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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땅, 혐오받는 사람들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11.21|조회수158 목록 댓글 0

로마 황제가 지중해 세계를 통치하고 있을 때, 예수께서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헤롯 가문이 로마 황제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 백성들을 수탈하고 있을 때, 예수께서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로마 황제를 향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하나님을 기뻐하며 사는 인생으로 전환하기를 요청하셨습니다.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막1:15) 이 말씀을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뿌리셨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사람들에게 뿌리실 때,

 

어떤 사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막4:15) 또 어떤 사람은 기뻐했지만 환난을 겪거나 박해를 받고는 넘어졌습니다.(막1:17) 또 다른 사람은 세상의 염려와 재리의 유혹과 욕심 때문에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막1:19) 예수께선 사람들을 설복시키지 못했고, 예수의 말씀에 동의했던 사람들도 넘어지거나 아무 결실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예수께선 숱하게 실패하셨습니다.

 

예수께선 5천 명을 모아 대규모 집회를 하기도 했지만, 집회에 참가한 대부분은 예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5천명 넘는 사람들이 예수의 말씀도 듣고 아무 것도 없는 광야에서 먹고 배불렀지만, 그저 먹고 배부른 것만 기억했고, 먹고 배부르기만을 바랐습니다.(요6:26) 씨앗이 길가에 뿌려져 새가 쪼아 먹어 버리듯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뿌리신 말씀은 조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예수께선 특별히 열두 제자를 세워 함께 먹고 마시며 걸으며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로마 총독이 예수를 죽이려 할 때, 가룟 유다처럼 배반하거나 베드로처럼 예수를 부인했습니다. 나머지 제자들은 도망쳐 버렸구요. 돌밭에 뿌려진 씨앗처럼 잠간 뿌리를 내렸다가 뜨거운 기운이 불자 곧 말라버린 겁니다.

 

예수와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몹시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자들도 예수에게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재리의 유혹과 욕심을 놓을 수 없어, 율법을 다 지켜 행할 만큼 성실한 종교생활로 자신의 덕을 세워왔지만, 아무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가시떨기에 떨어진 씨앗처럼 부자들에게 떨어진 예수의 말씀은 발아하고 줄기를 뻗고 가지를 내고 잎이 돋기까지 했지만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한 겁니다.

 

이렇게 예수께선 대부분 실패하셨습니다.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예수께선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고 말씀하셨지만, 열매를 거두지 못하셨습니다.

 

귀도 레니, 막달라 마리아 The Penitent Magdalene, c.1635, 90.8*74.3cm, The Walters Art Museum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이 예수의 곁을 무덤까지 지켰습니다. 창녀일지 모를 막달라 마리아가 그랬습니다.(막15:47) 세리 삭개오가 예수를 만나고 식사를 하며 대화한 뒤에 회개하고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했습니다.(눅19:8) 예수께서 뿌리신 말씀의 씨앗을 가장 잘 받아들였던 좋은 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창녀와 세리가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는 좋은 땅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께서 기대하고 의도했던 것 이상의 결실을 맺는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100배까지 뛰어 넘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 놀랍습니다. 예수의 말씀은 숱하게 실패하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기도 한 것입니다.

 

로마 세계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이야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예수의 말씀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권력과 유착한 종교지도자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오기를 바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환난이나 박해가 닥쳤을 때 말씀을 포기해버리는 돌밭 같은 사람이었다는 건 아픕니다. 주일마다 예배드리는 데에 익숙한 사람들과 제자는 닮았으니까요. 다양한 제자 양육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신학 및 신앙 서적들을 탐독하며 예수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과 제자는 닮았으니까요. 이런 제자들이, 이렇게 신실한 사람들이 열매 맺지 못하는 돌밭이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막달라 마리아나 세리 삭개오는 당시에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나 양심적인 지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혐오 받던 이들이 예수의 말씀을 받아 100배의 열매를 맺기도 하는 좋은 땅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예배당 안에서, 혹은 각자의 자리에서 종교지도자의 인도를 따라 예배를 드리고 있는 우리는 좋은땅 같은 사람일까요. 복음서에 의하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돌밭이나 가시떨기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목사같은 종교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같이 말씀을 오래 읽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말씀을 기계적으로 다루다가 휘발시켜버리기에 새들이 와서 쪼아갈 시간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종교 전문가들이야말로 종교와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차마 예배를 드릴 수 없다고 자책하는 사람, 신실한 기독인들에게 혐오 받는 사람, 사회적 통념상 손가락질 받는 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좋은 땅일 가능성이 오히려 높습니다.

 

전통교회가 혐오하는 사람들이 실은 하나님의 품 안에 있습니다. 전통교회가 옹호하는 세력이 실은 하나님의 눈 밖에 있습니다. 나와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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