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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1. 01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쳐다보느냐"

작성자hanna|작성시간12.01.31|조회수92 목록 댓글 0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쳐다보느냐

사도행전 1:4~14

 

 

예루살렘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곳입니다. 혁명의 기운이 하늘까지 닿았다가 허무하게 십자가에 소멸되어버린 곳이 예루살렘입니다. 한때나마 하늘까지 닿았던 혁명의 기운은 고스란히 계엄의 기운으로 바뀌어 살아남은 자들을 짓누르는 곳이 예루살렘입니다. 당국은 예수의 주검을 도난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검 도둑을 체포하려는 군대의 감시가 삼엄한 곳이 예루살렘입니다. 지금 예루살렘은 참으로 위험한 곳입니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면, 부활하신 예수님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 예루살렘에 발붙이고 서 있을 수 있는 딱 한 가지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려져 가십니다(행1:9).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려져 가시는 것은 분명 영광스런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극적인 사건이지만, 남은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시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예수님의 명을 따라 순간적으로 바다를 걸어본 적도 있었지만(마14:29), 그 때도 바다에 빠져버렸었는데, 하늘을 걸을 수는 없으니까요. 바다도 걷지 못했는데, 하늘로 먼저 가시는 예수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야속한 채, 예수님 올려져 가신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데, '흰 옷 입은 두 사람'이 오히려 꾸짖습니다.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쳐다보느냐(행1:11a)"

 

님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위로는커녕 꾸중을 듣습니다. 우는 아이 뺨때리는 것 같지만, 슬픔에 졸지 말라 죽비로 내리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부활 때문에 예루살렘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더 위험한 곳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주검이 그대로 무덤에 있다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 때문에 당국은 예수님의 주검을 가져갈 만큼 대담한 잔당들을 체포하는데 경찰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은 대단히 위험한 곳이어서,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셨다면, 제자들도 예루살렘을 떠나는 게 상책입니다. 그러나 떠날 수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선 예루살렘을 떠나셨는데, 남은 자들은 예루살렘을 떠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남은 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분부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1:4)"

 

'흰 옷 입은 두 사람'이 "어찌하여 하늘을 쳐다보느냐"고 물은 것은 시선의 방향을 조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남은 자들이 쳐다보아야 할 방향은 하늘이 아니라 땅입니다. 하늘을 보지 말고, 땅을 보라 하십니다. 승천하시는 예수님으로 인해 영광 가득한 하늘이 아니라,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가득한 땅을 보라 하십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1:2)"

 

땅에 가득한 혼돈과 공허와 흑암을 품으라 하십니다. 혼돈 속에서라도 기도하라 하십니다. 공허를 품고 기도하라 하십니다. 흑암을 직시하고 기도하라 하십니다. 혼돈과 공허와 흑암뿐인 땅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에게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주십니다.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 곧 성령, 하나님의 영은 혼돈과 공허와 흑암으로 가득한 깊음의 수면 위에 운행하고 계시니까요.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가득한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마음을 같이하여 오로지 기도에 힘쓰는 자'들로 교회를 이루게 하십니다(행1:14;2:41).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엡1:23). 교회를 이룬다는 것은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올라가신 그대로 땅으로 오신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이룬다는 것은 예수님의 재림을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너희 가운데서 하늘로 올려지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행1:11b)"

 

꼿꼿하게 서서 하늘을 쳐다 볼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땅으로 고개를 떨궈 기도하겠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동행한 40일간은 달콤한 밀월이어서, 이전에 경험했던 변화산의 경험같이 황홀한 것이었지만, 남은 자들은 산을 내려와 귀신들린 아이와 마주해야 합니다(눅9:39). 남은 자들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산에서 내려와 예루살렘의 계엄령을 견뎌야 합니다(행1:12). 배달 사고를 치는 아이들을 달래야 하고, 천지분간 못하는 아이들을 쉼 없이 살펴야 하고, 정글 같은 세상 복판으로 온 몸을 던져야 하고, 학벌과 자본으로 서열화된 세상에서 거룩하기를 도전해야 하고, 오해하고 경계하는 교권주의와 맞상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같이하며 땅을 위해 오로지 기도할 것입니다. 땅의 깊음의 수면 위에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영이 우리와 동행할 것입니다. 우리는 권능을 소유할 것입니다(행1:8). 우리는 교회를 이룰 것입니다. 우리 교회를 통해 예수님은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실 것입니다.

 

2012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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