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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열(辛鎬烈)-전매화(餞梅花)(매화를 전별하다)

작성자한병곤(네이버 블로그)|작성시간24.03.18|조회수149 목록 댓글 2

신호열(辛鎬烈)-전매화(餞梅花)(매화를 전별하다)

 

我本恨別人(아본한별인나는 본시 이별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라

爲梅酌一觴(위매작일상매화를 위하여 한잔 술을 따르노라

倚君碧紗帳(의군벽사장그대의 푸른 비단 장막에 의지하고

摻君練素裳(삼군연소상그대의 흰 명주 치마 붙잡았네

古來別非一(고래별비일예로부터 이별이 한둘이 아니었으나

此別最難忘(차별최난망이번 헤어짐이 가장 잊기 어렵구나

我與梅同潔(아여매동결나는 매화와 고결함을 함께하니

爲友相稱當(위우상칭당벗으로 삼기에 마침 알맞네

君是姑射膚(군시고사부그대는 막고야 선녀의 피부처럼 깨끗하고

我是廣平腸(아시광평장나는 광평의 심장처럼 굳세어라

呼妻視昵侍(호처시닐시언제나 가까이 두어 처라 부르고

呼兄視輩行(호형시배행동료처럼 보아서 형이라 불렀네

 

*위 시는 “한시 감상 景경, 자연을 노래하다(한국고전번역원 엮음)”(우전선생일고雨田先生逸稿)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김성애님은 “우전(雨田) 신호열 선생은 한국고전번역원의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에서 교수를 역임하신 한학자이다. 선생의 한시는 송시(宋詩)에 섞어 놓아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으며, 한시 번역에 있어서도 독보적이라는 찬탄을 받았다.

1991년 봄, 평소에 아끼시던 매화 화분의 꽃이 시들자 선생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시를 지으셨다. 전체 작품은 116구나 되는 장편의 오언고시로 위의 시는 그 첫 부분이다. 한 구절씩 생각날 때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불러주시고 앞뒤로 어떻게 호응이 되는지 왜 이 글자를 이 자리에 놓았는지를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매화와 관련된 고사를 거의 다 담았으니 공부하기 좋을 것이라고 하셨다. 덕분에 한시가 지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구경할 수 있었지만 저런 생각을 글만 보고 후인이 어떻게 번역하겠는가 싶어 한시 번역을 지레 단념하기도 했다. 그때 하신 말씀을 대부분 잊었으나 봄마다 피는 매화와의 이별조차 아까워하며 시에 담고자 했던 그 섬세한 감성은 이제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듯하다.

본시는 제목부터 그냥 ‘이별하다’, ‘보내다’가 아닌 전별한다는 표현을 써서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 예를 다해 보낸다는 정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첫 구절은 자신에 대한 선언이자 시 전체의 주제를 천명한 부분이다. 마치 긴 판소리를 시작하기 전 '두둥' 하고 북소리를 울려 주의를 집중시키는 느낌이다.

원문의 벽사장(碧紗帳)이나 연소상(練素裳)은, 당시 매화분(梅花盆) 뒤에 수십 개의 푸른 난 화분이 있었고 또 그 상에 흰 보자기가 덮여 있었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실제 여러 한시에 벽사(碧紗)나 연소(練素)란 시어가 자주 쓰이기도 하므로 허투루 놓은 글자가 아니다.

매화의 모습이 푸른 장막에 기대어 흰 명주 치마를 움켜쥐고 떠나려는 여인의 모습 같지 않느냐며 참 매정하다고 탄식하셨다.

또 다섯째 연의 광평장(廣平腸)은, 당나라 재상이었던 광평공 송경(宋璟)이 굳센 기질로 철석같은 심장을 지녔다 하여 광평장이라 불렸는데 뜻밖에 감성이 풍부한 ‘매화부梅花賦’를 지어 세상을 놀라게 한 일화가 있으므로 당신에 비겨 가져온 것이다.

이 시의 한 글자 한 구절이 모두 전거와 사연을 담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매화를 아내 삼아 벗 삼아 차마 손도 대지 못하다가 이별을 슬퍼하면서 평생의 필력을 기울여 장편의 시를 지어 전별하는 늙은 시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선생은 이 시를 짓고 이태 후 봄에 돌아가셨다. 매일 쓰다듬으시던 난과 매화는 어디로 흩어졌는지 모르겠다.”라고 감상평을 하셨습니다.

 

*신호열[辛鎬烈, 1914년 ~ 1993년, 전남 함평에서 출생. 자는 성노(聖老), 호는 우전(雨田).]-한학의 대가이며, 일제강점기 시대의 순장바둑 국수. 청년 시절 시서금기(詩書琴棋)에 두루 능해 사절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한국기원 초창기에는 대회에 참가도 하고 二단으로 승단하는 등 바둑 활동을 하였으나 본업인 학문으로 돌아가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 교수로 연구와 강의에 전념하면서 고전국역사업에 크게 기여하였다. 국역교열위원, 한국한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餞(전) : 보낼 전, 1.보내다, 2.전별하다(餞別--: 잔치를 베풀어 작별하다), 3.전송하다(餞送--)

*觴(상) : 잔 상, 1.잔(盞), 2.잔을 내다

*摻(삼) : 가늘 섬, 잡을 삼, 칠 참, 1.(가늘 섬), 2.가늘다, 3.가냘프다

*昵侍(일시) : 웃어른을 가까이 모심, 昵 친할 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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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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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ames | 작성시간 24.03.18 매화를 보내야만 하는 애절함..
    그리고 서러움과 안타까움.....
    떠나가는 님의 마음을 무엇으로 달래볼까.....
  • 답댓글 작성자한병곤(네이버 블로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19 섬진강과 평사리 악양벌이 바라뵈는 홍쌍리 여사의 청매실 농원에는
    지금쯤 매화꽃이 흩날리겠네요.
    매화꽃 그늘 아래서 회장님과 한 잔 하고 싶네요.
    멋진 댓글에 감사드리고,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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