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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조금 불편해지는 것_레19:1~18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2.03.06|조회수201 목록 댓글 0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명령하십니다.

 

「너희의 하나님인 나 주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레19:2).」

 

거룩하다는 “뜻이 매우 높고 위대하다”는 뜻입니다. 또, 종교적으로 구별된 공간, 기구, 시간을 거룩하다고 표현합니다. 이런 추상적이고 종교적인 명령 뒤에 하나님은 일상 생활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십니다. 레위기 19장 3절부터 18절에서 가족, 농사, 재판, 민족 등의 분야에서 거룩함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일러주십니다. 특히 18절은 예수께서도 인용하신 문장입니다. 「너는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 거룩하다는 건 결국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특히 장애인에 관한 구절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레위기 18장 14절입니다. 「듣지 못하는 사람을 저주해서는 안 된다. 눈이 먼 사람 앞에 걸려 넘어질 것을 놓아서는 안 된다. 너는 하나님 두려운 줄을 알아야 한다.」

 

출처:연합신문

 

지하철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출퇴근 시간에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어렵기에 출퇴근 시간에도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것입니다. 시위의 방법은 간단합니다. 출퇴근 시간에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냥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 탑승할 뿐인데, 복잡한 출퇴근 시간이라 비장애인들이 불편해합니다. 그래서 짜증 내거나 화내는 비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짜증 나고 화날 때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휠체어를 타고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탈 수 없었던 장애인들의 짜증과 화가 얼마큼 누적되어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왜 장애인들은 복잡한 출퇴근 시간엔 지하철을 탈 수 없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건 시위 현장에 아는 얼굴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에 설교하러 오셨던 활동가도 계시고, 대화도 하고 식사도 나눴던 사람도 있습니다. 또 저와 함께 자조모임을 했던 청년은 시위를 주도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교회 집사께서 시위하는 장애인들의 동지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아는 사람들의 절실한 소망이 출퇴근 시간의 시위로 이어졌기에 저는 출퇴근 시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람을 알면 이해됩니다. 이해되면 함부로 짜증 낼 수 없고 화 나지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듣지 못하는 사람’과 ‘눈이 먼 사람’을 언급하시는 건 그 사람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선 장애인을 알고 계셨기에 장애인 이동권에 관해 모세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에 관해 오래 전에 말씀하셨습니다.

 

「눈이 먼 사람 앞에 걸려 넘어질 것을 놓아서는 안 된다(레19:14)」

 

장애인 앞에 걸리는 것을 놓지 말라 하십니다. 휠체어 장애인 앞에 계단을 놓아선 안됩니다. 버스의 계단을 없애고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제작해야 합니다. 고속버스에도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자리가 구별되어 장애인들도 명절에 고속버스를 탈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에도 안전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공간을 구별해야 합니다. 이렇게 공간과 기구를 거룩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너희의 하나님인 나 주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레19:2).」

공간과 기구와 시간을 거룩하게 구별하라는 게 하나님의 뜻입니다. 장애인들 앞에 걸리적 거리는 것들을 제거하면 우리 사는 세상과 우리 모두가 거룩해집니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입니다. 지난 세 차례 TV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언급한 후보가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가 먼저 이야기했고, 마지막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도 약속했습니다. 장애인, 구체적으로 그 이동권을 생각하는 후보 중 한 명에게 투표하는 것이 또한 거룩함입니다.

 

대한민국이 거룩한 나라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 되길 기대합니다. 거룩한 나라는 시민들이 자기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장애인이 이동할 때, 비장애인이 조금 불편해지는 것,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비장애인들이 그동안 편했다면, 내내 장애인들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조금 불편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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