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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수필방

공주 여행을 다녀와서 무령왕의 키를 생각했습니다

작성자송순자|작성시간25.05.14|조회수93 목록 댓글 3

 

 

무령왕릉을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다

 

  백제의 숨결이 살아 있는 세계유산의 도시, 공주를 여행했다. 공주 산성 삼거리에는 금빛 옷을 입고, 황금 관을 쓴 한 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왼손에는 금빛 칼을 들고, 오른손은 환호하는 백성의 머리에 자비롭게 얹혀 있는 듯하다. 처음엔 누구인지 알지 못했으나, 나중에야 그 인물이 백제의 사마왕’, 즉 무령왕임을 알게 되었다.

  “무령왕릉이 발견된 건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717, 장마철 피해를 막기 위해 무령왕릉 주변에서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벽돌로 쌓인 입구가 발견됐습니다. 입구는 도굴된 흔적 없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고, 그 속에는 1500년을 땅속에 묻혀 있던 무령왕의 무덤이 있었죠.”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그 발굴이 과연 기적이었는지, 아니면 불행이었는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 죽어서까지 무덤이 파헤쳐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물론 그 덕분에 당시의 생활과 문화, 도구 등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를 얻게 되었지만, 누군가의 무덤을 발굴한다는 행위는 여전히 마음 한편에 거북함을 남긴다. 만약 내 부모님의 무덤이 이런 식으로 파헤쳐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차라리 평범하게 살아간 사람들의 죽음이 더 안전하고 존중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령왕은 키가 8, 오늘날 기준으로 약 2미터에 달했다고 한다. 그의 관은 무려 2미터 40센티였다고 하니 실제 키도 상당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이 1500년 전 그렇게 장신이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 20~29세 한국 남성의 평균 키는 175.5센티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남자 161센티, 여자 149센티였다는 자료도 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키가 작아진 듯 보이니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신체는 먹는 것과 비례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백제 시대 사람들이 조선 시대보다 더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말일까?

  전시관을 둘러보며 당시의 공예 수준에도 감탄했다. 정교하고 섬세한 금속제품을 만든 기술자들의 솜씨는, 오늘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무령왕의 신발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길이를 보아하니 320밀리쯤은 될 듯했다. 왕비의 신발조차도 매우 컸다. 나는 문득, 왜 나는 그 시대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을까, 왜 이렇게 키가 작을까 하는 쓸데없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금만 더 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좋은 유전자가 세월을 타지 않고 그대로 이어졌다면, 나도 큰 키를 가졌을까?

  얼마 전 가족과 다녀온 아시아권 여행에서도 비슷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친근함을 느꼈다. 체구도 작고 몸무게도 가벼운 점이 우리와 비슷했다. 언어만 통했다면 현지인과 구분도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저택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그의 침대는 넓었지만, 길이가 짧았고, 가족사진을 보아도 모두 키가 작았다.

  그 장면에서 다시 떠오른 것은 무령왕의 육중한 관이었다. 그 거대한 관은 분명 그의 체격에 맞춰 제작되었을 것이다. 1500년 전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컸던 것일까?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더 풍요롭게 살고 있음에도, 신체는 왜소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시대와 환경, 유전과 식생활,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무령왕의 무덤은 발굴되었고, 우리는 그 시대의 생활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의 영광은 영원하지 않다. 부강했던 나라가 사라지기도 하고, 공룡처럼 종이 멸종되기도 한다. 어쩌면 나의 역사 또한 그렇게 사라지고 지워지겠지만, 오늘 내가 보고 느낀 역사는 한동안 내 안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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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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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송순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5.14 공주 여행을 다녀와서 곧바로 중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마왕의 무덤과 마지막 황제 푸이의 저택을 보았습니다 비교가 많이 되었네요
  • 작성자임종학 | 작성시간 25.05.15 작가의 체험을 통한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작성자이병옥 | 작성시간 25.05.21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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