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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일상, 우리의 이상_막1:29~35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09.25|조회수30 목록 댓글 0

하나님 앞에 있는 것이 기도입니다. 하나님 앞에 있기로 작정하는 때가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기도하는 장소, 기도의 방법, 기도의 언어, 기도의 자세가 무엇이든, 기도는 하나님 앞에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 있을 때, 거기가 어디는, 어떤 상황이든, 누구와 함께 하든, 무엇을 하든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바울의 명령은 하나님 앞에 자기 자신을 두라는 뜻이겠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은 작습니다. 온 우주도 하나님을 담을 수 없는데, 우주의 먼지보다 작을 사람이니까요.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사람은 자신이 작다는 걸 확인하기에 한 없이 겸손한 사람입니다. 기도하면 겸손해 집니다.

 

열병에 걸린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귀신 들린 사람을 자유하게 해주었던 예수는 가버나움의 영웅이었습니다. 가버나움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예수께서는 멈추지 않습니다. "가까운 여러 고을로 가자. 거기에서도 내가 말씀을 선포해야 하겠다. 나는 이 일을 하러 왔다." 이렇게 쉼 없이 가야할 모든 곳에서 만나야 할 모든 사람을 만나는 예수의 소문은 금새 퍼질 것입니다. 가버나움의 영웅 예수는 갈릴리 전체의 영웅이 될 것입니다. 예루살렘까지 영웅 예수에 관한 이야기가 돌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만큼 이름도 커지고, 이름이 커지면 사람도 커집니다.

 

예수는 기도합니다. 마가복음 1장 35절입니다. “아주 이른 새벽에, 예수께서 일어나서 외딴 곳으로 나가셔서, 거기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예수의 기도는 오직 하나님이 사람들을 구하셨다는 고백이겠습니다.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고, 영웅이 아니라 한 없이 낮은 사람으로 자기 정체성을 조정합니다. 사람들이 영웅이라 외치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 고요한 하나님의 음성에 채널을 맞춥니다. 기도한다는 건 영웅의 지위를 포기하고, 대접 받기를 거부하고, 다시 처음 길을 나선 것처럼 두렵고 겸손한 마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참된 종교는 영웅 대접 받기 마땅한 사람에게 기도하라고 가르칩니다. 기도하는 종교지도자라면 그래서 영웅 노릇할 수 없습니다.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선 사람은 스스로 영웅이 아니라는 걸 알고, 하나님만 찬양의 대상이라 고백합니다. 예수께서 구별된 옷 입고 인사 받는 종교지도자들을 싫어하신 이유입니다. 소매가 넓고 술이 많이 달려 특별한 사람인양, 포장재 같은 옷 입은 종교지도자들을 예수께서는 몹시 싫어하셨습니다. 예수께선 단 한번도 제사장의 옷을 걸치지 않았지만, ‘큰 대제사장’이라 인정받으셨습니다. 히브리서 4장 14절입니다.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계시니 승천하신 이 곧 하나님의 아들 예수시라” ‘큰 대제사장’ 예수는 제사장의 가운을 입지 않았고 종교지도자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았습니다. 영웅 대접 받기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 없는 시공간에서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셨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작은 사람으로서, 가야할 길을 쉼없이 걸었습니다. 쉬지 않고 기도하셨습니다.

 

선거의 계절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는, 그리고 이긴 사람은 스스로 영웅 노릇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워야겠습니다. 정치가가 하나님 앞에 선다는 건 국민 앞에 자신을 세우는 것입니다. 국민 앞에 자기를 세워 스스로를 국민보다 작게 여기는 사람이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종교를 갖고 있느냐와 무관하게, 국민 앞에 자기를 세우고 스스로를 작게 여기는 사람이 영성을 갖춘 정치가입니다. 종교를 갖고 있고, 사찰이나 예배당에서 신실한 자세로 종교 행위를 행한다 해도, 당선되고 성취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도취된다면, 그의 모든 종교적 행위는 그냥 정치적인 것입니다. 국민 앞에서 자기를 작다고 여기는 정치인이라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작다고 여기며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겸손한 사람 주변에 영웅들이 모이고, 더불어 겸손하게 영웅의 일을 실천하면 좋은 정치입니다.

 

국가에 비해 교회의 규모는 작지만, 교회에도 정치가 있습니다. 교회가 일군을 세워 집사, 권사, 장로, 목사라 부르며 일을 맡깁니다. 이런 게 다 정치입니다. 교회의 정치가 좋은 정치되려면, 일을 맡은 이들이 사람들 앞에서 영웅 노릇하지 않고 기도해야겠습니다. 열심히 일 잘해서 소문내는 데 열중하지 않고, 기도하며 겸손하게 하나님께서 일하셨음을 고백하는 게 기도입니다. 겸손한 사람들이 일을 맡는 게 교회의 정치입니다. 겸손하게 일하는 게 기도입니다.

 

부모의 기도는 자녀를 높게 여기는 것입니다. 자녀의 기도는 부모의 훈계를 달게 듣는 것입니다. 경영자의 기도는 노동자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기도는 회사 전체의 이익을 살피는 것입니다. 다수자의 기도는 소수자의 생각을 살피는 것입니다. 소수자의 기도는 다수자의 속도를 견디는 것입니다. 비장애인의 기도는 누구나 장애인이 되는걸 아는 것입니다. 장애인의 기도는 모든 사람이 자유를 갖는 것입니다.

 

기도는 이렇게 하나님 앞에서 우리 모두의 크기를 같은 높이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 작습니다. 작은 사람들이 키를 높이기 위해 다른 이의 어깨를 타지 않고, 무릎을 구부리고 부축하며 하나님 앞에서 같은 높이로 서는 것이 기도입니다.

 

오늘 민들레교회는 새로운 기도 모임을 시작합니다. 장애인 청년들이 모여 일상을 얘기합니다. 모든 장애인들이 일상을 사는 게 우리의 이상입니다. 우리의 기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이상을 이루십니다. 겸손한 영웅들이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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