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안리타
마음을 다해 편지를 썼다.
지우고 고쳐 쓰며 당신을 생각했다.
수신자를 잃은 빼곡한 문장은 갈 곳이 없어서,
때로는 비행기를 접고
때로는 종이 새를 접고
때론 두 주먹을 꼭 쥐었다.
날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문장을 다 지운 그 자리엔
침묵이 곁에 남아 나를 돌본다.
밤이 내린다.
나의 편지는 한 장뿐이며
마음을 멈출 수 없었으므로
검게 물들어가는 백지를 만지며 논다.
미련 없이 놀았다.
*위 글은 안리타님의 저서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라는 책의 제목 중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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