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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과 통곡 _ 마2:1~18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5.12.20|조회수144 목록 댓글 1

세월호희생자합동분향소가 차려진 화랑유원지 광장에 컨테이너 예배실이 있습니다. 컨테이너 예배실에선 목요일 저녁마다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지난 17일 목요일 저녁에는 아나뱁티스트 형제들이 예배를 주관했고, 저도 참여했습니다.


예배 후에, 14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던 청문회를 참관한 가족들이 소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머니 중 한 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울먹이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사흘 동안 저는 악마를 보았습니다.”


악마, 마귀, 사탄. 이것들은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제자 베드로를 ‘사탄’이라 칭하신 적이 있습니다. “예수께서...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 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마16:23) 사탄은 무시무시하게 생긴 뿔 달린 끔찍한 상상 속 존재가 아니라,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나’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사람의 일을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사탄입니다. 청문회장에도 ‘악마’는 분명 있었습니다.


예수님 태어나셨을 때, 2살 아래 사내아이들이 집단 학살당했지요. 동방박사들이 헤롯 궁전에 찾아 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를 찾았기 때문입니다.(마2:1~2) 동방박사들이란, 주변국에서 온 왕 혹은 왕의 사신들로 추측됩니다.(시72:11~15;사60:5~6) 동방박사들은 천문학적 근거를 가지고 유대에 왕이 태어났음을 알았습니다.(마2:2,7,9,10)



뒤러, '동방박사의 경배'


‘천문학은 제왕학’이었습니다. 1392년 조선이 건국된 직후, 개국공신 권근의 주도 아래 1395년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가 제작되었습니다. 개국 직후, 3년 만에 이룬 사업이었습니다. 옛날, 제왕은 천명이 있어야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왕이 천명을 받았고,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하늘에서 위임받았음을 증명하는 서류가 ‘천문도’였던 것입니다.



 


별을 관측할 줄 아는 자가 오늘날 선거관리위원장이었습니다. 별에 대한 정보는 각국의 왕들이 독점했고, 예수께서 태어나셨을 때에도 유대 주변국의 왕들은 천문 관측을 통해 유대에 왕이 태어나셨음을 확신했던 것입니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마2:1~2)


왕이었던 헤롯에게, 동방박사들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는 질문과 ‘그에게 경배’하겠다는 요청은 섬뜩한 것이었습니다. 헤롯이 모르는 ‘왕으로 나신 이’가 있다면, 그는 왕위 찬탈자이기 때문입니다. 헤롯의 왕위를 빼앗을 이가 태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헤롯은 에돔의 후손입니다. 유대인의 왕으로서 정통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악랄한 방법으로 세금 걷는 능력을 인정받아, 로마 황실이 임명한 꼭두각시 왕입니다. 정통성 없는 자가 권력을 유지하자면 끔찍한 사건을 필요로 합니다. 헤롯은 두 살 아래 영아살해를 명합니다. “헤롯이...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마2:16)


에돔 사람이었던 헤롯은 왕으로서 정통성이 없는 사람이었고, 정통성 없는 권력은 악마가 되지 않고는 권력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헤롯이 끔찍한 영아 학살을 명한 이유입니다. 지금 저들이 ‘악마’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끔찍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고 실종되어야, 감출 수 있는 ‘악’ 때문에, 어린 생명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악마가 권력을 차지한 세상에서 자식들을 잃고, 참척의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모이는 컨테이너 예배당에는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와 한숨이 쉬지 않고 새어나왔습니다.(마2:18)


태어나자마자 이집트로 피하여 학살을 면했던 예수님은 평생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안고 사셨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때,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는 소리가 베들레헴 하늘에 퍼질 때에,(눅2:13~14)

죽은 아기를 품에 안은 여인들의 ‘통곡’하는 피맺힌 소리는 베들레헴 땅 속으로 스몄습니다.(마2:18)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과 슬픔에 통곡하는 것이 한 마음 한 입술에 있습니다.

하늘에선 높이 찬송하고, 땅에서는 함께 슬퍼합니다.

은혜와 고난이, 찬송과 통곡이 함께 있습니다.

예수님 오실 때, 세상은 그랬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통곡 중에도 찬송하고, 찬송 중에도 통곡합니다.

이렇게 주님과 동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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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용감하게 명랑해 | 작성시간 15.12.2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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