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가난한 부자 _ 눅18:18~27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03.21|조회수56 목록 댓글 0

원도우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꽤 오랫동안 세계 최고 부자는 빌 게이츠였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네요. 빌 게이츠는 4번째 부자라고 합니다. 지금은 누가 제일 부자인지 잘 모릅니다만, 제 수준에선 셈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의 자본을 다루는 사람일 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계급이란 게 생기고, 계급이 촘촘해지면서 국가라는 제도가 자리를 잡고,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됐습니다. 소위 선진국들이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쌓이게 된 잉여 생산물이 숫자로만 존재하는 자본이 되었고, 은행 계좌를 오고 가며 주식 시장에서 사고 팔리면서 자본은 스스로 증식합니다. 생물이 아닌데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자본 때문에 부의 개념이 달라졌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부는 “연기” 같습니다. 김 목사 머리로는 “연기”같은 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만큼은 아니겠습니다만, 예수께서 살던 때에도 부자가 있었습니다. 귀족 사제, 대상(隊商), 로마 당국과 연결된 관리들이 당시 큰 부자였습니다. 관리 노릇하는 부자는 세금 징수와 관련된 일을 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찾아와 ‘영생’에 관해 묻는 ‘관리’도 아마 세금 징수 관련 일을 맡은 사람이었겠습니다. ‘관리’는 유대인으로서 모세의 율법을 성실하게 지키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 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어려서부터 잘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관리 노릇하는 부자는 돈만 많은 사람이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흠이 없는 완전한 사람이었습니다. 부족한 게 없는 이 관리의 아내와 자식들은 흠 없는 남편과 아버지를 둔 것입니다.(눅18:29~30)

 

그런데 예수께서는 부자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돈도 있고, 모세의 계명도 지키는 사람에게 부족한 게 없을 성 싶은데,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고 하십니다.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눅18:22)

 

돈도 있고 종교적으로 흠 없는 관리에게 부족한 것은, 나눔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에 이 관리는 나눌 수가 없습니다. 관리 자신과 아내와 자식들이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기에 지금 가진 것을 나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관리는 “이 말씀을 듣고 심히 근심”합니다. 돈이 있어도 나눔이 없는 사람은 근심까지 소유하게 됩니다.

 

진짜 부자는 나눔이 큰 사람입니다. 소유가 큰 사람이 아니라, 나눔이 큰 사람이 진짜 부자입니다. 진짜 부자라야 영생을 받을 수 있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부(富)의 한자를 파자하면 집(宀) 아래에 한(一) 사람의 입(口)이 먹고 살 밭(田)이 있습니다. 풀면, 부자는 지붕 아래에서 잘 수 있고 한 사람이 먹고 살만한 밭이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과는 부자의 개념이 다릅니다. 부자는 밭이 있고, 밭에서 일을 해 밥을 먹고, 일에 피곤한 몸이 잠들 수 있는 지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을 했고, 밥을 먹었고, 지붕 아래에서 자고 깼거든, 부자(富者)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부자로 살길 원하십니다.

 

그리고 진짜 부자가 되길 기대하십니다. 나눔이 큰 진짜 부자로 살길 요청하십니다. 진짜 부자로서 바늘귀를 통과한 낙타가 되는 구원의 길을 가라고 부르십니다. 영생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이란 낙타에겐 바늘귀 같은 문이라 하십니다.(마7:13) 나눔이 큰 부자가 되는 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진짜 부자가 더러 있습니다. 이회영(李會榮, 1867~1932)이 진짜 부자였습니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강제 병합된 직후 이회영을 비롯해 여섯 형제와 가족 모두 가산을 정리해 만주로 갑니다.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독립운동을 위한 교육과 투쟁을 동시에 행하며 가산을 탕진합니다. 여섯 형제 중 넷이 굶어 죽고, 이회영은 고문사 당합니다. 엄혹하던 시절, 이회영과 형제들은 진짜 부자였습니다. 나누는 것은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나눔이 고통스럽거나 위험하지 않도록 우리 사는 세상에 전쟁이 없고, 민족과 민족 사이, 국가와 국사 사이 강탈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또 받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비굴하지 않게 존엄함을 잃지 않으면서 마땅히 받을 것을 받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나누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일 때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 모르게 하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마6:3) 나누고자 할 때 직접 주기보단, 기관이나 교회를 통하는 게 좋습니다. 나누는 자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게, 교회나 기관의 이름으로 나누는 것이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 모르게 하는 것입니다.

 

세금을 통해 국가가 복지를 펴는 것도 좋습니다. 더 많이 나누는 진짜 부자란,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공화국을 세웠다면 많은 세금은 징벌이 아닙니다. 세금을 많이 내고 혜택을 고루 누리는 게 공화국을 향한 하나님의 뜻입니다. 좋은 세금을 많이 내서 국가공동체 사람들이 고루 잘 사는 게 하나님나라에 근접한 세상입니다.

 

있거든 나누고 없거든 받으며, 산은 낮아지고 골짜기는 메워지는 세상을 살라 하십니다.

 

어마어마한 숫자로 표기되는 부를 소유한 자의 이름을 저는 모릅니다. 세계 4위 부자가 누구인지 어쩌다 듣게 됐지만, 3위가 누구인지, 2위는 누구인지, 그러면 1위는 어떤 사람인지 관심 없습니다. 하나님도 그러실 겁니다. 전지하신 하나님께서 모르시는 게 있는데 가짜 부자의 이름입니다. 하나님은 그저 많이 소유한 자의 이름을 모른다 하십니다.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심지어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 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어려서부터 잘 지키는 신실한 사람이라 해도, 나눔이 없는 가난한 부자를 하나님은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하십니다.(마7:23) 전지하신 하나님께서도 가짜 부자의 이름을 외우는 덴 무능하십니다.

 

있거든 나누고 없거든 받겠습니다. 고르게 잘 사는 세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을 해 밥을 먹고 지붕 아래에서 잠 잘 수 있는 진짜 부자(富者)로 살도록, 하나님께서 사람을 부르십니다. 고른 세상 창조하시려 교회를 세우셨습니다.(행4:31~35) 하나님께서 그 이름을 아는 사람들, 교회입니다. 

 

글/ 김영준 목사_민들레교회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덕일, '이회영과 젊은 그들', 역사의아침, 2009

요아힘 예레미아스, '예수시대의 예루살렘 _제2부 사회적상황 1.부자, 한국신학연구소, 1992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