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솔로몬이 남긴 잠언들입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잠1:7) “여호와 경외하기를 깨달으며 하나님을 알게 되리니”(잠2:5)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악을 떠날지어다”(잠3:7)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잠9:10)
솔로몬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왕이었습니다.
더불어 솔로몬은 이집트의 파라오를 두려워했습니다. 파라오의 사위가 되었습니다.(왕상3:1;7:8) 또 주변 나라와 다른 민족들을 두려워했습니다.(왕상11:1) 혼인정책을 통해 솔로몬은 애굽과 주변 나라들과의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은 한 분이신데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여호와는 한 분이신데 민족들은 하나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과 다른 민족들을 섬기며 경외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입니다. 솔로몬의 적극적인 혼인 정책으로는 분쟁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왕상11:14~25)
존윌리엄워터하우스, '다나이데스',1903
솔로몬의 가장 큰 실책을 꼽으라면,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두려워했다는 것입니다. 이집트 파라오의 딸을 비롯해 칠백 후궁과 삼백 첩에 둘러 싸여있는 솔로몬 왕궁의 내정은 편할 날이 없었을 것입니다. 솔로몬 사후에 르호보암의 정책 실패로 왕국이 분열되지만,(왕상12:10) 사실상 솔로몬 때에 이미 왕국은 솔로몬이 의지했던 천 명 왕후들의 나라로 분열되었습니다. 천 명의 왕후들이 중심이 되어 벌였던 치열한 권력 투쟁의 결과 암몬 여인 나아마의 아들 르호보암이 정권을 차지합니다.(왕상14:21) 솔로몬의 가정사는 이스라엘의 국사였습니다. 솔로몬은 천 명의 왕후들로 인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이스라엘 내정을 잠언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음녀의 입은 깊은 함정이라 여호와의 노를 당한 자는 거기 빠지리라”(잠22:14) “다투는 여자는 비 오는 날에 이어 떨어지는 물방울이라”(잠27:15) “내 아들아 어찌하여 음녀를 연모하겠으며 어찌하여 이방 계집의 가슴은 안겠느냐”(잠5:20)
솔로몬의 잠언에 부제를 단다면 왕으로서의 정책을 참회하는 반성문입니다. 솔로몬의 지혜서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고백하는 고해성사입니다. 인간의 지혜란 어리석음을 고백하는 것으로만 증명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이런 솔로몬의 유산을 안고 르호보암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민심이 들떠있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요청했습니다. 솔로몬이 추진했던 토목 정책으로 인한 세금과 부역이 완화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르호보암은 아버지 솔로몬보다 더 위대한 토목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공약합니다. 그러자면 아버지 솔로몬보다 더 강력한 방식으로 백성들을 노역에 동원해야 합니다. 오히려 솔로몬의 참모들이 솔로몬 정책의 단절을 건의했지만, 르호보암은 적극적으로 솔로몬의 정책을 발전시키겠답니다.(왕상12:7,11)
내분이 일어납니다. 이스라엘 열 지파가 르호보암의 정책에 반발해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왕상12:20) 솔로몬보다 더 강력한 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로호보암의 정책은 이렇게 끝장나고 영토마저 오그라들었습니다. 여로보암을 중심으로 세운 나라는 르호보암보다 세가 컸지만, 백성들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웠습니다. 르호보암에게는 성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로보암은 백성들이 르호보암이 관리하는 예루살렘 성전으로 사람들이 찾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벧엘과 단에 새로운 종교 도시를 만듭니다.(왕상12:29)
여로보암이 만든 종교는 송아지를 섬기는 것이었습니다. 송아지는 자본을 상징하겠습니다. 우리 시대 말로 옮겨보면 여로보암은 이집트의 풍성한 자본을 숭상했고,(출32장) 르호보암은 이집트 파라오 같은 강한 권력을 원했습니다. 권력을 좇은 르호보암은 나라의 절반을 잃었고, 자본을 숭상한 여로보암은 하나님을 잃었습니다.
나라를 잃어버린 르호보암과 하나님을 잃어버린 여로보암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요. 거꾸로 하면 됩니다. 르호보암은 백성의 종이 되고, 여로보암은 송아지 형상을 제거하면 됩니다. 종이 되는 것은 권력을 놓는 것이요, 송아지 형상을 제거하는 것은 자본에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권력을 포기하고 자본에 의지하지 않아야, 믿음입니다. 하나님만 믿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솔로몬은 지혜에 관하여 알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솔로몬은 하나님을 믿지 않았으니까요. 솔로몬은 언어를 조탁하는 사람으로서 잠언을 남겼고, 솔로몬은 특출한 지능이 있어 훌륭한 판관이었고, 솔로몬은 기도를 열심히 하여 일천 번제를 드렸고,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의 뜻을 이어 성전을 건축했지만, 그러나, 솔로몬은 하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믿음은, 하나님을 경외함에서 비롯되니까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인 줄 알았지만, 솔로몬은 아는 대로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았고, 파라오를 비롯해 주변의 권력들을 경외했습니다. 솔로몬은 충분히 하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에 관하여 잘 알아 잠언을 남길 만큼 언어를 조탁할 수 있어도, 어려운 판단을 지혜롭게 내릴 수 있어도, 일천번제를 드리며 열심히 기도해도, 선대보다 큰 열정으로 성전을 건축해도, 하나님을 믿지 않기도 합니다.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받습니다.(롬1:17)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만 믿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