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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른 나무라 하지 말라 _ 사56:1~8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5.10.04|조회수105 목록 댓글 0

 

예엣날에 완료되어 끝난 일이 아닙니다. 언제였을지 추적할 수 없는 시간 ‘태초’에만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 속 화석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창조는.


창조는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혼돈’에 흔들리고, ‘공허’에 허우적대며, ‘흑암’을 응시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나님은 창조를 결행하십니다. “이 일들은 「지금 창조」된 것이요 옛 것이 아니라 오늘 이전에는 네가 듣지 못하였으니 이는 네가 말하기를 내가 이미 알았노라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사48:7)


성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하나님은 바빌로니아 하늘 아래에 성전을 ‘지금 창조’하십니다. ‘안식일’을 지키도록 한 것입니다. 성전이라는 ‘공간’은 파괴되었지만, 안식일이라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파괴될 수 없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라는 명령은, 무너지지 않는 시간을 설계하시고 바빌로니아 시간으로서의 성전을 건축하도록 지시하신 것입니다. 공간은 무너졌지만, 하나님은 시간을 창조하심으로 어디에서도 신민의 지위를 잃지 않고 꼿꼿하게 살게 하십니다.


식민지에서 끌려온 유대인 노예들은 운하 공사에 끌려가 노역을 치르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로 안식하며, 온 세상을 성전 삼을 수 있었습니다. 최초의 안식은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쉼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창조의 역량을 부여하시고, 안식으로 초대하십니다.(창2:19) 안식일을 꼭 지키라 하십니다. 사람을 하나님처럼 대우하십니다.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고, 하나님처럼 창조에 참여하고 있다는 선언입니다.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 치하에서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이전에 하던 종교생활의 연장이 아닙니다.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바빌로니아 제국의 왕이 통치자가 아니라 하나님만 유일한 통치자라고 선언하는 것입니다.(사52:7) 비록 바빌로니아 왕의 노예지만 단순히 노예의 노역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는 신민으로 살아내겠다는 선언서를 대외에 공표하는 것입니다.



미켈란젤로, <선지자 다니엘>



바빌로니아에 끌려온 유대인들 중에는 ‘고자’도 있었습니다. 궁에 파견되어 환관이 된 사람들이지요. ‘그들 가운데는 ... 다니엘과 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가 있었’습니다.(단1:6) 율법에 의하면 고자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라는 존엄함을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고자는 하나님의 백성 총회에 들어올 수 없었거든요. “고환이 상한 자나 음경이 잘린 자는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라”(신23:1)


옛 법의 규정을 적용하면, 제국의 궁전에 배속된 유대인 노예들은 영원히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성전과 함께 옛법도 무너졌습니다. 하나님은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치하에서 안식일을 지키며 자기를 거룩하게 구별한 사람을 ‘성산으로 인도하여’ ‘그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 약속하십니다.(사56:7) 하나님은 새 계명을 창조하십니다. ‘마른 나무’ 같은 고자에게도 생기를 불어 넣어 ‘생령’이 되게 하십니다.(사56:3;창2:7) 출산하지 못하는 여자도, 고자가 된 남자도 많은 자식을 갖게 된다 하십니다.(사54:1;56:5)


‘하나님의 형상’대로 첫 사람 아담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지금도 나를 창조하십니다. 우리를 창조하십니다. 그리고, 지금도 에덴동산을 창조하십니다. “나 여호와가 시온의 모든 황폐한 곳들을 위로하여 그 사막을 에덴 같게, 그 광야를 여호와의 동산 같게 하였나니 그 가운데에 기뻐함과 즐거워함과 감사함과 창화하는 소리가 있으리라”(사51:3)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바빌로니아 권력자들에게 창조주 하나님의 쉼을 따라하는 존엄한 존재임을 천명하는 노예들의 인권선언이요, 비록 황폐한 곳이 되었지만 하나님께서 고향 땅을 다시 창조하실 것과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는 사막과 광야마저 에덴동산으로 창조하신다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사막과 광야는 고향 땅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것이지요. 길이 에덴되게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은 혼돈과 공허와 흑암으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노예처럼 시달리듯 일해야 하지만, 하나님께서 ‘지금 창조’하십니다. ‘끝나지 않은 길’, ‘아직도 가야할 길’을 가며, 밟고 딛고 서 있는 땅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에덴입니다.


내가 가는 길이 에덴입니다. 창조하며 또 안식하며 가는 길이 에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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