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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무지개, 나무 _ 창8-9장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06.06|조회수49 목록 댓글 0

현충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순국하신 분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현충일마다 현충원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갑니다. 현충원엔 전선에서 순국한 이들이나 군인들이 묻혀있습니다. 국가를 위해 특별히 헌신한 사람들도 묻혀 있구요.

 

71년 전 전쟁이 있었고, 2백만 이상의 민간인이 죽었습니다. 대부분 현충원에 묻히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6·25 전쟁 당시 한반도 전체가 전선이었습니다. 전쟁 직후 후퇴하던 국군은 낙동강까지 밀렸고, 인천상륙작전 이후 후퇴하던 인민군은 압록강까지 밀렸습니다. 낙동강부터 압록강에 이르는 거의 한반도 전체가 전선이었습니다. 전선이 아래로 위로 다시 아래로 이동하면서, 전쟁은 마을 속으로 깊이 들어왔습니다. 이웃들 간에 서로 죽이는 일들이 한반도 전체에서 일어났습니다. 2백만이라는 숫자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죽음이 이 땅 전체에 덮였습니다.

 

전쟁은 코로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위협하는 사건입니다. 6·25 전쟁은 노아 때 있었던 홍수처럼 한반도 전체를 주검으로 덮었습니다. 이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에게 6·25 전쟁은 실패였습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창조하신 하나님에게 6·25 전쟁은 실패였습니다. 땅과 사람이 심판을 경험하는 건 창조의 실패를 뜻합니다. 하나님도 실패하신걸까요.

 

노아가 살던 때에,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물로 덮으셨습니다. 땅의 샘이 터지고 하늘의 문이 열려, 산꼭대기까지 물로 덮였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코로 숨을 쉬는 모든 생명이 죽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생명을 창조하셨다면, 생명을 향한 심판은 하나님 자신을 향한 심판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실패하신 것 같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다시 시작하십니다. 창세가 9장 12절과 13절을 읽겠습니다.

 

12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 및 너희와 함께 있는 숨쉬는 모든 생물 사이에 대대로 세우는 언약의 표는, 13바로 무지개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둘 터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언약의 표가 될 것이다."」

 

구름 사이에 무지개를 두겠다고 하십니다. 무지개는 빛이 물방울을 통과하며 분광된 빛의 띠입니다. 물방울이 모인 구름을 통과한 빛이 무지개입니다. 홍수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구름은 트라우마를 헤집는 것이었을 겁니다. 구름 사이에 무지개를 두심으로, 구름을 직시하게 하십니다. 무지개를 보면서 구름을 직시하게 하십니다. 무지개 덕분에 구름은 트라우마를 헤집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약속을 떠오르게 하는 신표가 됩니다. 구름 사이에 무지개를 두시며 구름을 보는 사람들 마음을 오히려 좋게끔 하십니다. 모든 것을 선하게 하십니다.

 

또, 분광된 빛 무지개는 창조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창세기 1장 3절부터 5절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셔서, 빛을 낮이라고 하시고, 어둠을 밤이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빛은 창조의 시작이었습니다. 빛이 있음으로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구름 사이에 무지개를 두신 것은, 빛이 있으라 말씀하셨던 처음 창조의 반복입니다. 하나님께선 다시 시작하십니다. 홍수로 덮어 버려야할 만큼 심각한 실패를 뒤로 하시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입니다.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 땅에 내렸을 때, 땅은 심각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쓰러져 있었을 것입니다. 도처에 주검이 널려있었을 것입니다. 6·25 전쟁이 그랬습니다. 마을 속에 주검이 널려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내리는 길목마다 주검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노아가 방주에서 내렸을 때에도 그랬을 겁니다.

 

전쟁이 끝났고 평화의 시절입니다. 아직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이 땅은 전쟁 상태지만, 70년 전에 있었던 전쟁이 반복되진 않았습니다. 휴전이든, 종전이든, 그 이름을 뭐라 하든 우리 사는 땅은 평화를 향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8장 1절입니다.

 

「하나님이, 노아와 방주에 함께 있는 모든 들짐승과 집짐승을 돌아보실 생각을 하시고, 땅 위에 바람을 일으키시니, 물이 빠지기 시작하였다.」

 

홍수로 덮였던 땅에 바람이 불어 물이 밀려난 것입니다. 전쟁이 물러나고 평화가 온 것입니다. 다시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구름 사이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바람이 불어 물이 밀려난 것 역시 처음 세상이 창조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창세기 1장 9절부터 10절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하늘 아래에 있는 물은 한 곳으로 모이고, 뭍은 드러나거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고 하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고 하셨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홍수 같은 사건이 덮치지 않을까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구름만 봐도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다시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노아는 다시 시작했습니다. 창세가 9장 20절입니다. 「노아는, 처음으로 밭을 가는 사람이 되어서, 포도나무를 심었다.」”(창9:20) 구름 사이에 무지개가 있습니다. 구름을 보고도 노아는 방주를 만들지 않습니다. 포도나무를 심습니다.

 

두려워 방주를 지을 때가 아니라, 믿어 나무를 심을 때입니다.

 

윌리엄 터너, <무지개>, c.183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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