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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_요한복음19:25~30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0.08.09|조회수280 목록 댓글 0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제자 요한을 눈으로 가리키며 어머니 마리아에게 남기신 말입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제자 요한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입니다. “,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십자가 위에서 남기신 유언을 집행해 요한은 마리아를 자기 집으로 모십니다.

 

형 야고보가 일찍 순교하고, 다른 동료들도 줄줄이 순교하도록 요한은 죽지 않았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그의 소명이었습니다. 살아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봉양해야 했습니다. 살아서 아시아의 일곱 교회를 돌봐야 했습니다. 살아서 로마 제국의 종국이 어떠할지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임하는지 글을 써야 했습니다. 스승은 십자가에서 빨갛게 처형됐고, 다른 동료들도 푸르게 죽어갔지만, 요한은 하얗게 살아남아 뒷일을 맡았습니다.



노모를 봉양하고, 일상을 지키고,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이 많겠지만 요한에겐 그 위대한 죽음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요한은 사랑하며 목격한 것들을 최선을 다해 글로 남기며 하루하루를 버텨야했습니다. 요한이 있었기에 예수께서는 십자가에서  처형된 그리스도가 될 수 있었고, 요한이 버텼기에 동료들은 현장으로 진격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 제국은 사탄의 체제였습니다. 저항해야할 뚜렷한 악의 축이었습니다. 2020년 제국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항해야할 대상이 또렷이 보이진 않습니다. 일상 속 자본주의 세계관이 저항의 대상이지만, 연기처럼 스며있어 휘둘러도 헛방이기 십상입니다. 교회는 교조적이면서도 무질서합니다. 교회의 직원으로 사는 게 부끄러운 시절입니다. 지금은 다만 두들겨 맞으며 구석으로 피하면서 발목이 꺾이지 않도록 버텨야 할 때입니다. 여자 마리아의 곁을 지키며, 시의를 분석하고, 눈이 어두워지지 않도록 나를 지킬 때입니다.

 

위대한 교회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따뜻한 교회로 남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남아 느리게 걷는 이들이 쉬었다 가는, 불안한 나그네들이 기댈 수 있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남기신 유언을 우리가 집행합니다. 늙은 어머니와 아버지,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 장애인과 이주민, 또 난민. 예수께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사람들입니다.

 

M국에서 온 난민 여성과 아이의 병원치료를 돕기 위해 부평세림병원에 수차례 다녀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한국어 수업을 합니다.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가정과 작은 모임을 꾸리려고 합니다.

 

뻐꾸기 같이 다른 둥지에 알을 낳는 새를 탁란조(托卵鳥)라고 합니다.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뱁새는 자기 둥지에서 자기 새끼가 아닌 뻐꾸기를 맡아 키웁니다.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황새는 꿈도 못 꿀 일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둥지는 작아서, 때가 되면 우리 둥지를 떠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탁하신 사람들이 우리보다 작은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뻐꾸기가 뱁새보다 훨씬 크듯, 맡겨졌다 해서 작은 존재가 아닙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뵙듯, 모시겠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요한에게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 우리가 집행합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_ 민들레교회 목사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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