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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죽으면 죽으렵니다" _에4:8~16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04.11|조회수43 목록 댓글 0

구약성경 ‘에스더’는 유대가 바빌로니아에 망한 후, 바빌로니아로 끌려갔다가 끌려 간 땅에 남아있던 유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연은 정확하게 할 수 없으나, 본래 조상들이 살던 땅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대인들이 페르시아에 남아, 자기 신앙을 지키며 살고 있었습니다. ‘에스더’는 유대인으로서 왕후가 된 여인입니다.

 

에스더가 왕후가 될 때에도 유대인인 것을 밝히지 않았는데요, 유대인을 혐오하는 분위기 때문이었겠습니다. 그러다가, 유대인을 페르시아 땅에서 지우려는 이들이 권력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 때, 왕후 에스더가 어떤 결단을 내렸고, 어떤 정치적 사건이 있었는지 소개하는 책이 구약성경 ‘에스더’입니다.

 

에스더 4장 8절부터 16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8모르드개는, 수산 성에 선포된 유다 사람을 전멸시키라는 칙령의 사본을 하닥에게 건네 주면서, 에스더에게 그것을 보이고, 설명하여 드리라고 하였다. 또한 모르드개는 에스더가 직접 어전에 나아가서, 왕에게 자비를 구하고, 최선을 다하여 자기 겨레를 살려 달라고 탄원하도록, 하닥을 시켜서 부탁하였다. 9하닥은 돌아가서, 모르드개에게 들은 이야기를 에스더에게 전하였다.

 

10에스더는 다시 하닥을 보내서, 모르드개에게 이렇게 전하라고 하였다. 11"임금님이 부르시지 않는데, 안뜰로 들어가서 왕에게 다가가는 자는, 남자든지 여자든지 모두 사형으로 다스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법은 모든 신하들과 왕이 다스리는 모든 지방 백성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임금님이 금으로 만든 규를 내밀어서, 목숨을 살려 주실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님이 나를 부르지 않으신 지가 벌써 삼십 일이나 되었습니다.“

 

12하닥 일행이 에스더의 말을 그대로 모르드개에게 전하니, 13모르드개는 그들을 시켜서 에스더에게 다음과 같이 전하라고 하였다. "왕후께서는 궁궐에 계시다고 하여, 모든 유다 사람이 겪는 재난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14이런 때에 왕후께서 입을 다물고 계시면, 유다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라도 도움을 얻어서, 마침내는 구원을 받고 살아날 것이지만, 왕후와 왕후의 집안은 멸망할 것입니다. 왕후께서 이처럼 왕후의 자리에 오르신 것이 바로 이런 일 때문인지를 누가 압니까?"

 

15에스더는 다시 그들을 시켜서, 모르드개에게 이렇게 전하라고 하였다. 16"어서 수산에 있는 유다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시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게 하십시오. 사흘 동안은 밤낮 먹지도 마시지도 말게 하십시오. 나와 내 시녀들도 그렇게 금식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는, 법을 어기고서라도, 내가 임금님께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다가 죽으면, 죽으렵니다."

 

 

국가권력은 늘 완벽하지 않습니다. 공보다 과가 많아지기도 하고, 의보다 죄가 커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국가권력은 잘못과 죄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으려고 합니다. 국가 내에 소수 집단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덮어씌우는 정책을 펴곤 합니다. 국가권력의 잘못과 죄를 덮어씌울 희생양을 찾아내, 악한 국가권력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와 관심을 돌리려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국가권력의 생명은 연장되고, 소수 집단의 속한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에스더는 왕후 였지만, 자신이 유대인이라 밝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유대인은 혐오 받는 소수 집단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언제든 국가권력에 문제가 생기면 희생될 수 있는 소수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죽으면, 죽으렵니다”

 

에스더가 제노사이드에 처할 위기에 빠진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나서기 전 한 말입니다. 에스더는 왕후였지만, 가부장제가 극단적으로 발달한 페르시아에선 왕의 명령 없이 왕에게 갈 수 없었습니다. 왕의 명령이 없었는데도 왕후가 왕의 집무실을 찾아가는 건 국법에 도전하는 것이었고, 가부장제 사회를 부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노사이드 당할 동족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 왕을 뵙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어서, 에스더는 죽음을 각오하고 왕의 집무실을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미얀마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수백 명의 미얀마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군인들은 미성년자에게도 총을 쏘았습니다. 심지어 집 안에 있던 일곱 살 어린이도 총에 맞았습니다. 군인이 있어야 할 자리는 국경입니다. 군인들의 총은 자국 백성을 지키기 위해 국경 밖을 향할 때에만 정당합니다. 자국 백성을 향한 군인들의 총은 거악입니다. 가장 악한 것입니다.

 

3월 27일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석한 미스 미얀마 ‘한 레이’가 무대 위에서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오늘 제가 이 무대에 서는 동안 조국 미얀마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오늘만 100명 넘게 죽었습니다. 제발 미얀마를 도와 주세요. 우리는 지금 당장 국제 사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쿠데타를 막아 달라며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미스 미얀마 ‘한 레이’는 미얀마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지금 미얀마에 돌아가는 즉시 체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혼돈과 공허와 흑암’으로 가득합니다. 우리 사는 땅에선 쿠데타의 위험이 사라졌고 독재정치는 불가능해졌지만, 자본독재는 여전합니다. 자본이 우리 사는 땅을 지배합니다. 부동산 가격에 온 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거대 자본에 종속되어, 거기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받아먹으며 살고 있는 우리도 여전히 ‘혼돈과 공허와 흑암’으로 가득한 땅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부활주일입니다. 예수께서 무덤에서 다시 부활하신 날을 기억합니다. 하나님나라를 위해 살다가 창에 찔리고 찢겨 죽어도 예수의 삶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인류의 길이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의 길은 어떤 복개공사로도 가려지지 않습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고 흑암이 깊은 줄 알아 길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빛이 있으라” 말씀하십니다. 빛 속에 하루를 살게 하십니다.

 

옛날 페르시아에서 혐오 받던 사람들에게, 오늘 미얀마에서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여기 자본 독재 치하에서 배고픈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빛이 있으라” 말씀하십니다.

 

빛이 있으라 말씀하시는 말씀을 믿고, “죽으면 죽으렵니다”고 고백한 에스더에게, 미얀마로 돌아가지 못할 줄 알았을 ‘한 레이’에겐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삶입니다. 어쩌면 죽음의 위협에 처할 수 있지만, 진짜 사람으로서의 삶입니다. 부활입니다. 모태에서 태어난 게 첫 번째 삶이라면, 페르시아의 에스더와 미얀마의 ‘한 레이’는 다시 태어난 부활을 살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죽으면 죽을 수도 있는, 그러나 죽지 않을 부활의 길이 있습니다. 부활을 믿는 건, 어쩌면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빛이 있으라 말씀하시며 창조하신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십니다. “하나님 보시시에 좋았다” 하신 말씀이 완전히 이해되진 않지만, 안심이 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보고 계시니 안심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의 상황마저 좋다고 하셨다면, 우리가 땅에서 맞이한 모든 사건들이 결국 좋은 것이라 믿을 수 있어 안심됩니다.

 

가끔 가슴이 죄어오고, 자주 한숨이 나옵니다. 마음을 잡기 위해 책을 읽거나, 성경을 씁니다. 책 속으로 잠시 피하고, 성경을 쓰며 기도합니다. 그래도, 한숨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한숨을 기도로 들어주신다고 믿겠습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원망과 소망이 함께 버무려져 나오는 한숨을 기도로 들어주실 것입니다.

 

옛날 페르시아에 살았던 소수민족 출신 에스더, 지금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 여기 자본 독재 아래에서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사람들,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남은 가족들의 원망과 소망이 버무려진 한숨이 큰 바람 되어, 하늘에 닿는 기도가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에 응답하시고, 다시 사는 부활로 인도하십니다. 죽었지만 죽지 않는 삶으로 우리를 초대하시고, 죽을 것만큼 힘들지만 뜻을 따르는 참사람으로 우리를 다시 살게 하십니다. 2천 년 전, 예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부활합니다.

 

여전히 살아있는 예수의 길, 부활한 우리가 갈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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