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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와 연대 _ 창세기19:1~30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0.07.05|조회수54 목록 댓글 0

환대와 연대 _ 김영준 목사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듯 롯은 성문 어귀에 앉아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일부러 찾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는 사람들 소매를 롯이 잡아끕니다. 그냥 지나가려는 손님에게 얼굴을 땅에 대며 큰절을 올립니다. 롯이 나그네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일부러 찾고, 적극적으로 맞아들이며, 높은 사람 대하듯 예우합니다.

 

롯이 사는 소돔성 사람들은 나그네에게 적대적입니다. “젊은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든 남자가 몰려와서롯이 맞아들인 손님을 상관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상관한다는 것은 그저 성관계를 맺거나 욕정을 푸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성폭력을 의미합니다. 성적으로 굴욕감을 주고 폭력적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겠다는 겁니다. 소돔 사람들은 이방 나그네에게 배타적었고, 심지어 폭력적이었습니다.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악을 행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소돔을 멸망시키신 까닭입니다.

 

하나님께서 소돔을 멸망시키겠다는 계획을 아브라함에게 알리셨을 때 의인의 존재를 근거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심판을 막고자했습니다. 그러나 소돔에는 의인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의인이란 나그네를 환대하는 사람입니다. 이방 나그네를 맞아들이는 것이 의로운 것입니다. 이방 나그네를 자기보다 높게 여기는 것이 의로운 것입니다. 롯 외에 소돔에는 의로운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방 나그네를 일부러 찾고, 적극적으로 맞아들이며, 높은 사람 대하듯 환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을 초대하려해도 번거롭고 힘듭니다. 더군다나 모르는 사람을 환영하고 대접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전염병이 돌면서 더욱 낯선 사람을 만나고 대접하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본래 악수가 유목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악수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걸 상대방에게 확인시켜주는 문화였다고 합니다. 손에 무기가 없고 해칠 의도가 없다는 걸 서로 확인하며 악수했었는데 요즈음엔 손에 신종바이러스라는 무기가 모든 사람의 손에 들려있는 게 아닌지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무기가 있는 듯, 악수할 수 없는 시절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찾아가고 맞아들이는 게 서로 주저되는 시절입니다.

 

환대가 어려운 시절, 이웃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김포시장애인야학 직원들과 선생님들이 14일부터 16일까지 영종도에서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학습 지원을 하는 분들입니다. 김포에 처음 장애인야학이 출발할 때, 중년이 된 장애인 당사자의 인사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십대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제발 공부 좀 해라는 잔소리를 너무 듣고 싶었는데, 부모님이나 친척 누구도 자기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시지 않았다며 젖은 목소리로 후배들에게 제발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 하셨습니다. 민들레교회가 워크숍에 직접 함께할 수 없지만, 기꺼이 50만원을 후원했습니다. 환대하지 못하나 연대합니다. 충분하지 않겠지만, 한 끼라도 푸짐하게 식사 대접하는 마음으로 함께 합니다.

 

소돔 사람들의 행태 속엔 이방인을 영접하지 않는 우리 기독교가 보입니다. 소돔사람들이 이방 나그네를 영접하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성의 모든 남자들이 마치 동성애자여서 멸망하게 되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위험한 오독입니다. 소돔의 남자들이 서로를 성적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심팜받은 게 아니라, 이방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려 했기 때문에 망한 겁니다. sodomy남색이라기보다 배제와 폭력입니다.

 

롯은 이방 나그네를 지켜주려고 했습니다.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나그네를 지키기 위해 자기 딸을 포기하려고까지 했습니다. 딸들을 내주려 한 건 대단히 왜곡된 가부장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만, 맥락 속에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롯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방 나그네를 지키려했고, 롯은 소돔의 시민이었음에도 소돔 사람들 다수의 의지를 무작정 따라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롯의 의로움입니다.

 

저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소돔 사람들 틈에서 어쩌면 롯은 외로웠겠습니다. 성문 밖을 지나가는 이방 나그네를 발견하기 위해 성문 어귀에 앉아있었습니다. 어쩌면 외로웠고, 그래서 사람들을 환대했던 롯이 구원받습니다. 롯처럼, 하진 못하지만 수고한 사람들, 앞으로 더 수고하겠다는 사람들과 느슨하게나마 연대합니다. 환대를 연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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