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한숨 _창세기1:9~13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01.03|조회수69 목록 댓글 0

거대한 물 덩어리에 짓눌린 것처럼, 숨구멍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태초엔 땅 전체가 바다로 덮여 있었습니다.(창1:1~2) 하나님께서 한 곳에 모으시고 뭍이 드러나게 하신 게 셋째 날 창조였습니다.(창1:9,13)

 

빙하가 녹고 있습니다. 해수면이 올라갑니다. 빙하가 녹아버린다면 땅은 바다로 덮일 것입니다. 바다로 덮인 땅에선 사람은 호흡할 수 없습니다. 호흡을 해야 사람인데, 숨을 내쉬고 마셔야 사람인데, 바다로 덮인 땅에서 사람은 그저 흙입니다. 땅이 바다로 덮인다면 사람은 창조 이전의 흙덩어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빙하를 녹이는 사람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창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흙뭉치로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따뜻한 겨울은 재앙입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는 시도는 재앙을 부르는 것입니다. 겨울엔 추워야 합니다. 겨울엔 한강이 얼어야 합니다. 겨울엔 한강 물 위를 걸어서 건너야 합니다. 겁 많은 우리가 물 위를 걸을 수 있으려면 추운 겨울 복판이라야 가능합니다. 가난한 겨울의 복판, 춥다면, 두려움 많은 우리를 물 위로 걷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살얼음 깨져 물에 빠지지 않도록, 가난한 겨울 복판을 걷게 하십니다.

 

새해가 됐지만 여전히 겨울이어야, 사람은 숨 쉴 수 있습니다. 새해와 함께 따뜻한 봄이 와버린다면 땅은 녹아버린 빙하에 덮여버릴 것입니다. 온 세상이 바다에 덮여있던 창조 이전으로 돌아가 버릴 것입니다.

 

여전히 겨울입니다. 열매를 찾을 수 없어 여전히 가난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면, 안전한 땅 위에 서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답답한 마음 풀어내려 저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깊은 한숨을 내쉴 때마다, 하나님께서 생기를 불어넣으십니다. 한숨을 내쉬며 허파를 오그려 비우면, 하나님의 생기가 온 몸을 채웁니다. 한숨을 내쉬며 하나님의 생기를 마시며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이 됩니다.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창2:7) 한숨으로 땅 꺼진 곳이 있다면, 거기가 성령께서 계시는 거룩한 땅입니다. 한숨 쉬는 사람들 있는 자리가 하나님께서 오시는 곳입니다. 한숨이 클수록 하나님의 존재는 또렷합니다. 한숨을 내쉬며 하나님의 생기가 들어올 공간이 마련됩니다. 한숨이 클수록 하나님의 생기가 들어올 공간이 크게 확보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사람이 됩니다. 하나님의 생기를 머금은 사람이 됩니다. 하나님의 생기와 내 몸이 하나가 되는 신비를 거쳐, 우리는 사람이 됩니다.

 

Gogh, Landscape with Snow, 1888, 38*46cm,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가난한 겨울에 우리는 사람으로 창조됩니다. 겨울은 창조가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가난한 겨울 단단하게 얼어붙은 강물 위를 다 걷고 나면, 봄이 옵니다. 창세기 1장 11절부터 12절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땅은 푸른 움을 돋아나게 하여라. 씨를 맺는 식물과 씨 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가 그 종류대로 땅 위에서 돋아나게 하여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 땅은 푸른 움을 돋아나게 하고, 씨를 맺는 식물을 그 종류대로 나게 하고, 씨 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를 그 종류대로 돋아나게 하였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씨 맺는 식물, 씨 있는 과일 나무를 땅에서 자라게 하십니다.

 

9살, 6살, 5살 짜리 세 자매가 엄마 스쿠터를 타고 ‘민들레와달팽이’에 왔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까지 엄마는 아침 7시에 인력사무소로 출근해 대기하다가 9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6시에 일이 끝나면 7시에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일당 6만5천원을 벌었습니다. 6개월 여 밀린 방값이 있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합니다. 토요일마다 12시간 이상 9살, 6살, 5살짜리 세 자매가 집을 지켜야 했습니다. 토요일엔 ‘민들레와달팽이’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는지 제안하며,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청소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면 엄마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엄마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도 있고, 세 끼 모두 아이들과 엄마가 함께 먹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청소비용 6만5천원을 쓰려고 합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한 번도 청소업체에 민들레와달팽이 청소를 맡긴 적 없습니다. 4시간 청소비용으로 6만5천원은 다소 비쌀 수 있습니다. 기꺼이 쓰려고 합니다. 낭비하려고 합니다. 엄마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2시간 동안 자유롭게 놀고, 2시간은 조아라 선생과 ‘천천히 그림책 읽기’ 수업을 합니다. 이렇게 경비를 아끼지 않고 낭비하는 것 하나님의 뜻이겠습니다. 더 헤프게 낭비하려고 합니다.

 

가난한 겨울 복판을 통과합니다. 한숨으로 깊게 패인 골짜기 지나는 사람들 곁에 하나님께서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계시는 겨울 골짜기, 교회가 갈 곳입니다.

 

가난한 겨울 땅에 채소 돋고, 과일이 열립니다. 씨가 맺혀 채소 돋고 과일 열리는 땅은 확장될 것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하신 땅에 우리가 있습니다. 숨 쉬고 있습니다.

 

글/ 민들레교회 김영준 목사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