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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따위 _ 창5:1~32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4.01.11|조회수160 목록 댓글 4

내가 뭐했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태어나서 결혼하고 애 낳는 것 외에 한 게 없어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죽겠지요. 뭔가 그럴싸한 일을 해야지 싶다가도, 일상마저 무거워 엄두가 안납니다. 애를 낳았으니 애를 키우다가 죽겠지요.

 

창세기 5장은 태어나서 언제 애를 낳고 언제 죽었는지에 대한 수세대의 기록입니다. 처음으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는 “에노스는 구십 세에 게난을 낳았고 게난을 낳은 후 팔백십오 년을 지내며 자녀들을 낳았으며 그는 구백오 세를 살고 죽었”습니다.(창4:26;5:9~11) 처음으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는 에노스가 한 일이라곤 아이를 낳고 지내다가 죽은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아무 감흥도 없는 그렇고 그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창세기 5장입니다. 그런데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서문이 의아합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고 그들의 이름을 사람이라 일컬으셨더라”(창5:2)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셨답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셨기 때문에 애 낳고 지내다가 죽는 것 외에 하지 않았답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셨는데, 그들이 이룬 업적에 대해서는 한 줄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에 인류 최초의 살인자 가인과 그 후손들에게는 업적이라 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사람은 동생 아벨을 죽인 가인입니다. 가인은 인류 최초의 ‘도시’를 건설했습니다.(창4:17) 가인이 성을 쌓았다는 것은 오늘날 도시를 건설했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유능한 가인을 따라 특히 그의 8대손들이 특출합니다. 야발은 ‘가축을 치는 자’의 조상이 되었고,(창4:20) 유발은 ‘수금과 퉁소를 잡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었고,(창4:21) 두발가인은 ‘구리와 쇠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자’였습니다.(창4:22)

 

내가 뭐했나 싶어 한숨 나올 때가 잦다면, 내 몸 속에 가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상 가인을 닮지 않은 후손된 것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가인과 그 후손들의 업적은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 아니었습니다. 도시를 세우고, 문명을 창출하고, 이기를 닦는 등 인류가 이룩한 업적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 아닙니다. 업적이 있어 ‘명성이 있는 사람들’의 소행을 하나님께서는 ‘죄악’이라 하십니다.(창6:4~5) 가인이 세운 도시도, 가인의 후예들이 닦은 문명과 문화도, 후에 홍수와 함께 쓸려 가버렸지요.(창7:17~24)

 

그래서 고대국가의 기틀을 만들고 나라의 중심에 성전을 세웠던 유대의 위대한 왕 솔로몬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하였던 것입니다.(전1:2)

 

도시를 세우는 것은 헛되지만, 아이를 낳고 지내다가 죽는 것은 복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복된 것입니다.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던 에노스의 후손들은 하나님의 복을 받아 아이를 낳고 죽는 평범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에노스의 후손들의 족보에는 죽음에 관한 기록이 정확합니다. “에노스는... 구백오세를 살고 죽었더라 게난은... 구백십세를 살고 죽었더라 마할랄렐은... 팔백구십오세를 살고 죽었더라... 노아는... 칠백칠십칠세를 살고 죽었더라”(창5:9~32)

 

위대한 업적을 쌓고 고대에 명성있는 사람들이었던 가인과 그 후손들은 언제 죽었는지 기록이 없습니다.(창5:17~24) 분명 죽었을 터인데, 그들은 죽음을 기록할 수 없었습니다. 허무했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기록하는 순간 그들의 업적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어서 가인과 그 후손들은 죽음을 적지 못했습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소멸되어 버리는 업적 따위로 인생에 흔적을 남기려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에노스의 후손 중 ‘하나님과 동행’하였다는 ‘에녹’은 세상에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창5:24)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은 업적 따위로 자신의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내가 쌓은 업적이 없어 복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니,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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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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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백설이*^^* | 작성시간 14.01.12 정말 오랜만이예요~~이정민 소영언니 친한동생예요^^
    한달에 한번씩 모임하면서 민들레말씀보며 마무리해요~♡
    오늘말씀 너무 와닿아서 곧장 댓글달아요ㅎㅎ
    평범하지만 축복된 삶^^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12 아, 반가워요, 기억나요 ^*^ 들러주어 고맙고, 이렇게나마 자주 만나요~ 큐티모임을 위해 저도 기도할께요 ~
  • 작성자95윤소영 | 작성시간 14.01.12 요즘에 생각하던 화두였어요.인생 후반기에 어떤 업적을 남겨야하나 했는데....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함께 모이는 동생들과 좋은 시간되었어요.^^♥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1.12 예나제나 변함없어 좋다, 인도어과 과방을 들썩이게 했던 윤소영이 생각나네... 동생들이 좋겠다, 이렇게 자주 보자~ 건강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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