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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별이 빛나는_사60:1~22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2.12.04|조회수130 목록 댓글 2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지만, 진실이 이야기에 담겨 있다. 진실이 담긴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따라 걷다보면 역사가 된다. 아름다운 동방박사 이야기를 소개한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낙타를 타고 별을 따라 길을 나섰다. 하늘 위 별을 보다가 땅을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낙타가 독사에 물려 죽고 만다. 하는 수 없이 한 사람은 길에 남고 두 사람만 낙타를 타고 별을 따라갔는데, 중간에 별이 사라져버렸다. 두 사람도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어 갔던 길을 되짚어 왔더니, 남겨진 사람은 오도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였다.

 

그제야 셋은 번갈아가며 낙타를 타고 별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두 사람이 낙타를 타고 한 사람은 걷다가, 걷던 사람이 낙타를 타면 낙타를 타던 사람 중 하나는 걸으며, 번갈아 낙타를 타고 견마잡이 하며 길을 함께 간 것이다. 그렇게 세 사람이 낙타 두 마리를 나눠 타고 길을 가자 별이 다시 나타났다. 이렇게 결국 동방박사 세 사람은 베들레헴에 닿았고 아기 예수를 만났다고 한다. 성서에 소개된 동방박사 에피소드에 없는, 사실이 아님에 분명한 이야기지만 아름답다. 사실이 아니라 역사가 아니지만, 이 아름다운 이야기엔 역사를 창조하는 진실이 담겨있다. 

밀레, 별이 빛나는 밤 Starry Night, between circa 1850 and circa 1865, 65.4×81.3cm, Yale University Art Gallery

 

별을 보고 가다가도 갑자기 별이 사라져버릴 때가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만 쳐다보면, 내 옆 사람을 잃어버린다. 옆 사람을 잃어버리면 별도 사라져버린다. 별이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이 여전히 함께 있는지 보라. 함께 걷던 사람이 옆에 없다면, 별은 더 이상 빛을 내지 않는다. 별은 반사체여서, 내 옆 사람이 비추는 빛을 반사한다.

 

별을 보고 가다가 빛이 사라져버렸다면, 뒤돌아 되짚어오다보면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만날 것이다.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의 짐을 내 낙타에 싣고, 번갈아 타며  견마잡이 하다보면 다시 별은 빛을 낼 것이다.

 

함께 걸어야 별이 보인다. 앞만 보면 길을 잃는다. 길을 잃어버리는 까닭은 사람을 놓쳤기 때문이다. 길을 잃었을 땐 사람을 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찾으면, 하늘에 별도 다시 나타난다. 

 

바빌로니아 포로가 되었다가 페르시아에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라 빛을 비추라고 하신다. 빛이 되어 앞서 광야를 지나 폐허에 새나라를 세우라 하신다. 그 빛을 보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거라 하신다.

 

예루살렘아, 일어나서 빛을 비추어라.

구원의 빛이 너에게 비치었으며, 주님의 영광이 아침 해처럼 너의 위에 떠올랐다.

어둠이 땅을 덮으며, 짙은 어둠이 민족들을 덮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너의 위에는 주님께서 아침 해처럼 떠오르시며,

그의 영광이 너의 위에 나타날 것이다.

이방 나라들이 너의 빛을 보고 찾아오고,

뭇 왕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보고,

너에게로 올 것이다.

_이사야 60:1~3

 

성벽이 파괴되고 성전은 무너져 버린 폐허 예루살렘으로 사람들이 도대체 왜 몰려든다는 것일까. 강이 흐르지 않는 모리아산에 세워진 작은 도시로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려 한다는 것일까.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근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불안정한 도시로 사람들이 모여들 거라는 예언은 허망하지 않은가.

 

폐허로 사람들이 몰려들 이유는 빛이 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에 집도 짓고 밭도 일구던 사람들이, 안정보다 자유를 바라 광야를 지나온 사람들이 뿜어내는 빛이 있기 때문에,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는 게 이사야의 예언이다. 빛은 함께 걷는 사람들이 서로 얼굴일 비춰줄 때 일어나는 심리 현상이다. 빛은 뒤에 남겨진 사람들을 다시 만났을  때 하늘마저 환해지는 신비한 현상이다. 저마다 사정이 있어 낙오된 사람들을 살피며, 짐을 나누고, 겨드랑이에 어깨 넣고, 탈 것을 내주며, 함께 걸을 때, 밤 하늘 별도 빛을 비춘다. 함께 걷는 사람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영화 '자산어보'에 나오는 대사다. "홍어 가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가는 길은 가오리가 안다" 홍어 가는 길을 홍어가 알고, 가오리 가는 길을 가오리가 안다면, 사람 가는 길은 사람이 안다. 사람이 길을 잃어버리는 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시 사람이 되는 것, 그게 구원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제 길을 가는 것, 그게 영생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다시 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

_요한복음 3:3

 

밤을 지나가다 별이 보이지 않아 길을 잃어버렸다면, 사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사람을 기억하고,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을 때 길은 다시 열린다. 사람은 독립해선 살 수 없다. 사람은 연립해야 산다.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연립하는 때에 하나님나라를 본다. 길이 보이지 않는

 

밤, 함께 걸을 때 별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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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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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빛나리다 | 작성시간 22.12.04 함께 걷는 겨울..
    그래서 조금은 따뜻한 겨울이기를 바래 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영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07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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