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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꽃 이슬 맺는 때_출14:5~14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2.07.31|조회수85 목록 댓글 2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잘 되진 않습니다. 연습하면 그래도 낫지만 연습한 대로 꼭 되는 건 아닙니다. 연습할 수 없는 일들도 많습니다. 확률상 계획한 대로 되기란 아주 낮습니다.

 

이집트의 히브리인들에게도 계획이 있었습니다. ‘이집트를 빠져나가 광야에서 예배를 드리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들어간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목표가 굵직하고 또렷합니다. 계획이 실행될 확률을 높이자면 연습해야 하는데, 히브리인들의 이런 계획은 연습이 불가능합니다. 그냥 부딪히는 수밖에 없는 계획들입니다. 히브리인들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네 인생이 비슷합니다. 계획을 세우지만, 인생이란 게 연습하고 살아지는 게 아니니까요. 그냥 부딪히는 수밖에 없는 계획들을 세울 때마다 생각합니다. 외우고 있는 말씀을 다시 되뇝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16:9)」

 

새번역으로 다시 읽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앞길을 계획하지만,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하나님께서 걸음을 인도하셔서 이집트를 빠져나왔는데, 이상합니다. 홍해 바다로 앞이 막혔습니다. 이집트 군대가 뒤쫓아오고 있습니다. 배도 없이 홍해로 뛰어들 순 없고, 당대 최강의 군대와 싸우는 건 죽어 멸절되는 것입니다. 이집트 군대에 항복해 다시 노예가 되는 거 외엔 방법이 없지싶습니다. 투항해 노예가 된다면 죽음보다 처참한 여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이럴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이럴 거면 애초에 이집트에서 나오지 않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게 맞는지 의아합니다. 원망이 터져나옵니다.

 

「이스라엘 자손은 크게 두려워하며, 주님께 부르짖었다. 11그들은 모세를 원망하며 말하였다. "이집트에는 묘 자리가 없어서, 우리를 이 광야에다 끌어내어 죽이려는 것입니까? 우리를 이집트에서 끌어내어, 여기서 이런 일을 당하게 하다니,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드십니까? 12이집트에 있을 때에, 우리가 이미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광야에 나가서 죽는 것보다 이집트 사람을 섬기는 것이 더 나으니, 우리가 이집트 사람을 섬기게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출16:10~12)」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원망할 수밖에 없는 건, 두려움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습하며 살 수 없는 인생 마디마다 두려움이 솟습니다. 저에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나름의 소신으로 실험적인 목회를 하지만,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떠나지 않습니다. 저에겐 두려움이 미안함으로 연결됩니다. 저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이룬 성도들에게 미안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원망은, 없습니다. 원망하면 그래도 덜 힘들 거 같아요. 원망하는 것보다 미안한 게 더 힘들지 싶습니다.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돌이킬 수도 없는 자리에서, 저는 두렵고 미안합니다.

 

두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하나님을 원망해도 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안할 수도 있구요. 두려운 시간을 맞이한 사람에게 허용되지 않을 감정이란 없습니다. 원망도 하고 미한해 하기도 하면서 다만, 한 번 더 기도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보겠습니다. 한 번 더 기도하고 조금 더 가보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가만히 서서, 주님께서 오늘 당신들을 어떻게 구원하시는지 지켜 보기만 하십시오(출14:13).」

 

개역개정 성경으로 다시 읽겠습니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바다로 앞이 막혀 있고, 군대에 뒤를 쫓기는데, ‘가만히 서서 보라’ 하십니다. 무얼 하기보다 가만히 있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두려울 때, 원망이 솟을 때입니다.

 

얼핏 가만히 서 있는 건 위험할 거 같습니다. 끊임없이 경쟁하게 되는 정글 같은 세상에서 가만히 서 있는 건 위험해 보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정글 같은 곳일수록 가만히 있는 게 안전하다고 합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적에게 노출되지 않으니까요. 정글에선 잠을 잘 때보다 사냥하거나 이동할 때 상위 포식자에게 먹힐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가만히 잠을 자는 동물이 정글에선 오히려 안전합니다.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앞을 막고 있던 바다 위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바다를 밀어 올려 길을 내십니다. 바다가 땅이 됩니다. 행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단, 뒤를 돌아보면 안됩니다. 뒤를 쫓는 이집트 군대를 돌아보다간 그 두려움 때문에 영원히 그 자리에 굳어버릴 것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이집트 사로잡히기 전에 자기 연민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뒤를 쫓는 거대한 세력을 돌아다 보면 멈춰버린 시계의 바늘이 돼버립니다.

 

가만히 있되, 앞을 보아야 합니다. 앞을 막고 있는 바다를 응시해야 합니다.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은, 도무지 길이 없을 것 같은 바다를 응시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어쩔 수 없이, 멈추게 되었다면 어쩌면 은혜입니다. 몸이 아파 가던 길 멈춰서서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서서 구원을 기다려야 한다면, 분명 은혜입니다. 두려움, 원망, 미안함, 여기에 더해 억울함으로 눈물 날 때가 있습니다. 식물처럼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어, 새벽이면 이슬 맺는 때가 있습니다. 식물처럼 가만히 서 있는 때는 하나님과 동행하며 친구 되는 시간입니다. 가던 길 멈춰 서 있을 때, 옆에 있는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은혜입니다.

 

쉼 없이 달려가도 닿을까 말까 한데, 붙박여 가만히 서 있습니다. 열매를 맺어야 하는 시간이지 싶은데 내 마음과 몸엔 여전한 부끄러운 가시들 때문에 이슬만 맺습니다. 이런 나와 동행하시는 이가 있습니다. 친구 하자는 분이 계십니다. 뒤를 쫓이고 앞이 막혀 있다면, 친구를 사귈 때입니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들은 모든 것을 너희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요15:15).」

.

 

북변동 빌라 옆 놀이터에 장미가 피었습니다. 놀이터 앞에 인력사무소가 있었는데, 화장실이 없었는지 일자리 구하는 분들이 놀이터에 방뇨를 하시곤 했답니다. 거기서도 장미가 피고, 아이들이 놀기도 했습니다. 하늘이 비를 내려주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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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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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빛나리다 | 작성시간 22.07.31 그분의 행하심을 믿고, 기다립니다..
    우리의 도우심이요, 내 발의 반석이신 그분만 믿고 따라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31 거기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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