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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 그래도 시작 _ 히3:1~19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4.11.30|조회수115 목록 댓글 0

열 가지 재앙이 내리고, 이집트 파라오가 제압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홍해가 갈라져 바다에 길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다를 벽 삼아 갯벌을 길 삼아 이집트를 탈출했습니다. 이집트를 벗어나는 순간, 벽을 쌓았던 바닷물이 허물어져 이집트 군대를 삼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는 땅에서 바위가 터져 샘이 되는 걸 보았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도 만나를 수확했고, 숲이 없는 하늘에서 메추라기를 잡았습니다. 변변한 무기 없이 칼 든 침입자들을 막았습니다. 광야에서도 아이들읕 태어났고 청장년이 되도록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집트를 탈출했던 히브리 사람들은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히브리 사람들의 지도자 모세도 ‘땅’을 먼발치에서 조망했을 뿐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마음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어떠하든 장차 땅을 차지할 것이라는 믿음은 기억을 잃지 않을 때 강화됩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이집트에서 어떻게 탈출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광야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잊어버렸습니다. 하나님께서 꺼내주셨고, 하나님께서 살게 해주셨다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11월 30일 오늘은 교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2014년 한 해, 하나님께서 살게 해주셨습니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살아 온 모든 시공간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역사가 있고, 역사 속에 녹아 있는 구원사를 기억합니다. 마흔을 가득 채우고, 뒤돌아보는 저에게 다시 말씀하십니다. “이 사십년 동안에 네 의복이 해어지지 아니하였고 네 발이 부르트지 아니하였느니라”(신8:4)

 

하나님께서 구원하셨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셨건만 그래도 고단합니다. 어제까지 하나님께서 구원하신 것을 믿어도, 오늘 고된 일상을 살아갈 때 믿음을 잃고 마음을 놓쳐버리기 십상입니다. 어제까지 구원받았으나 오늘 흔들리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사람이 자기 자식을 잘 되라고 고생시키듯이 그렇게 너희를 잘 되라고 고생시키신 것이니, 이를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너희 하느님 야훼를 경외하며 그의 계명을 지키고 그가 보여 주신 길만을 따라 가도록 하여라.”(신8:5~6)

 

이집트에서 구원받았던 히브리 사람들이 땅에 들어가지 못한 것, 심지어 모세마저 땅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마음에 새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돌판에 새겨진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돌판보다 굳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에서 파라오의 권력을 체험하고 거대한 신전을 목격한 사람들은 과연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고 통치하신다는 진실을 끝내 마음에 새기지 못했습니다.

 

파라오의 채찍을 등에 맞으며 고기 가마 옆에서 배불렀던 세대들은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 천막에서 태어나 사막의 모래 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세대가 땅을 차지합니다. 그래서입니다. 거듭나지 아니하면 구원받지 못합니다. 오늘 여기 광야에서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땅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천하의 모세라도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땅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모래 바람을 얼굴로 받으며 가야할 길을 응시하겠습니다. 뒤돌아보면 소금 기둥이 되고 맙니다. 후회하면 무릎이 꺾이고 맙니다.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면 멈추겠습니다. 멈추어도 돌아가진 않겠습니다. 멈춘 것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별도 구름에 가릴 때가 있어 하늘을 보아도 방향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멈춰 서 있으면 날리던 모래는 가라앉고 구름은 비가 되어 마른 목을 축이고, 하늘에 별은 다시 나침반이 됩니다. 보이지 않거든 멈춘 채 가만히 응시하겠습니다.

 

“우리가 시작할 때에 확신한 것을 끝까지 견고히 잡고 있으면 그리스도와 함께 참여한 자가 되리라”(히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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