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대화-단정 짓지 마라
“거짓말 잘하는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꿰매야 한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에 야당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2016년에는 여당 대표가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강행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이처럼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군을 집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데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단번에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단정적인 말투에는 자신의 신념과 더불어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개인 소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세일즈맨들 역시 단정적인 말투를 사용한다.
“이 제품의 오 년 내 고장률은 영 점 삼칠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고장 없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을 구입하시면 하루에 천삼백육십 원을 이익 보시는 겁니다. 일 년에 사십구만 육천사백 원, 십 년이면 무려 오백만 원을 벌게 됩니다.”
확신이 담긴 단정적인 말투는 의지가 약하거나 선택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사랑 고백을 할 때도 단정적으로 말하면 신뢰를 줄 수 있다.
“오직 너만을 사랑해. 단언컨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보다 더 너를 사랑해줄 사람은 없어!”
그러나 대인관계를 할 때 단정적인 말투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틀렸어! 내가 확신하는데 그건 절대 그렇지 않아!”
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관계를 맺어가는 게 대인관계다. 생각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설령 내 생각이 100퍼센트 옳다는 확신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어디서 차이가 나는 건지 하나씩 확인해 나아가겠다는 느긋한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상대방이 이미 내린 결정이라면 일단 그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 사업 절대 성공 못 해!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상대방의 결정을 무시한다는 건 그 사람의 판단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요, 그것은 곧 그 사람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품격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상호 존중은 기본이다. 세상은 다면체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이나 경험,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 인간 상종하지 마! 딱 보면 몰라? 인간쓰레기야!”
상대방의 나이가 어리다거나 세상 경험이 미천하다고 해서, 생각의 차이를 수준의 차이라고 판단해 깔아뭉개면, 소통 창구가 막혀 서로 등을 돌리게 된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소통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둑 용어 중에 일감(一感)이라는 말이 있다. ‘첫 번째 감각’이라는 뜻인데 ‘언뜻 보기에 가장 좋은 수’라는 의미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이 대국할 때 ‘일감’의 자리에만 두지는 않는다. 비록 그 자리가 일감일지라도 계속 찾다 보면 더 좋은 자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은 철학과 연륜으로 판단하기에는 지금 생각이 일감이라 할지라도, ‘내 생각이 옳다’거나 ‘내 생각이 맞다’고 확신하지는 마라. 프로기사들이 장고하듯이, 시간을 갖고 천천히 대화를 나누다 보면 더 좋은 생각을 발견한 수 있다.
*위 글은 한창욱님의 저서 “품격 있는 대화” Chapter 2 ‘당신의 품격을 낮추는 말’ 중 “17. 단정 짓지 마라”를 옮겨 본 것입니다.
*참고로 한창욱님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해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가 투자컨설팅 회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였으며, 첫 작품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에 ‘마음연구소’를 열었고, 이곳에서 독서와 명상 등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이라 부른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 “나를 이기는 5분 습관”, “마음을 슬쩍 훔치는 기술”, “펭귄을 날게 하라”, “서른, 머뭇거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진심으로 설득하라”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