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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세난(說難 : 설득의 어려움),일은 은밀하게 이루어야지 말이 새나가면 실패한다

작성자한병곤(네이버 블로그)|작성시간19.08.20|조회수339 목록 댓글 0

한비자-세난(說難 : 설득의 어려움),일은 은밀하게 이루어야지 말이 새나가면 실패한다

   

 

*무릇 설득의 어려움이란 내가 알고 있는 바를 가지고 남을 설득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또 내 말주변이 나의 뜻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느냐의 어려움도 아니며, 또 내가 과감하고 거리낌 없이 나의 능력을 모두 다 펼쳐 보일 수 있느냐의 어려움도 아니다.

무릇 설득의 어려움이란 설득하려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려 내가 설득하려는 것을 그에게 맞출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있다.

상대가 높은 명예를 구하려는 사람인데 오히려 많은 이로움으로 설득하면 비속하다고 여겨져 홀대받으면서 반드시 버림을 당하고 내쳐질 것이다.

상대가 두터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인데 오히려 높은 명예로 설득하면 생각이 없고 현실에 어두운 자로 여겨져 반드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상대가 속으로는 이익을 두텁게 여기지만 겉으로는 높은 명예를 따르는 척하는데 오히려 명예가 높아진다는 식으로 설득하면 상대는 겉으로는 그 사람을 받아들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를 소원히 여기며, 그에게 이익을 두텁게 하라고 설득하면 속으로는 그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해도 겉으로는 그 사람을 버리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살펴야 한다.

무릇 일이란 은밀해야 성공하고 말이 새 나가면 실패한다.

꼭 그 자신이 누설한 것이 아니어도 대화하는 가운데 그만 숨겨진 일을 내비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신변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상대가 겉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 척하며 다른 일을 기도하고 있는데, 설득하려는 자가 겉으로 드러나 일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려는 까닭도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신변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중략)

군주에게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멈출 수 없는 어떤 일을 억지로 저지한다면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세객이 군주와 원로대신들에게 대해 언급하면 군주는 자신과 신하들의 관계를 이간시키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며, 하급 벼슬아치들에 대해서 언급하면 권력을 팔아치우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총애하는 자를 거론한다면 총애하는 신하의 힘을 빌리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며, 미워하는 자를 거론하면 군주 자신의 심중을 탐색하려 한다고 여길 것이다.

간단하게 줄여서 주장을 펴면 지혜롭지 못하다고 무시당하며, 모래알처럼 상세하게 주장을 펴면 말만 많고 조리가 없다고 평가할 것이다. 일의 사정은 간략하게 줄이고 큰 뜻만을 말하면 겁이 많아 말을 하지 못한다고 여길 것이며, 일을 충분히 고려하여 거침없이 진술하면 촌스럽고 오만하다고 할 것이다. 이것이 설득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 점이니, 이를 몰라서는 안 된다.

설득할 때 힘써야 할 점은 상대방이 자랑스러워하는 점은 칭찬해주고 부끄러워하는 부분은 감싸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개인적으로 급히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그 일이 공적인 타당성이 있음을 보여주어 꼭 하도록 권해야 하며, 상대방이 마음속으로 비천하다고 느끼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이 아름답다고 꾸며주어 하지 않는 것이 애석한 일임을 표현해야 한다.

 

(중략)

설득의 대략적인 의미는 상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며, 말투도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자신의 지혜와 말재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이윤이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가 노예가 된 것은 모두 군주에게 등용되고자 한 까닭이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었으나 스스로 천한 일을 했음에도 등용되지 못했으니 이 얼마나 치욕스러운가!.

이제 자기 말이 요리사나 노예의 말과 같이 될지라도 등용되어 세상을 구제할 수만 있다면, 이것은 능력 있는 사람이 부끄럽게 여길 일이 아니다.

군주와 신하로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 군주의 은혜가 깊어졌을 때는 원대한 계획을 바쳐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며, 논쟁을 일으켜도 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득실을 명확히 하여 공적을 세우고 옮고 그름을 곧이곧대로 지적해 군주를 바로잡는다. 이처럼 군주와 상대할 수 있게 되면 이 유세는 성공한 것이다.

(중략)

 

*한비자(韓非子, 기원전 280~?, 성은 한韓, 이름은 비非인데, 한비라는 이름을 높여 한비자라 부른다)는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법가사상가로 그가 지은 책이 ‘한비자’인데, ‘한비자’는 군주론과 제왕학의 고전으로 유명하며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죽으면서 어리석기로 알려진 후주의 유선에게 읽도록 한 책이 ‘한비자’였다고 합니다.

 

*한비자는 유학자인 순자의 문하에서 이사와 함께 학문을 배웠으나, 이사는 자신의 능력이 한비자만 못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한비자’가 세상에 나온 뒤 진나라 시황제가 우연히 이 책을 읽고 감동하여 한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하여 한비자가 진시황을 만나게 되었는데, 객경 벼슬에 오른 이사는 동문수학한 친구 한비자가 진시황의 총애를 받는 것을 꺼려 그를 모함하여 진시황은 이사의 말을 듣고 한비자를 죽인 후 많이 후회하였고 전해지고, 한비자는 본래 신하가 군주에게 유세하기 어렵다는 점을 터득하고 난언難言, 세난說難 등 여러 편에서 진언의 방법을 자세하게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죽임을 당하는 화를 피하지 못하였습니다.

 

*위 내용은 문학박사이신 김원중 교수님이 옮기신 ‘한비자’ 권4 제12편 세난(說難 : 설득의 어려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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