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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_ 행11:1~18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5.05.24|조회수112 목록 댓글 0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

 

알베르 카뮈가 쓴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밝히는 살인의 이유입니다. 이상한 사람입니다. 뫼르소는 재판을 받고 사형을 언도받습니다. 태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없다고 여길 법 하지요. 함께 살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울타리에 들여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을 이방인이라고 부릅니다.

 

옛날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에게 구원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에게 구원이 있을 리 없다고 여겼습니다. 모세 율법을 모르고, 할례를 행하지 않는 사람들과 하나님은 무관한 줄 알았습니다. 옛 유대인들에게 이방인은 헐리우드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바퀴벌레 같은 존재였던 겁니다. 영화 맨인블랙에서 이방인(외계인)들은 죄다 바퀴벌레가 사람으로 분하여 등장합니다. 헐리우드의 주인공들은 이방인 바퀴벌레들을 맘껏 죽여 댑니다.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방인이 있다면, 바퀴벌레처럼 죽여도 될까요?

 

 

 

카라바지오가 그린, '골리앗의 목을 벤 다윗'입니다. 그림 속 다윗의 표정에 연민이 가득합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죽이고 후회하는 듯한 표정입니다. 골리앗의 머리는, 바로 카라바지오의 얼굴입니다. 카라바지오가 카라바지오를 보고 있는 듯한 그림입니다. 내 원수에게 내 모습이 있습니다.

 

 

 

바퀴벌레 같은 사람이라도 죽일 순 없습니다. 정말이지 이상한 사람이어서,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바퀴벌레같이 끔찍하다 해도 죽일 수는 없습니다. 죄는 분명 죄이고, 끔찍한 죄를 짓는 죄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죽일 수는 없습니다. 죄를 죄로 밝혀내는 것도 필요하고, 죄인을 징계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죄인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태양이 싫어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라도 사형에 처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하고 잔혹한 이방인에게도, 하나님은 생명 얻는 회개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방인에게도 생명 얻는 회개를 주셨도다”(행11:18) 하나님은 ‘로마 장교’와 그 일가에게도 ‘생명 얻는 회개’를 주셨습니다.

 

당시에 로마 장교는 유대인들의 원수였던 그리스·로마 세계를 대표합니다. 그리스·로마 세계의 침입자들은 성전에 돼지피를 뿌려 유대인들을 욕보였고, 치졸한 방법으로 세금을 거둬들였고, 무수히 많은 저항군들을 학살했습니다. 로마 장교는, 양식 있는 유대인이라면 절대 상종 못할 사람이었습니다.

 

베드로가 ‘로마 장교’를 만나고 온 것은 바퀴벌레로 분한 사람과 포옹하고 온 것과 진배없고, 단지 태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끔찍한 악한과 악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로마 장교’와 그 일족들에게 세례까지 베푼 베드로를 향하여 ‘유대에 있는 사도들과 형제들’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발표했던 겁니다. “유대에 있는 사도들과 형제들이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다 함을 들었더니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올라갔을 때에 할례자들이 비난하여 이르되 네가 무할례자의 집에 들어가 함께 먹었다”(행11:1~3)

 

하나님께서 이방인에게도 ‘생명 얻는 회개’를 주셨기 때문에 저도 구원을 받았습니다. 옛 유대인에게 저 김영준 목사는 끔찍한 이방인입니다. 생김새며 피부 색깔이며, 옛 유대인들이 저를 본다면 구원의 징조를 발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옛 그리스·로마 사람들처럼, 저에겐 여전히 육체의 욕망과 아울러 미운 사람을 향한 적의가 있고 돈에 대한 미련과 욕심이 있습니다. 고넬료처럼, ‘하나님을 경외하며 백성을 많이 구제하고 하나님께 항상 기도’하는 모습이 있는가하면, 권력의 명령을 받으면 어쩔 수 없다는 체념 속에 칼을 휘둘러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고넬료처럼, 우리에게도 이중성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이중성이 있습니다.

 

회개,란 모순되는 이중성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로마 장교에게 회개란, 황제의 부당한 명령과 하나님의 분명한 뜻 사이에서, 황제가 아니라 하나님에게 순종하기를 결단하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에게 회개란, 혈통과 전통에 기초한 편협하고 옹졸한 신념을 넘어 온 세상 모든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회개한 로마 장교는 로마 사람에게 따돌림 당할 수도 있고, 회개한 유대인들은 종교 권력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로마 장교에게 유대인은 할례를 행하는 야만인이요, 유대인에게 로마 장교는 할례를 받지 않는 더러운 사람입니다. 로마 장교에게 유대인이란 죽여도 되는 이방인 바퀴벌레였다면, 유대인에게 로마 장교란 죽여야 하는 이방인 바퀴벌레였습니다. 회개란, 이제껏 이방인으로 알았던 사람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동족과 가족에게 이방인 취급 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태양이 싫어 살의를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우정을 나누는 것, 그런 이방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회개입니다. 이주민, 장애인,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해 회개해야겠습니다. 이 땅의 이방인들과 함께 살아야하는 이유,

 

그것은 하나님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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