더 더 중요하게 인식된다. 즉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에게는 자신의 행위가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며, 그들 스스로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정신적인 예우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타인을 존중하고 부모와 연장자를 존경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의무이며 자연 발생적이지만, 그러나 국민들에게 보훈 대상자를 존경하도록 하는 것은 인위적이며 정치적인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국가 자신의 존립을 위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공적인 일에 헌신하며, 나아가서는 국가를 위하여 위기 시에 기꺼이 희생할 수 있도록 하는 애국정신교육이 필요하다.

 

보훈에 대한 관심제고와 시민참여 유도 필요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많은 학교에서 매일 아침에 ‘충성의 맹세’나 ‘국기에 대한 맹세’와 같은 애국심 고취의식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중고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현역군인과 예비역교관으로부터 국방관련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학생들이 소속감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애국관련 교육내용이 폐기되고, 기존에 하던 ‘애국조회’나 ‘국기에 대한 맹세’마저 폐지하였다. 따라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애국’이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해 졌으며, 애국교육이 마치 국가주의에 대한 세뇌교육으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들의 보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관 협치에서부터 다양한 시민참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권위주의적인 개념이 아닌 시민의 자율적 참여라는 문제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지원의 부족, 공무원들의 부족한 역량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보훈단체들의 부실한 활동을 보완할 수 있는 민·관 협치의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민간단체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계층간, 이념간, 노사간, 세대간과 지역간 갈등이 더 심각해 가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이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 국가 보훈정책의 목적은 국가를 위한 과거의 희생에 대해 보상을 하면서, 미래에 국가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애국심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다. 잘못된 보훈정책은 사회갈등 요인이 될 수 있고, 잘된 보훈정책은 국민통합에 크게 기여한다. 앞으로의 보훈정책은 반드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6월의 하늘을 바라 볼 때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유지하도록 숭고하게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와 보상은 무엇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없다. “내 나라를 위해 희생하면 내 조국은 나를 잊지 않고 나를 기억해 주고, 내 가족을 살펴 줄 것”이라는 보훈정책으로 국민을 통합하고 국민의 애국심을 고양하는 정책이 보완되기를 기원해 본다. <끝>

2021.6 자유마당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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