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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식인종 _ 고전11:23~32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3.11.17|조회수84 목록 댓글 0

식인 풍습이 있습니다. 식인 풍습은 일종의 장례 예식입니다. ‘크라키에토족’은 추장이 죽으면 죽은 추장의 시체를 미라로 만든 후 추장이 살던 집안에 매달아둡니다. 몇 년 뒤에 미라를 태워 옥수수로 만든 발효음료에 섞어 마십니다. 어떤 종족은 치아를 갈아 먹기도 하고, 또 어떤 종족은 머리카락을 태워 생선스프와 함께 먹기도 합니다.(마빈해리스의『작은인간』참조) 추장의 용기와 지혜를 그대로 물려받기 위함입니다.

 

교회에도 식인 풍습이 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선언하며 성만찬을 합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또한 잔을 가지시고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고전11:24~25)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밥’을 예수님의 몸이라 하셨고, ‘술’을 예수님의 피라 하셨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예수님의 몸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예수님의 피를 마시라 하셨습니다. ‘내 몸과 피를 먹고 마시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광야에서 ‘만나’라는 기적을 먹었습니다.(출16:4~5) 사람들은 예수님에게도 만나를 요청했습니다. 예수님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시며 응답하셨습니다.(마14:13~21) 사람들은 배부르고 싶습니다. 배부르게 해 주시는 예수님이야말로 사람들에겐 그리스도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배부르면, 우리의 물질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그것으로 하나님은 우리의 구원자라 고백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밥이라 하시고는, 이어 자신의 피를 술이라 하십니다. 예수님을 먹고 마시라 하십니다. 예수님의 몸을 먹고, 예수님의 피를 마시라 하십니다. 예수님의 몸은 만나와 오병이어같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고, 십자가에서 무참하게 찢겼습니다. 예수님의 몸은 찢겨진 깃발처럼 치욕스런 패배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피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이나 적자생존(適者生存)같은 냉혹한 현실에서, ‘리바이어던’이라는 맹수의 이빨에 찢긴 멱에서 솟아난 것입니다.

 

하나님은 율법을 통해 백성들이 짐승의 피를 마시는 것을 금하셨습니다.(신12:23) 짐승의 피를 먹지 말라 하심은 선지국과 순대를 먹는 우리의 식습관을 경계하신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짐승의 욕구, 짐승의 본능을 따라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밥을 먹거든 예수님의 몸을 기억해야 합니다. 술을 마시거든 예수님의 피를 기억해야 합니다. 밥을 먹는 자, 밥이 되어야 합니다. 술을 먹는 자, 술이 되어야 합니다. 밥을 먹기 전에 식사 기도하는 이에겐 일상의 모든 식사가 성만찬입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술을 마실 때에는 대작하는 자를 위해 십자가를 지겠다 작정하고 마셔야 합니다. 밥을 먹거든, 다른 사람의 밥되어 살아야 합니다. 술을 마시거든, 술이 아니라 나 때문에 취하게 해야 합니다. 밥 먹고 밥 되어 다른 사람을 배부르게 하는 것, 술 마시고 술 되어 다른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 그것이 성만찬입니다. 이것이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는 것입니다.(고전10:31)

 

죽은 추장의 뼈, 머리카락, 치아 따위를 먹는 이유는 추장으로 하여금 후손들의 몸에 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수그리스도의 몸을 먹고, 예수그리스도의 피를 마신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내 몸에 살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2:20) 밥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요, 술이 예수그리스도의 피인 줄 안다면, 그렇게 인정한다면,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날마다 식인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식인종입니다. 예수를 먹고 마셔, 예수의 몸이 내 몸 되고 예수의 피가 내 피되기를 소망하는 식인종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기 위하여 날마다 먹고 마시는, 착한 식인종입니다.(벧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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