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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_ 마6:9~10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0.02.09|조회수531 목록 댓글 0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_6:9~10

 


하나님께서 계시는 하늘(heaven)은 새가 날고 구름이 떠 있는 하늘(sky)과 다르겠습니다. 하늘(heaven)은 닿을 수 없는 곳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닿을 수 없는 하늘에 계십니다. 상상(想像)할 순 있으나, 상상한 곳이 그 하늘(heaven)은 아닙니다. 땅에 사는 우리가 그릴 수 없고, 측량할 수 없는 공간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그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예수께선 아버지라 부릅니다. 꼭 아버지라고 불러야만 되는 건 아닙니다. 왕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깃발이라고도 했습니다. 산성이라고도 했고, 방패라고도 했습니다. 전쟁이 잦던 시대라, 가부장적 권위가 강한 시대라 그랬겠습니다. 시대적 한계도 있겠고,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을 어떻게 불러도 충분하지 않아 하나님을 다양한 이름으로 부릅니다.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을 하나의 이름으로만 이해하고 부르는 건 위험하겠습니다. 하나의 은유로만 하나님을 표현하는 건 심각하게 하나님을 제한하게 되니까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땅에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가장 친숙한 이름으로, 가장 든든한 이름으로, 가장 따뜻한 이름으로, 가장 중요한 이름으로, 땅에서 쓰는 가장 그럴듯한 이름으로 부르도록 하나님께서 허락하십니다. 내가 하나님을 무엇이라 부르든, 하나님께서 나를 향하여 돌아보십니다.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을 우리가 친숙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데, 오늘 예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라 가르치시며, 하나님 아버지에게 소원을 말합니다.



▲  1983년 3월 24일 프로스펙스 지면광고(동아일보)


저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운동화를 사주시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께서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주시지 못할 때 참 많이 미안해하셨습니다. 지금도 미안해하시던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그때 아버지에게 운동화를 사달라고 한 걸 후회했습니다. 십여 년이 지났을 때, 어렵잖게 프로스펙스 운동화 하나쯤 제 용돈으로 도 얼마든지 살 수 있었지만 저는 꽤 오랫동안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지 못했습니다. 나이키 운동화도 신어봤고, 아디다스 축구화도 사봤지만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 때 운동화를 사주시지 못했던 그 때 아버지에게 죄송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 아버지에게 뭘 사달라거나 해달라고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박봉의 공무원이셨기 때문에,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주지 못하셨던 아버지께선 제가 등교할 때 함께 출근하셨습니다. 별 얘기는 없었지만, 아버지 뒤를 따라가는 저에게 옆으로 오라고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선 저에게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주시지 않았지만, 저랑 나란히 걸어주셨습니다. 비나 눈이 오면 앞서 걸으시면서 아버지께서 밟은 자리로 따라 오라고 하셨습니다. 프로스펙스 운동화는 아니었지만, 아버지랑 걸으면 발가락이 눈에 얼지 않았고 양말이 비에 젖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저랑 걷는 아버지는 늘 웃으셨습니다.

 

저는 기도가 어렵습니다. 큰 소리로 기도하곤 했는데, 울면서 기도하곤 했는데 눈물과 큰 소리로 올린 기도가 별 효험은 없었습니다. 저랑 같이 걷는 걸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병도 낫지 않았고, 글을 참 잘 쓰던 대학생 형도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 아버지도 저에게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사주시진 않았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연장해주시진 않았습니다. 목사여서 기도할 기회가 많아 무대 위에서 연극하듯 기도하라면 얼추 해냅니다만, 아무도 없는 시공간에 혼자 있을 때면 미주알고주알 기도하지 못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카페 다락에 가만히 있으면, 하수구 물 내려가는 소리도 들리고, 지나가는 차 소리도 들리고, 이렇게 저렇게 만났던 사람들 얼굴도 떠오르고, 느닷없이 말()들이 스치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말들은 수첩에 적기도 하고, 적지 못하면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말을 잊어버릴 순 있지만 사람을 잃어선 곤란하겠어서, 가난한 살림살이에 기름 부어주시길 탄원하고, 진로가 희미한 청년들 눈 밝아지길 청하고, 어린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일상 끊어지지 않길 읊조리고, 떠나간 사람들 서있는 자리 촉촉하길 축복하고, 빈자리 채워지길 간구하지만, 저를 위해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떼쓰진 않습니다. 프로스펙스 운동화 이미 있어서 그럭저럭 걸을만하고, 하나님께서 앞서 가시고, 나란히 걸어주십니다. 그리고 명품은 아니지만, 신발이 닳아 걷지 못한 적은 없었습니다.(29:5) 따로 시간 내어 기도하거든 그냥 가만히 가장 좋아하는 이름으로, 하나님을 불러보세요.


그 이름이 무엇이든, 하나님께서 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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