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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서 교회되세요 _ 대하7:11~18;벧전3:16~17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0.03.27|조회수447 목록 댓글 0

기도하는 곳이 따로 있었습니다. 성전입니다. 옛날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했고, 하나님께서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을 특별히 기도하는 공간으로 인정하셨습니다. 성전은 딱 하나였습니다. 하나님과 통할 수 있는 지구 상 유일의 한 점같은 공간이 성전이었습니다.

 

옛날 유대인들에게 성전에 가는 건 필생의 소원이었고, 아무나 이룰 수 있는 소원도 아니었습니다. 성전에 가서 기도하는 것 자체가 특권이었기에, 성전에 가는 사람이라면 특별한 의무도 함께 있었습니다. 성전에 가서 기도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만한 사람이라면, 경제 위기, 전염병의 위협 같은 국가적 위난의 때에 모든 사람들과 온 땅을 위해 기도해야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들어라. 내가 하늘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거나, 메뚜기를 시켜 땅을 황폐하게 하거나, 나의 백성 가운데 염병이 돌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나의 백성이 스스로 겸손해져서, 기도하며 나를 찾고, 악한 길에서 떠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용서하여 주며, 그 땅을 다시 번영시켜 주겠다.”(대하7:13~15)

 

예수께서도 성전을 만민을 위해 기도하는 집이라 하셨습니다.(11:17) 성전을 찾을 수 있는 예루살렘에 사는 시민이거나, 예루살렘을 순례할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성전에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마땅히 만민을 위해 기도해야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고, “그 죄를 용서하여 주며, 그 땅을 다시 번영시켜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321일 현재, 전 세계 187개 나라에 퍼졌고 11,900명이 사망했습니다. 민들레교회는 지역감염 억제에 참여하기 위해 2월 마지막 주일부터 주일 모임을 휴회하였고, 5주째 모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회들도 특정한 공간에 모이는 예배를 휴회하고 온라인을 통해 예배를 드립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새삼 확인하게 된 건, 특정한 공간이나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교회는 처치(church)도 아니고, 채플(chapel)도 아니고, 성당(cathedral)은 더욱 아닙니다. 처치나 채플이나 성당이나 모두 건물에 관한 이름입니다.

 

우리는 그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곡된 표현을 선호해왔는데 바로 교회에 간다는 표현입니다. 교회는 처치도 아니고 채플도 아니고 성당도 아니기 때문에 교회에 간다는 표현은 틀린 것입니다. 교회에 가는 게 아니라,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죄인들이 예수님의 몸으로 변화되었을 때 교회라고 합니다.(1:23) 교회에 가는 게 아니라,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몸으로서 교회는 옛날 성전 같은 역할을 맡습니다. 경제 위기와 전염병의 위협 속에 처한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성전의 역할을 맡게 된 사람들이 교회입니다. 하나님께서 베드로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성전입니다.”(벧전3:17)

 

민들레교회는 비록 한 곳에 모여 예배드리진 못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더 힘든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노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대구 지역의 모자 가정, 이주노동자 지원 기관 등에 연보와 헌물을 흘려보냈습니다. 캄보디아 청소년들을 위해 장학 사업을 하는 선교사님께 후원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우리 역량뿐만 아니라 민들레교회를 신뢰하는 분들의 연보로 이웃을 섬기는 통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교회로서, 또 교회가 된 그리스도인 중 한 사람으로서 기도하는 성전의 특권과 의무를 소소하게나마 행사했습니다.

 

이웃을 위한 기도는 결국 행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 날 먹을 것조차 없는데, 여러분 가운데서 누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배부르게 먹으십시오하면서, 말만 하고 몸에 필요한 것들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2:16) 만민을 위해 기도하는 성전이라면, 말로 기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줍니다.

 

민들레교회가 작지만, 이런저런 여러 기관과 단체들과 연대하고, 이웃들의 필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건 고정비용이 적기 때문입니다. 임대료나 이자지출 같은 고정비용이 없어서 여러분의 연보로 선교가 가능합니다. 고정비용이 적은 이유는 또, 우리가 예배드리는 공간의 건물주가 무상으로 공간을 빌려주셨기 때문입니다. 계약금 0원 임대료 0원짜리 계약서를 쓰고 제공받은 공간에서 예배드리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따로 모일 공간이 필요해서, 50만원 임대료를 내고 투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간과 관련해 우리기 지불하는 고정비용이 월 50만원인 셈입니다. 그런데 어제 321일에 특별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건물주께서 2개월 치의 임대료를 포기하겠다는 연락을 주셨습니다. 임대료를 받지 않은 건물주의 선한 의지를 따라, 두 달 임대료 100만원을 우리보다 더 작은 미자립교회와 청년자영업자에게 흘려보내겠습니다. 전염병이 날뛰는 까닭에 뭇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경제적으로 위태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만민을 위해 기도하는 집으로서, 또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으로서, 나아가 예수님의 몸인 교회로서, 임차인과 임대인이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실천하며 우리는 교회로, 참 교회로 되어 갑니다.

 

여기 교회에 오지 마세요, 거기에서 교회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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