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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옥, 있으면 합니다_막2:18~22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10.31|조회수370 목록 댓글 1

사람의 생각은 말로 구성됩니다. 새로운 말로 생각할 줄 알아야 상투어에 갇히지 않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된다」고 하신 예수의 뜻은 진부한 말에 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상투어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새로운 말로 생각하자는 제안입니다. 지금에 맞춤한 새로운 말로 표현된 생각이라야, 하나님의 뜻에 가깝습니다.

 

상투어에 갇혀 생각할 줄 모른다면, 그래서 자신의 말을 할 줄 모른다면, 심각한 악에 빠져, 심지어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상투어가 아닌 새로운 말을 찾는 건, 사람으로 살고 사람을 살리려는 것입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두환에 대한 윤석열의 평가입니다. 생각이 말로 구성된다면, 윤석열의 어떤 생각이 이런 말로 구성되었을까요. 1980년 5월 군대가 시민을 향해 총을 쏘아대던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을 평가하길 “그야말로 정치는 잘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윤석열의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부질없는 질문이다. 이 따위 말에 생각이 배었을 리 없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그 입을 심판한다면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그 입이 심판받아 가게 될 지옥이 있으면 합니다. 지옥이 있으면, 합니다.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지옥의 지형도La Carte de l'Enfer, 1495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는 <신곡>에서 ‘지옥’에 관해 말합니다. 단테의 지옥은 9개의 원(층)으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가까운 제 1원은 신앙이 없었으나 덕을 쌓은 자들이 가는 곳으로 육체에 가하는 형벌은 없으나 천국으로 이르지 못하는 마음의 고통을 받는 지옥입니다. 제 2원은 음란한 자들을 가둔 지옥, 제 3원은 탐식한 자들을 가둔 지옥, 제 4원은 인색한 자들을 가둔 지옥, 제 5원은 교만하여 분노하는 자들을 가둔 지옥, 제 6원은 이교도 혹은 이단을 가두는 지옥, 제 7원은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가둔 지옥, 제 8원은 경제 사범들을 가두는 지옥, 제 9원은 배반한 자들을 가둔 지옥입니다.

 

제 7원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가둔 지옥엔 피가 흐르는 강이 끓고 있습니다. 가장 나쁜 악한은 눈썹 위까지 끓는 피에 삶아지는 징벌을 받습니다. 조금 덜 악하면 가슴까지 잠겨 삶아지고 있구요. 눈썹 위까지 잠겨 삶아지고 있는 가장 악한 폭군이 바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입니다. 끓는 핏물을 견딜 수 없어 머리를 내밀라치면 반인반수 괴물이 기어나오는 머리를 향해 화살을 쏩니다. 단테가 상상한 지옥입니다만, 시민들을 학살해 피를 흐르게 한 전두환이 그 끓는 피에 삶아지는 지옥, 있으면 합니다. 

 

2021년 11월 23일 전두환은 죄값을 치르지 않고, 아무 사과도 없이 사망했습니다. 사과하지 않은 악인을 위한 지옥, 꼭 있으면 합니다. 국민을 배반하고 시민들에게 총질하는 군인들이 가야할 지옥, 있으면 합니다. 전두환을 가두는 지옥이 있다면 폭군들을 끓는 피로 삶는 제 7원과 그 보다 더 깊은 곳에 있으며 배반자를 가두는 제 9원일 것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을 배반하고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총을 쏜 군인들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을 배반하고 총을 쏘았던 군인들의 수괴 전두환에게 다른 지옥은 축복입니다. 단테가 다시 지옥을 여행한다면 지옥의 가장 깊은 곳 제 9원에서, 그 머리를 괴물의 머리에 쳐박고 다리는 괴물의 턱에 걸친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것입니다.

 

윤석열에겐 그 생각하지 않는 혀로 전두환을 핥아 옥바라지하며 그의 통치를 받는 지옥, 있으면 합니다.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던 전두환과 함께 제 9원에서 서로 대통령하는 지옥, 있으면 합니다. 혹, 하나님께서 윤석열을 위한 특별 감방을 따로 마련해주신다면 전두환의 정치를 상찬한, 생각하지 않는 그 입을 인두질하는 가죽 공방 지옥, 있으면 합니다.

 

1970년 대와 1980년 대 군사독재 시절을 추억하며 내뱉는 상투어로는 우리 시대의 생각을 담을 수 없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우리 시대의 생각을 헌 가죽 부대에 담으면, 가죽 부대도 터지고 포도주도 쏟아져 버립니다. 군사 독재 시절을 추억하는 상투어로 정치하는 세력은, 그래서 헌 가죽부대처럼 터져버릴 것입니다. 

 

우리 시대엔 상투어가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담고 있는 새로운 말을 유통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이루어 새 가죽부대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생각을 담고 있는 새로운 말을 읽고 듣습니다. 인문학에 노출되고 신학의 지평을 넓혀야, 상투어로 말하지 않습니다. 공간 '민들레와 달팽이'를 책으로 채운 이유입니다. 

 

새 가죽부대를 만들기 위해, 마름질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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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1.23 21년 10월31일 민들레교회 설교원고입니다. 11월 23일 오전 전두환이 죽은 후, 원고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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