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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_ 고전1:18~2:26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3.10.26|조회수131 목록 댓글 2

화가 납니다. 세상의 불의 때문에 화가 납니다. 나를 향한 부당한 대접에 화가 납니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나쁠 때 화가 납니다. 아무리 일해도 안정되지 않는 살림 때문에 화가 납니다.

 

화나는 이유는 내 바깥에 있는 악한 현실이 너무나 공고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무수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바깥 상황을 보면,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도 화를 내셨습니다. 타락한 성전에서 장사하는 테이블을 엎으셨습니다.(마21:12) 바리새인들을 향하여 외식하는 자라고 거침없이 말씀하셨습니다.(마15:7) 헤롯을 향하여 여우 새끼라 욕하셨습니다.(눅13:32)

 

저는 화를 내시는 예수님이 좋습니다. 화낼 줄 아는 인간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에게 나와 꼭 같은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화를 내셨고, 나도 화가 납니다.

 

예수님도 화를 내셨고, 내가 화를 낸다는 점에서 나와 예수님은 같지만, 예수님과 나 사이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것은 제자들과 추종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타락한 성전 장사치들을 위해서도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예수님은 외식하는 바리새인들을 위해서도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예수님은 여우 새끼 같은 헤롯을 위해서도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면, 예수님처럼 화를 내야 합니다. 또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자식들과 제자들과 추종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독재자를 위해 추모 예배를 바친 ‘바리새인들’을 위해, 참교육을 위해 모인 사람들을 박해하는 ‘리바이어던’을 위해,(시104:26) 녹조현상이 수질 개선의 증거라 말하는 뻔뻔한 ‘여우’를 위해 십자가를 지는 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것입니다.(눅9:23) 십자가는 이렇게 잔인한 것입니다.

 

이렇게 잔인한 십자가를 지는 것이 하나님의 지혜라 하십니다.(고전1:18~25) 그래서 하나님의 지혜는 어리석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하나님의 지혜’를 싫어합니다.(고전1:23) 화 난 사람들에게, 화 돋구는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라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고 미련한 것입니다. 어떻게 말해도 십자가를 지는 것이 지혜라고 설득되진 않을 것입니다.(고전2:4~5) 성령이 아니고서는 십자가를 지는 하나님의 지혜를 받아들일 수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습니다. 원수를 위해, 혹은 원수 같은 권력자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저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롬12:14~13:1) 성령께서 도우셔야 합니다.

 

성령의 도움으로 십자가를 지고 천국을 소망한 그리스도인들이 광포한 제국의 권력을 제압했습니다. 죽임 당하는 자가 죽이는 자를 이깁니다. 부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죽임 당하는 자에겐 ‘천국의 승리’가 있고, 죽이는 자에겐 ‘제국의 최후’가 있습니다. 천국의 승리와 제국의 최후를 셈할 줄 아는 것이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사는 것이 지혜로운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사는 지혜로운 사람 얼굴엔, 그래서 광채가 있습니다. “지혜는 그의 얼굴에 광채가 나게 하나니 그의 얼굴의 사나운 것이 변하느니라”(전8:1)

 

십자가를 지다 보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마음만 찢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도 찢어집니다. 우리 마음과 몸이 찢어질 때, 하나님의 마음도 찢어지십니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 하나님의 따뜻한 마음을 믿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공감하는 능력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공감은 나도 할 줄 압니다.

 

내가 하나님을 믿는 건, 하나님께서 따뜻하시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십자가를 지다가 찢어진 우리의 마음과 몸을 하나님께서 다시 창조하실 것을 믿습니다. 찢어진 우리의 마음과 몸이 다시 창조되는 것, 이것이 부활입니다.

 

화가 나거든, 십자가를 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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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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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빛나리 | 작성시간 13.11.04 저도 제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입으로는 선을 말하면서 행동하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그리고 성직자 아니 종교인들을 보면 화가 납니다. 입으로는 하늘양식과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세상사람보다도 더많은 물질로 치부하는 수많은 종교인을 보면 어떤때는 하나님이 태업중이신가 하는 생각도 들지요, 어째거나 덕분에 저도 아직 심판전에 있는 지도 모르죠, 암튼 이래 저래 화가 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1.05 죄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영적으로 민감하다는 반증이니까요. 화를 내셔도 됩니다. 힘내세요. 화를 낼 수 있는 분들이 여기저기에 계셔서, 소망이 있다 여깁니다. 저도 부끄러운 종교인 중 한 명이어서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선한 목자 닮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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