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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리 가야할 때_막4:26~34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1.12.05|조회수26 목록 댓글 0

겨울에 옮겨 심은 나무는 죽지만, 사람은 겨울에 옮겨 심어야 삽니다. 나무는 언 땅에 뿌리 내리고 있으면 살지만, 사람은 언 땅에 그대로 있으면 죽습니다. 우리 속담입니다. “나무는 옮겨 심으면 죽지만 사람은 옮겨 심어야 산다.”

 

씨앗을 생각합니다. 씨앗은 맺힌 자리에 그대로 있지 않습니다. 씨앗은 나무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합니다. 새나 짐승이나 곤충에게 먹혀 배설물로 나오기도 하고, 바람에 실려 가기도 하면서 씨앗은 처음 맺힌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낯선 흙을 만나 씨앗은 싹을 틔우고 줄기를 내고 가지를 벋습니다. 가지에서 열매를 맺으며 큰 나무가 됩니다. 씨앗이 열매 맺는 나무가 되는 첫 걸음은, 맺힌 자리에서 되도록 멀리 떠나는 것입니다.

 

사람은 씨앗 같습니다. 떠나야 성장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떠나려면 사건이 필요합니다. 씨앗이 처음 맺힌 나무에서 떠날 때 바람이나 새, 곤충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도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을 도움으로 경험하지 못합니다. 사람은 사건이 일어날 때 불안하거나 두렵습니다.

 

아브라함이 떠날 때도 그랬습니다. 아브라함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건 바벨탑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바벨탑이 무너진 건 심판이었지만, 악한 권력이 무너진 것이라 은혜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벨탑을 재앙이라 판단합니다. 아브라함도 그 무너진 자리를 떠나야 할 때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새로운 땅에 닿을 때마다 아브라함은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야곱이 떠날 때도 그랬습니다. 야곱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건 형 에서가 야곱을 미워했기 때문입니다. 형 에서가 품은 살의를 피해 야곱은 어쩔 수 없이 돌베개를 베고 자야하는 여정을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이 떠나야 했던 건 축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형 에서의 미움보다 아버지의 축복이 떠나야하는 진짜 이유였습니다.

 

농부가 땅에 씨앗을 흩어 뿌리듯, 하나님께선 사람들을 흩어 보내십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아브라함을 보내시듯 사람을 새로운 땅으로 보내십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야곱을 보내시듯 사람을 새로운 길로 나서게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시지만, 사람은 부득이하게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땅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사람을 떠나지 않는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죄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품고 살기에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불안과 두려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죄인입니다. 바벨탑이 무너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압니다. 누군가의 미움을 받으면 온 세상의 표적이 되는 줄 압니다. 아브라함에겐 무너진 자리가 출발점입니다. 야곱에겐 미워하는 사람의 존재가 복 받은 증거입니다.

 

하나님께서 씨앗 같은 사람을 흩어 보내시며, 하나님나라를 확장케 하십니다. 흩어 뿌려진 씨앗이 저 멀리에서 수십 배 수백 배 결실하는 나무가 됩니다. 흩어 뿌려진 씨앗이 저 멀리에서 새들이 깃들일만한 큰 나무가 됩니다.

 

예수께서 들려주신 비유를 소개하는 ‘마가’(Mark)는 선교사였습니다. 바나바와 바울이 함께 했던 선교여행에 동행했다가 힘들어서 중도에 돌아와 버렸습니다. 다음 선교 여행을 준비할 때, 바나바는 마가를 다시 데려가려 했고, 바울은 마가를 데려가려하지 않았습니다. 바나바와 바울이 마가 때문에 다투게 되고 결국 둘은 헤어집니다. 마가 때문에 바나바와 헤어졌던 바울이 감옥에서 유언처럼 쓴 편지에 마가를 몹시 보고싶어 합니다. 선교여행이 힘들어 중도에 돌아가 버렸던 마가가 바울의 동지가 된 겁니다. 마가가 바울의 동지가 될 만큼 성숙한 선교사가 된 겁니다. 하나님 나라를 확장케 하는 씨앗이 된 겁니다. 마가는 하나님께서 흩어 뿌리는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고 새가 깃들이는 큰 나무가 되어, 자신의 이름으로 공동체를 일구어 마가복음이라는 예수에 관한 최초의 기록을 남기기까지 합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마가가 성장했듯, 하나님은 사람을 흩어보내시며 큰 나무로 자라게 하십니다. 

 

딛고 선 자리가 무너져도 세상은 여전합니다. 바벨탑이 무너졌을 뿐입니다. 누군가 나를 죽일 듯 미워해도 용감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더 큽니다.

 

지도 없어도 나침반 들고 걸어가겠습니다. 길이 있어서 가는 게 아니라,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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