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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애 _ 출1:15~21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0.05.17|조회수323 목록 댓글 0

오월애五月愛


김영준 목사 민들레교회

 


파라오가 히브리 남자 아기 학살을 명했습니다. ‘히브리는 민족이나 혈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떠도는 사람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히브리는 길 위의 사람들인 겁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히브리 사람이라는 이유로, 남자이기 때문에 죽게 되었습니다. 이집트에 살면서 파라오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습니다. 이집트에서 파라오는 신적 존재라 파라오의 명령은 신의 명령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도 파라오의 명령을 막아설 사람이 없었는데,

 

히브리 산파 십브라와 부아가 태업을 꾸밉니다. 산파가 산모의 출산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고 거짓 보고를 파라오에게 올립니다. 히브리 여인들이 건강해서 산파가 도착하기 전에 아이를 낳아버린다는 겁니다.

 

산파들은 여성들이었을 겁니다. 이집트 군대의 칼을 막아 낼 방패도 없고, 부엌 밖에서는 칼 따위 다뤄본 적 없는 여성들이었을 겁니다. 그런 십브라와 부아가 목숨을 걸고 파라오에게 거짓 보고를 해 히브리 남자 아기들을 구했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연민과 닿습니다. 히브리 노예의 자식들은 제국에서 하찮은 존재였겠지만, 생명을 창조하신 이가 하나님이라면 히브리 노예의 자식이라도 고귀한 존재입니다.

 

산파들이 이집트 파라오에게 저항해 히브리 아기들을 살렸습니다. 산파들은 히브리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 이집트 파라오에게 저항했습니다. 사랑이 저항의 이유였습니다. 생명을 향한 사랑 때문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산파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했기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을 함부로 죽일 수 없어, 파라오에게 저항했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은 생명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저항하는 까닭은 생명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19791212일 전두환 일당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1980517일 전두환 신군부는 국가권력을 강탈하기 위해 전국에 계엄령을 내리고는, 전라도 광주에 공수부대를 내려 보냅니다. 시민들은 저항했고, 521일 공수부대는 시민들에게 앉아 쏴자세로 총을 쐈습니다. 총에 맞으면서 시민들은 저항했습니다. 저항하는 시민들이 도청을 장악했습니다. 계엄사령관 이희성은 경찰에게 발포를 종용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전남 경찰의 총수였던 안병하 경무국장이 계엄군의 요청을 거절합니다. "경찰이 시민에게 총부리 겨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525일 허수아비 대통령 최규하가 광주에서 주재했던 회의 자리에서 안병하 경무국장은 "경찰이 시민에게 총부리 겨눌 수 없다"며 전두환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 526일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로 압송돼 8일간 고문을 받고, 고문 후유증으로 8년간 투병, 1988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 증언을 준비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1980년 당시 아버지께선 시골 지서의 지서장이었습니다. 안병하 경무국장이 신군부에게 저항하지 않았다면 경찰 말단 간부였던 아버지께선 시민을 향해 총을 쏴야했을지 모릅니다. 안병하 경무국장이 저항했기 때문에 휘하 모든 경찰들이 양심의 가책 없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도 고문 후유증을 극복할 수 없었던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약했지만 저항했고, 많은 시민들을 죽음에서 건졌고 휘하 경찰들을 괴로움에서 구했습니다.

 


 


안병하 경무국장이 신군부의 부당한 명령에 저항했지만 신군부의 폭력을 저지하진 못했습니다. 만약 전남경찰이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무장을 하고 계엄군과 맞섰다 해도 당해낼 수 없었겠습니다. 경찰도 안병하 경무국장도 이런 면에서 충분히 유능하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폭력 앞에 무력했고, 안병하 경무국장은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해 고문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죽었습니다.

 

예수도 그랬습니다. 로마 제국의 폭력을 제압할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에 예수는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선 제자들의 무장을 반대했고, 자기 자신을 지킬 수도 없었습니다. 무장했다 해도 제국의 군대를 제압할 순 없었습니다. 제국의 무력武力에 예수는 무력無力했습니다. 예수께선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무능했습니다. 무력하고 무능한 예수께선 결국 십자가에서 처형됐습니다. 무력하고 무능하게 십자가에서 처형된 예수를 우리는 구원자라고 고백합니다.

 

부활을 믿기 때문입니다. 무력하고 무능해 로마 제국의 폭력을 제압할 순 없어 그저 저항하다가 죽은 예수가 부활했습니다. 안병하 경무국장도 신군부의 위력과 폭력을 막을 수도 없었고 경찰 수장으로서 모든 시민들을 지킬 수도 없었지만 그저 저항하다가 죽었습니다. 안병하 경무국장은 자기 자신에게 위해가 있을 줄 예상했지만 시민들에게 차마 총을 쏠 수 없어 신군부에 저항했습니다. 안병하 경무국장은 악한 권력에 저항하다가 자기 자신마저 지키지 못해 죽었고, 오늘 역사 속에 부활했습니다.

 

정부재난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아이들 여름옷을 샀고, 돼지고기를 구워먹었습니다. 살아서 커가는 아이들에게 옷을 사주고, 살아서 소금으로 맛낸 고기를 먹으니 참 좋았습니다. 사는 건 참 좋습니다.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오늘도 살아있습니다.

 

오월이면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아이들에게 옷을 입히고, 양념 밴 고기를 먹이며 살아있으려면, 아이들이 이렇게 잘 살아가려면, 따라야할 길이 있습니다. 살았거든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히브리 산파 십브라와 부아가 갔던 길, 안병하 경무국장이 갔던 길, 예수께서 갔던 길이 있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갔던 길이 있습니다. 부활을 믿어 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살아있거든 가야할 길, 누군가를 먹이고 입히는 것입니다. 살아서 따라 가야할 길, 누군가를 살리는 것입니다.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살아있거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저항할 수도 있습니다. 파라오에게 저항했던 히브리 산파들의 이름에 뜻이 있습니다. ‘십브라아름다움이고, ‘부아화려라는 뜻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화려한 오월에 우리가 살아있습니다.

 


#저항과사랑 #518광주 #십브라와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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