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유이치가 쓰고,
아베 히로시가 그린
<가부와 메이 이야기>
‘가부’는 늑대, ‘메이’는 염소다
<폭풍우 치는 밤에> 폭풍과 비를 피해
염소와 늑대가 따로 따로 동굴에 들어 간다
폭풍우 치는 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밤을 이기려 대화한다
염소는 상대가 늑대인지 모르고
늑대도 상대가 염소인지 모른다
몸이 닿을 만큼 가까운 자리에 함께 있으면서도,
늑대는 먹지 않고, 염소는 먹히지 않는, 평화가
<폭풍우 치는 밤에> 시작되고,
염소와 늑대는 다시 만나 <나들이>를 간다.
한 방향을 보고 나란히 걷는 까닭에 석양을 받아 생긴
"두 그림자가 이제는 하나가 되어 끝없이 이어"진다
이렇게 평화는 지속된다. 그러나,
늑대와 친구가 된 염소는 염소들의 의심을 받고,
염소의 친구가 된 늑대는 늑대들의 배반자로 찍혀,
결국 염소들과 늑대들을 떠나 산 너머 다른 세상을 찾아 나선다.
배반자를 응징하려는 늑대들에게
추격 받아, 발각되기 직전,
추격자 늑대들이 돌이키는데,
꽃 때문, 혹은 꽃 덕분, 이었다.
"여기 예쁜 꽃이 피어 있어... 밟지 않게 조심해"
동굴 입구에 피어있는 예쁜 꽃을 밟지 않으려고, 늑대들은
염소와 늑대가 숨어있는 동굴을 더 이상 수색하지 않는다.
염소를 먹지 않는 늑대,
꽃을 밟지 않으려는 늑대들
평화의 징조
옛날 유대라는 나라 왕실의 제사장이었다는
이사야의 꿈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의 꿈
이북과 이남 사이에 기차가 달려
전쟁 위험 줄어 징병제 폐지되고
이주민과 선주민 사이 낯설지 않아
다양한 문화 여러 생각이 유통되고
지하철에서 고속버스에서 비행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주 만나고
여자와 남자와 다양한 젠더 정체성
어린이와 어른이가 서로를 존중하는
꿈, 깨고 싶지 않은
현실, 깨어져야 하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앓는 사람들
꿈꾸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
아픈 마디마디가 새로운 시작을 잇는 매듭매듭 되길
마음 속 폭풍우로 신열 앓는 청년의 몸에 평화를
기도하는 밤, 마침내 <보름달 뜨는 밤>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이사야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