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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시는 하늘에 젖겠습니다 _ 단1:1~2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5.11.08|조회수91 목록 댓글 0

 


Jehoiakim from Guillaume Rouillé's Promptuarii Iconum Insigniorum, 1553



여호야김은 이집트의 파라오가 임명한 유대 왕이었습니다.(왕하23:34) 여호야김의 업무 중 하나는 세금을 걷어 이집트에 바치는 것이었습니다.(왕하23:33,35) 돈을 내면 살고, 돈을 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현실에서, 여호야김은 살기 위한 정책을 집행할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이것이 죄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그것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죄입니다. 거대한 현실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고 무릎 꿇는 사람이 죄인입니다. 세상은 죄로 가득하고, 모든 사람은 죄인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고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합니다.(롬3:23)


여호야김은 왕이요, 지존이었지만 무릎 꿇었습니다. 왕이라면 누구 앞에서도, 무엇 앞에서도 무릎 꿇어서는 안되지요. 그러나 여호야김은 현실 앞에 어쩔 수 없이 무릎 꿇는 왕이었습니다. 성경은 이집트 파라오의 힘 앞에 무릎 꿇어버린 여호야김을 악하다 단죄합니다. “여호야김은 그의 조상들이 행한 모든 일을 따라서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더라”(왕하23:37)


여호야김의 선택을 악이라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엄격한 잣대를 약소국 왕에게 들이대는 건 아닐까요.


왕(王)을 파자하면 왕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하늘(一)과 땅(一) 사이에 세워진 나라(一)를 꿰뚫어 연결(丨)하는 존재가 왕(王)입니다. 땅에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현실 위에 나라를 세우고 유지시키는 게 왕이 아닙니다. 왕은 하늘에 닿는 존재입니다. 나라는 땅과 하늘 사이에 있습니다. 나라는 땅 위에 세워지지만 하늘에 그 맥이 닿아 있고, 왕은 하늘의 맥을 땅으로 연결시키는 존재입니다.


여호야김은 왕입니다. 왕은 땅과 하늘을 잇는 지존이기 때문에, 땅에서 강성한 누구에게라도 무릎 꿇거나 허리를 숙여선 안됩니다. 왕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 바로 무릎 꿇는 것입니다. 왕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핑계 댈 수 없습니다. 왕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무릎 꿇는 사람이 아닙니다. 왕은 지존이어서, 누구에게도 무엇에도 무릎 꿇거나 허리 숙이지 않습니다.


옛날 이스라엘과 유다의 왕들은 앗수르와 이집트 사이에서, 혹은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사이에서 갈지자 걸음을 걸었습니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지혜인 줄 알았습니다. 이집트에 붙을 것인가, 바빌로니아를 의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대국들 사이에서, 패권을 차지한 나라의 힘을 빌려 한 줌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섬겼습니다. 여호야김은 바빌로니아의 세력이 커지자, 바빌로니아 느부갓네살을 섬기기로 합니다.(왕하24:1)


왕들이 처해있던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죄요, 그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왕들과 왕 아래 백성들은 죄인입니다. 여전히 세상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가득합니다.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고 사람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합니다.(창6:5)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돈에 굴복하고 권력에 끌려가고 세력에 아첨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이집트 파라오 느고에게 조공을 바쳤던 여호야김,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바빌로니아 느부갓네살을 섬겨야 했던 여호야김을 하나님은 악하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여호야김은 바빌로니아 느부갓네살의 침략을 받고 성전을 유린당합니다.(단1:1~2)


그리스도인은 왕 같은 제사장입니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2:9) 옛날 왕이 지녔던 전제적인 권력은 없지만, 그리스도인은 하늘과 땅 사이 세상을 연결하는 왕같은 제사장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왕입니다. 왕같은 제사장 그리스도인은 자본에 무릎 꿇지 않습니다. 왕같은 제사장 그리스도인은 권력에 허리 굽히지 않습니다. 왕같은 제사장 그리스도인은 세력에 아첨하지 않습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곤두박질 칠 때에도, 비는 허리를 굽히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어 허리가 휘어질지언정 비는 허리를 꺾어 세속의 흐름에 허리 숙이지 않습니다. 땅으로 내려와 꼿꼿한 자세로 스스로를 깨뜨립니다. 그렇게 비는 땅에서 생명의 근원이 됩니다.


스스로를 깨뜨린 비는 가장 낮은 땅으로 스며들지요. 하늘에서 내려온 비는 성육신 하신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꼿꼿한 자세로 옥쇄하듯 깨지는 비는 십자가에서도 당당하게 고난당하신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낮은 곳으로 스며드는 비는 가난하고 억울한 자들의 친구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말라가는 웅덩이같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목마르지 않겠습니다. 비가 오시는 하늘에 젖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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