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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_ 요5:1~14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5.07.19|조회수139 목록 댓글 0

‘병자’는 간헐천에 누워 있었습니다. 누운 채 도와주는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누울만한 자리(a mat) 하나 깔아놓고 간헐천이 솟을 때 누군가 데려다주기를 기다린 지 38년이 됐습니다. 38년 동안 ‘물이 웁직일 때에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38년 동안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지나왔습니다.

 

 

Carl Heinlich Bloch, <베데스다에서 병자를 고치시는 그리스도>

 

 

도와주는 사람을 기다리는 병자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요5:8) 물이 움직이는 ‘때’를 기다리는 병자에게, 지금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십니다. 온천 속으로 넣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병자에게, 스스로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하십니다.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는 명령에 병자는 순종합니다.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요:9)

 

그토록 기다렸던 ‘때’는

‘지금’입니다.

 

내가 걸을 수 있도록 나를 도울 사람은

‘나’입니다.

 

일어나 자리를 들고 걷게 된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 후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그 사람을 만나 이르시되 보래 네가 나았으니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5:14) 38년 동안 간헐천 주변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사람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을까요? 무슨 대단한 죄였기에 예수님은 38년 만에 걸어 다니는 사람에게 죄짓지 말라고 잔소리하실까요?

 

38년 동안, 그냥 거기에 그렇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게 죄입니다.

 

자전거를 타곤 합니다. 자전거를 타면 바람이 붑니다. 바람 불지 않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면 바람이 붑니다. 길이 자전거를 끌고 가기도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길이 자전거를 끌고 갈 때가 있습니다. 길이 자전거를 끌고 갈 때 부는 바람은 참 시원합니다. 바람이 분다기 보다, 자전거와 길이 바람을 가르는 거지요. 바람을 제압하며 바람을 경험하는 거지요.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페달을 밟으면 바람이 붑니다. 온천이 솟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온천에 넣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들고 걸어가’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걸어가는 것 힘들지만, 내리막길 달리는 자전거처럼, 에스컬레이터 타고 오르는 것처럼 길이 나를 끌고 갈 때가 있습니다. 내가 움직이면, 길도 움직입니다.

 

그러나, 정말 움직일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어나 걸을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요5:3)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온 몸과 마음이 마비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병이 낫는 기적의 장소 베데스다는, 그래서 꼭 필요합니다. 온천이 솟을 때 도와주는 사람은, 그래서 꼭 필요합니다.

 

38년 동안 병자가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던 곳은 ‘자비의 집’이라는 뜻의 베데스다였습니다.(요5:2) ‘자비의 집’ 베데스다에서 병 낫기를 기대하며 모여 있던 사람들은 ‘먼저’ 온천에 들어가기 위해 첨예한 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요5:4) 거기가 진정 베데스다였다면, 먼저 들어가면 낫는 줄 아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양보하며 먼저 들어가기를 권하다가 결국 양보하여 온천에 들어가지 못한 자 바로 옆에서 새로운 온천이 솟게 되는 기적이 있었더라는 식의 미담이 만들어졌을 법 합니다. 그러나 ‘자비의 집’ 베데스다에선 경쟁만 있었나 봅니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와 패배한 자가 있었을 뿐, 베데스다 온천에선 자비가 솟지 않았습니다.

 

38년 동안, 병자는 그 치열한 경쟁 시스템 속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게 죄입니다.

 

병자가 앉아 있었던 이름만 아름다운 ‘베데스다’를 둘러싸고 있는 그 상황이 죄요, 그 상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부러움과 원망으로 38년을 보내고 있는 그 낙심이 죄입니다. “낙심하는 자는 화를 입으리니, 하느님을 믿지 아니하므로 보호를 받지 못하리라.”(집회서2:13) 낙심하고 앉아 있는 것은 죄가 됩니다. 또 아픈 사람들끼리 무한 경쟁을 시도하고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방치하는 것은 죄가 됩니다.

 

38년 동안 하나님을 잊어버렸던 병자에게,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오셨습니다. 경쟁만 난무하는 ‘자비의 집’ 베데스다에 예수님께서 오셨습니다. 은혜입니다. 하나님을 믿지 못해 낙심하는 사람에게 예수께서 오십니다. 오셔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아가라”(요5:6,8) 온천이 솟지 않아도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낫게 하십니다.

 

자비를 베풀기보다 경쟁을 조장하는 베데스다의 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낙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죄, 우리가 죄인입니다. 죄가 가득한 베데스다에 오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말씀하십니다.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걷지 못하는 자가 걷게 되는,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자들이 일상을 살게 되는 기적이 있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기적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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