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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고 복주며 번성하게 하고 번성하게 _ 히6:9~15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5.01.04|조회수128 목록 댓글 2

B.C.587년 남유다가 멸망한 이후, 유대인들은 각처에 흩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로마가 지중해를 장악하고 북아프리카와 알프스 이북 그리고 파르티아 국경까지 장악하게 되자, 사통팔달된 도로를 타고 제국의 중심 로마에도 유대인들이 살게 되었습니다.

 

다신을 믿는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유일신을 믿는 유대인들은 별종이었고, 안식일을 엄수하는 독특한 생활 패턴 때문에 유대인들은 어디를 가나 배척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유대인들 중에 그리스도인이 생겼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고, 그 예수가 사흘 만에 부활했다고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별종 중의 별종이었습니다.

 

히브리서는 그리스․로마 세계에 살고 있는 별종 중의 별종 히브리계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쓰여 졌고, 로마에서 암중모색하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전해졌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국땅에서 그리스도인이 된 유대인들은 로마인들에게도 끼지 못하고, 동족 사람들에게도 배척받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히브리계를 포함해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이 예배드리는 장소는 지하 무덤이었습니다. 빛이 드는 곳이면 어디에서도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은 환영받지 못했고, 황제의 그리스도교 억제 정책에 따라 생명마저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죽기도 했구요.

 

그리스도인의 죽음에 관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미 그의 안식에 들어간 자는 하나님이 자기의 일을 쉬심과 같이 그도 자기의 일을 쉬느니라”(히4:10) 하나님께서 창조의 역사를 다 마치시고 ‘안식’하셨습니다. 안식은 완성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죽음이 ‘안식’이라면, 죽음은 삶의 완성입니다.

 

그래서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은 지하 무덤에 숨어 시신들 옆에서 예배를 드리면서도 오히려 생기를 호흡했습니다. 죽음의 공간에서 생기를 호흡했습니다. 죽음을 거치며 불완전했던 인생이 완전한 인생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지요.

 

하여, 바울은 완전한 인생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를 죽여 완전한 인생을 당겨 옵니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 바울은 형제들을 위해 날마다 죽습니다. 형제들을 위해 날마다 죽는 자에게 매일 완전한 인생이 열립니다.

 

아브라함도 자기를 죽였습니다. 아들을 제물로 바치고자 했던 것은 자기를 죽인 거지요. 자기를 죽인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반드시 너에게 복 주고 복 주며 너를 번성하게 하고 번성하게 하리라”(히6:14) 사람은 누구나 복을 원하고, 번성을 기대합니다. 세상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복과 번성이라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죽음으로 복과 번성을 얻습니다. 바울처럼 날마다 죽는 것은 소위 성공과 성취와는 거리가 멉니다. 세상이 주지 않는 성공과 성취를 하나님께서 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죽는 사람에게 복을 주시고 번성할 것이라 약속하십니다.

 

복이나 번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하 무덤 카타콤에 숨어 예배드리는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복과 번성을 약속하십니다. 단, 오래 참으라 하십니다. “그가 이같이 오래 참아 약속을 받았느니라”(히6:15)

 

그래서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죽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죽음은 드라마틱한 순간이지만 삶은 지루한 일상의 연속인데, 연속되는 지루한 일상을 그리스도인으로서 날마다 죽듯이 살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살다보면 타락의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한 번 빛을 받고 하늘의 은사를 맛보고 성령에 참여한 바 되고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보고도 타락’하기 십상입니다.(히6:4)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은 오래도록 힘겹고 지루한 일상을 참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형제들과 이웃들을 위해 날마다 죽는 일상을 오래도록 참으며 사는 자에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복과 번성을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실 때에 가리켜 맹세할 자가 자기보다 더 큰 이가 없으므로 자기를 가리켜 맹세하여 이르시되 내가 반드시 너에게 복 주고 복 주며 너를 번성하게 하고 번성하게 하리라 하셨더니 그가 이같이 오래 참아 약속을 받았느니라”(히6:13~14) 살되 죽음을 살아, 날마다 소멸에 이르도록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이 복이요 번성입니다.

 

믿음의 선조들이 악한 황제가 다스리는 로마체제를 살았다면, 우리는 악한 세력과 더 악한 세력이 공존하는 분단체제를 살고 있습니다. 로마체제 하에서 카타콤의 신자들이 오래 참으며 하나님나라를 꿈꾸었던 것처럼, 분단체제 하에서 우리도 오래 참으며 하나님나라를 소망합니다. 오래 참아 사람을 향하여 독촉하듯 채근하지 않고, 오래 참아 역사를 향하여 차갑게 등 돌리지 않겠습니다.

 

오래 참고 오래 참아 복 받고 복 받으며, 번성하고 번성하소서.

 

 

첨부파일 150104_민들레주보.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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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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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용감하게 명랑해 | 작성시간 15.01.04 에궁 왜이리 서글퍼지는지
    설교의 날카로운 내용보다 이미지에서 오는 정서만 훑어갔나봅니다
    다시 읽어봅니다
  • 작성자hanna | 작성시간 15.01.04 지루한 일상속에서 흔들림 없는 믿음을 지켜가는 삶,
    지루한 것 견디는 게 제일 어려운 제게도 은혜가 임하시기를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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