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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_렘7:1~23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07.03|조회수28 목록 댓글 0

어떤 처지이든 나는 하나님의 백성이라 믿습니다.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땅을 약속하셨습니다. 약속하신 땅으로 아브라함은 갔습니다만, 곧 기근이 닥쳤고 먹고 살기 위해 아브라함은 이집트고 가버렸습니다. 이집트에서 아내 사라를 파라오에게 팔아 넘기고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이집트는 약속의 땅도 아니었고, 이집트에서 아브라함은 비굴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가족을 이집트에서 부유하게 하십니다. 약속의 땅을 떠났고, 아내마저 팔아넘긴 아브라함이 부유해집니다.

 

모든 땅이 하나님의 땅입니다. 바벨탑이 무너져 혼란스러웠던 시날 땅도 하나님의 땅입니다. 아브라함 가족이 시날을 빠져나와 머물렀던 하란 땅도 하나님의 땅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목적지로 일러 주신 가나안 땅도 하나님의 땅입니다. 기근을 견딜 수 없는 비루한 아브라함이 아내를 팔아넘길 만큼 비겁해졌던 이집트 땅도 하나님의 땅입니다. 거기가 어디든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땅입니다. 바빌로니아와 왕도, 이집트의 파라오도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습니다. 어디나 하나님의 땅입니다.

 

길을 잃곤 합니다. 이집트로 가면서 아브라함은 길을 잃어버린 겁니다. 하나님께선 길을 잃은 아브라함을 보셨습니다. 사람은 길을 잃지만 하나님께선 사람을 잃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으신다면, 사람은 길을 잃어버린 게 아닙니다. 길을 잃어버린 게 사실이지만, 진실은 길을 버린 게 아닙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는 게 진실입니다.

 

김목사는 전라도 장성에서 태어났고, 광주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공부했고, 안산에서 일을 시작했고, 김포에 닿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력서가 길어집니다. 이력(履歷)은 신발(履)의 역사(歷)니까요. 채워진 이력서를 보면 제법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교회와 사회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이제 또 다시 이력서를 가지고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네책방 대표들이 모이는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공간 민들레와달팽이에서 만난 사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공부하며 일하며 제 이력서는 더 길어지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력서를 보지 않으십니다. 모세는 새로운 길을 나서야 할 때 하나님 앞에서 신을 벗어야 했습니다. 거룩한 땅에선 신발을 벗는 건 관습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종교 사찰이나 신전에선 신발을 벗기도 합니다. 초월적인 공간에선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게 인류의 오래된 기억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시던 거룩한 공간도 신을 벗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일을 맡기실 때 신발(履)의 역사(歷), 이력(履歷)에 관심이 없습니다. 어디를 지나왔든 거기가 다 하나님의 땅이니까요. 사람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든 하나님의 땅 위에 있었고,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었으니까요. 신발의 역사, 이력서는 하나님의 관심은 아닙니다.

 

이력서가 아무리 길어도 다음 길을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길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가만히 서서 이정표 없는 길 너머를 응시할 뿐입니다. 길을 잃곤 하는 건, 사람의 느낌입니다. 거기가 어디든지 하나님의 땅이기 때문에 길을 잃을 순 없습니다.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을 거부하고 이집트로 가버린 것도 길을 잃은 게 아니었습니다.

 

장성이든, 광주든, 서울이든, 안산이든, 김포든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이력의 자리는 하나님의 땅이기 때문에, 저는 길을 잃은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길을 잃은 거 같은 느낌이 솟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지 않을 때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을 때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백성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않을 때입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한 사람의 평생, 그 사람이 살던 시대의 변곡점마다 말씀하십니다. 예레미야에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몬의 아들 요시야가 유다 왕이 되어 다스린 지 십삼 년이 되었을 때에,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셨다. 요시야의 아들 여호야김이 유다 왕으로 있을 때에도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고, 그 뒤에도 유다 왕 요시야의 아들 시드기야 제 십일년까지 주님께서 그에게 여러 번 말씀하셨다.」(렘1:2~3) 왕이 바뀐 후 정치적 격동의 때마다, 정세가 변하며 국운이 결정되는 때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역사를 일깨우시며 그 시대의 정신이 무엇인지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예레미야와 동시대 사람들은 바빌로니아로 끌려가게 될 것입니다. 길을 잃을 것입니다. 성전도 무너질 것입니다. 교리도 잃어버릴 것입니다. 길도 잃고 교리도 잃어버릴 테지만,

 

예루살렘도 하나님의 땅이고, 바빌로니아도 하나님의 땅입니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어디에 살든 어디로 끌려가든 사람은 길을 잃을 수 없습니다. 거기가 어디든지, 사람은 하나님의 땅 위에 살고,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땅을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집착할 까닭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의 백성이라 부르십니다. 예레미야 7장 23절입니다. 「오직 내가 명한 것은 나에게 순종하라는 것, 그러면 내가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라는 것, 내가 그들에게 명하는 그 길로만 걸어가면, 그들이 잘 될 것이라고 한 것뿐이지 않았더냐?」 나는 어리석은 유대 왕들의 신민이 아닙니다. 나는 바빌로니아 제국의 신민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파라오에게 아내를 팔아넘기는 비굴한 아브라함도 파라오의 신민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어디에 있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라 하십니다. 무엇을 하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라 하십니다. 이력서 행간에 숨어 있는 비루함과 비겁함을 하나님께서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지금 비루하고 비겁한 우리를 보십니다. 하나님께 불순종해 길을 잃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는 게 진실입니다.

 

나는 믿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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