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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_ 마4:12~25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0.01.26|조회수266 목록 댓글 0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나는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삼겠다.”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_마태복음4:19~20

 

예수께서 가버나움으로 가십니다. 가버나움은 옛날 앗수르 왕 디글랏빌레셀에게 점령당한 땅이라 이방인들이 많이 넘어와 살던 땅이었습니다.(왕하15:29) 거기 가버나움, 이방인 다수가 살고 있던 땅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4:17)


회개(metanoia)는 사상을 뒤집는 것입니다. 로마 제국이 구축한 황제 중심의 세계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로마 제국이 완성한 팍스 로마나가 아니라 예수께서 제시하는 대안 공동체를 천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제국이 지금 현실이지만, 천국이 진짜 현실이라 믿는 것이 회개입니다.


 The Calling of Saints Peter and Andrew - Caravaggio (1571-1610)

 

가버나움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어부노릇 하던 형제 베드로와 안드레에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라오라(4:19a)


예수께서 베드로와 안드레에게 회개의 뜻을 구체적으로 풀어 표현하십니다. 예수를 따르는 것이 회개입니다. 황제나 총독이나 왕이나 제사장을 따르던 사람이 예수를 따르기로 전향하는 것이 회개입니다.

 

회개하여 예수를 따르는 사람에겐 이전과 다른 인생이 열립니다.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그들이 곧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4:19b)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사람을 낚는 어부입니다. 물고기를 잡는 사람은 그물을 도구로 쓰고, 사람을 낚는 사람은 스스로 그물이 됩니다. 사람을 낚는다는 뜻은 그물을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그물 같은 존재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물이 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하나님과 사람을 잇습니다.

 

어부였던 베드로와 안드레에게 그물은 생명 같은 도구였겠습니다. 그물을 버리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활동을 접는 것이었겠습니다. 그물을 버린 건 개인의 생존을 위한 활동에 그치지 않고, 천국을 세우는 공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베드로와 안드레는 그물을 버리고, 그물이 됩니다.


회개하는 것은 자기 생존 문제의 너머를 생각하는 것입니다.(13:22) 다가오는 천국을 맞이하기 위해 예수를 따르기 위해 도구에 집착하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 회개입니다. 그물이라는 도구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 그물이 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하나님과 사람을 잇는 것이 회개입니다. 생명 같은 도구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생명이 되는 것이 회개입니다.

 

그물 같은 사람이 되어 사람을 낚는 어부의 모범을 예수께서 보이십니다. 고통당하는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에게 그물을 던집니다. 자신을 던집니다. ‘수많은 무리가 예수라는 그물에 걸려 함께 예수의 길을 갑니다. ‘수많은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바로 고통당하는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입니다.


예수께서 수많은 무리를 낚을 수 있었던 데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병약한 사람을 고치셨기 때문입니다.(4:23) 치유를 경험한 사람들이 예수에게 낚여 함께 길을 갑니다.

 

병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옛날 병약한 사람들은 마을 밖에 격리되었습니다. 전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었겠습니다. 전염병이 아닌데도 병자들은 마을 밖으로 나가 격리되어야 했습니다. 병의 권능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병들어 결국 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단절시키는 게 병의 권능이었습니다. 병들지 않아도 사람은 죽습니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게 병의 권능이 아닙니다. 병의 권능은 사람을 죽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병약해서 마을 밖에 내 처진 사람들, 집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그물이 되십니다.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을 다시 이어주십니다. 심지어 하나님에게 저주받아 버림받은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천국을 맞이하게 하십니다.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이 이렇게 무력해집니다.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셨다는 것은 병약한 사람들이 다시 마을에 연결되었다는 뜻입니다. 병약한 사람들이 격리되지 않고 마을을 이루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병의 권능은 무력해졌습니다.

 

교회는 예수께서 던진 그물에 포획된 사람들입니다. , 예수처럼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물입니다. 따로따로 떨어져있던 병약한 사람들이 모여 그물을 이루고 서로서로 연결되어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무력화시키는 게 교회입니다.


또 교회는 그물이 되어 고통당하는 자, 귀신 들린 자, 간질 하는 자, 중풍병자들을 낚아 더 큰 무리와 함께 예수를 따르고자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주민과 내국인, 성소수자와 이성애자, 여성과 남성, 북조선과 남한을 그물로 서로서로 연결해주는 그물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그물을 도구로 쓰지 않고, 그물 같은 존재가 된 사람들입니다. 도구로서의 그물을 버리고 존재로서의 그물이 되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기로 회개한 사람들입니다.

 

한차례 제법 수고하며 그물을 던졌다면, 잠시 그물을 뭍으로 가져와 정비하기도 합니다. 엉킨 자리를 풀고, 벼리를 단단하게 메고, 매듭을 짱짱하게 묶습니다. 그물코와 벼리가 서로서로 연결되는 시간이 필요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떨어져 사람들과 헤어져, "기도하러 따로 산에 올라가시"기도 했습니다.(마14:23) 옛날 유대인들에게 산은 모세가 십계를 받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집트를 떠나 홍해를 건넜고 이제 광야를 통과해야 하는 여정을 앞에 두고, 모세는 백성들과 진지를 떠나 산으로 올라갑니다. 이집트를 탈출하는 큰 일을 마치고 멈추어야 합니다. 광야를 통과해야하는 큰 일을 앞두고 멈추어야 합니다. 일과 일 사이, 홀로 멈추어야 합니다. 따르고 에워싸는 사람을 떠나, 홀로 멈추어야 합니다. 멈춰야만 일과 일이 다시 이어지고, 떠나야만 사람과 사람이 다시 연결됩니다. 바다에 던져졌던 그물은 물고기를 털어내고 배에서 떨어져, 끊어졌던 벼리와 그물코를 정비하며 멈춰야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직장을 떠나 잠시 쉬며 가족들을 만나고, 어떤 이는 차례를 지내며, 신앙인은 예배를 드리며 멈추어야 다시 사업도 이어지고, 관계도 연결될 것입니다. 사람을 떠나 따로 떨어져, 쉬며 그물을 정비합니다. 김목사는 지난 5년 동안 이사와 조력자로 그간 참여했던 협동조합의 일을 쉬고자 합니다. 또 2년 동안 간사로 참여했던 한국기독학생회 사회부의 일을 사임코자 합니다. 따로 홀로 떨어져 끊어지고 성글어진 그물을 정비하겠습니다. 읽고 기도하며 성찰하겠습니다. 그렇게 볕을 쬐며 그물을 손질하다가,


멀리에서 벗이 오면, 즐겁지 않겠습니까.(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멀리 있는 벗을 찾아가면 또한 즐겁겠구요. 여기 이미 서로를 찾아 온 교회가 있어, 벌써 즐겁구요. 우리가 그물이거든 햇빛 따뜻한 곳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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