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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월 속에 있다' _ 딤전2:1~7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16.05.14|조회수143 목록 댓글 0

로마 황제가 아니라 갈릴리 예수가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사람들이 교회입니다. 로마 황제 입장에서 보면 교회는 역도의 모임입니다. 그래서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은 교회를 반국가단체로 봅니다. 교회의 회합과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고, 설교자는 내란음모를 꾀하는 역도의 수괴가 됩니다. 그래서 옛날 교회는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딤전2:1~2) 저주하기는 쉬워도, 기도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것은 가혹한 명령입니다.


우리를 박해하는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해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딤전2:4)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구원하고자 하십니다. 살인을 넘어 학살을 일삼는,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까지 구원코자 하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피천득의 시 ‘오월’의 한토막입니다. 참 아름다운 5월입니다만, 호신대 교수인 오현선 목사는 이 아름다운 계절 5월만 되면 악몽을 꾸신다고 합니다. 백골단에 쫓겨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꿈을 꾸곤 하신답니다. 5월에 시민들을 향하여 총을 쏘도록 명령한 ‘임금’이 있었거든요. 베트남 전쟁을 지휘했던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이 5월에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았거든요. 그런데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고, 우리에게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서까지 기도하라 하십니다.


여덟 살짜리 아들이 양말을 개고 있더군요. 궁둥이 두들겨주며, 아빠는 우리 아들이 마음에 쏙 든다고 했더니, 아들이 묻습니다. “아빠는 내가 거짓말을 해도 좋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준하의 거짓말은 싫어, 하지만 거짓말하는 준하가 싫은 건 아니야.” 글쎄요, 제 일상 속 파편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설명하는 게 터무니없지만, 제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담고 있겠지요. 사람의 악행을 미워하시지만, 악행 하는 사람까지 싫어하시진 않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하나님은 또, 박해받는 교회의 안녕을 원하시기 때문에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 하십니다.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2:2)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악한 사람들을 제거한다고 평화가 오진 않습니다. 제국이 무너지면, 또 다른 제국이 섭니다. 바빌로니아가 무너지면 페르시아가 섰고, 페르시아가 무너지면 마케도니아가 섰고, 마케도니아가 무너지면 로마가 섰습니다. 제왕이 물러난다고 해서 평화가 오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은 제국의 제왕마저 구원하심으로, 교회에게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주시고자 하십니다. 박해자를 구원하심으로 박해받는 교회를 구원코자 하십니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괴롭습니다. 시인이 저주 담긴 기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사람이 회개하지 아니하며 그가 그의 칼을 가심이여 그의 활을 이미 당기어 예비하셨도다 죽일 도구를 또한 예비하심이여 그가 만든 화살은 불화살들이로다..그의 재앙은 자기 머리로 돌아가고 그의 포악은 자기 정수리에 내리리로다”(시7:12~16)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 칼과 활로 세상을 다스리기를 계속한다면 하나님께서 ‘죽일 도구’로 악한 권세들을 심판하실 거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마침내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물러나고, ‘어린 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신다는 것이 시인의 믿음입니다. “주의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린 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심이여 이는 원수들과 보복자들을 잠잠하게 하려 하심이니이다”(시8:2) 솔이의 입에, 민석의 입에, 범이의 입에, 준하의 입에, 산이의 입에, 은성의 입에, 지우의 입에, 인하의 입에 권능을 세우시길 기도합니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몰아내고,(長江後浪推前浪) 한 시대의 새 사람이 옛 사람을 대신합니다.(一代新人換舊人) 칼도 들 수 없고 활도 매길 수 없는 우리 ‘어린 아이들과 젖먹이들’이 천둥 같은 소리로 하나님의 뜻을 말하고 살 것입니다.


오래고 묵은 아픔 때문에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악몽 같은 현실을 살지만, 그래도 우리는 5월 속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버려졌던 아기 모세의 입에 권능을 주셨던 것처럼, 노예같은 일상을 버티고 있는 우리 어른들이 모를 ‘권능’이 우리 아이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악몽 중에도 우리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유입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시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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