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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하루의 시작 _ 시55편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4.08.24|조회수114 목록 댓글 0

 

시인의 하루는 저녁에 시작됩니다. 하루는 아침에 시작된다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시인은 저녁이 하루의 시작이랍니다.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여호와께서 내 소리를 들으시리로다”(시55:17) 빛이 잦아들고 흑암이 찾아드는 저녁이 하루의 시작이랍니다. 흑암이 둘러싸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눈을 뜨나 감으나 빛과 흑암이 구별되지 않는 시간이 저녁인데, 시인은 저녁이 하루의 시작이라 합니다.

 

저녁이 하루의 시작이라는 시인의 육성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내가 근심하여 탄식하리니 여호와께서 내 소리를 들으시리로다” 하루 종일 시인에겐 근심과 탄식이 있습니다. 근심과 탄식의 이유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마치 굴속을 지나는 것같이 캄캄하기 때문입니다. 내일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위풍당당하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오늘을 더듬더듬 지날 수 있는데, 내일도 오늘의 연장이기 십상입니다. 굴속에 갇힌 듯 아침과 정오도 저녁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같은 내일이 또 닥칠 것 같습니다. 시인의 처지도 그렇고, 우리네 살림살이도 시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굴속같이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굴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캄캄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위대한 왕 다윗도 굴속에 들어앉을 때가 있었습니다. 사울 왕이 다윗을 죽이려 했기 때문입니다. 사울이 두 번씩이나 다윗을 벽에 박으려 했고,(삼상18:11;19:10) 자객을 다윗의 집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삼상19:11) 사울이 던진 창을 피하고, 사울이 보낸 자객을 따돌리며, 다윗은 굴로 숨어들었습니다. 흑암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침도 점심도 저녁과 똑같이 흑암이었습니다. 온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저녁이었습니다. 흑암이 가득한 굴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하루 종일 저녁뿐인 굴에서 무엇을 도모할 수 있을까요? 그저 사울의 군사들이 굴 입구를 찾지 못하길 바랄 뿐입니다.

 

굴속에 들어앉아 입구를 감시하고 있으면, 빛이 보였습니다. 빛은 어김없이 입구를 찾아냈습니다. 빛과 더불어 사울의 군사도 들이닥칠 수 있어 굴속에서 빛을 감시하고 앉았는데, 어느 날 빛들이 굴속으로 깊이 들어왔습니다. “...다윗이...아둘람 「굴」로 도망하매 그의 형제와 아버지의 온 집이 듣고 그리로 내려가서 그에게 이르렀고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명 가량이었더라”(삼상22:1~2) 환난 당한 자, 빚진 자, 원통한 자 사백 명이 굴속으로 쳐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다윗에게 빛들이었습니다.(마5:14)

 

다윗의 군대는 굴에서 조직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굴속 흑암에서 다윗 왕조를 여셨습니다. 흑암 속에서 하나님은 새 나라를 창조하셨습니다.

 

시인이 하루를 구획하며 ‘저녁과 아침과 정오라’ 한 것은 흑암이 짙어오는 저녁이야말로 하루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깊은 흑암으로 가득한 굴속에 갇혀있어 아침과 점심마저 저녁처럼 흑암이라면, 그 때 거기서 하나님의 창조가 일어납니다. “그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창1:2~5) 사람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흑암의 시공간에서 창조의 첫날이 열립니다.

 

사람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저녁이 찾아오면, 하나님께서 창조를 단행하십니다. 창조주 하나님에겐 저녁이 하루의 시작입니다. 사람이 일을 멈추고 잠자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때에 하나님은 창조하십니다. 사람이 일하는 것을 기준 삼으면 아침이 하루의 시작이요, 하나님께서 창조하시는 때를 기준 삼으면 저녁이 하루의 시작입니다.

 

‘저녁과 아침과 정오에’ 근심으로 탄식하는 사람을 위해, 하나님의 창조가 시작됩니다. 저녁에 하나님은 창조하시고, 창조주 하나님은 흑암에 둘러싸인 사람에게 잠을 선물로 주십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127:2) 기도하며 눈을 감는 것은, 흑암 속에 잠을 주시고 창조의 첫날을 여시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입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시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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