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도로와 골목_마7:13~20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3.02.12|조회수146 목록 댓글 0

부자되는 게 하나님의 뜻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을 잘 이행하면 부자되는 것도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부자가 되는 걸 마다하지 않겠지만, 그런 우리네 마음이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이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부자되길 바라지만, 부자되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거나,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면 부자된다고 말한다면, 저는 거짓선지자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사로잡힌 교회 안엔 거짓말하는 선지자들이 많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데 교회가 협력해 왔어서, 오늘 한국교회는 거짓선지자들을 양성하는 사관학교가 돼버렸습니다.

 

오히려 예수께선 부자를 경계하거나 책망하셨습니다. 부자가 천국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경계하셨습니다. 내일 죽을지 모르고 오늘 곳간을 확장하려는 부자를 어리석다 책망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부자에게 하신 말씀들을 기억한다면,

 

부유함이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부유함은 오히려 위험함입니다. 당연히 부자와 빈자는 우열 관계 아닙니다. 빈자라고 해서 정의로운 것도 아니지만 부자라고 해서 존경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부자이든 빈자이든, 사람의 가치와 아무 관계없습니다.

 

부자이든 빈자이든, 사람은 누구나 죄인일 뿐입니다. 부자의 우월감도 빈자의 열등감도 죄입니다. 더 부유해지려는 욕망도, 내일 생활에 대한 염려도 죄입니다. 나누지 않는 것도 도움을 거절하는 것도 죄입니다. 부자도 빈자도, 다 죄인입니다. 사람은 다 무너지기 쉬운 불쌍한 존재입니다.

 

부유함과 가난함, 그냥 아무 것도 아닙니다. 세상에 산이 있고 골짜기가 있는 것처럼, 부유한 사람이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산을 흐르던 물이 골짜기에 모입니다. 산을 흐르는 물이나 골짜기에 모이는 물이나 그 물이 그 물입니다. 하나님에겐 부자나 빈자나 그 이가 그 이입니다. 하나님에겐 그 물이 그 물이고, 그 사람이 그 사람입니다. 부자도 빈자도 가야할 길은 하나입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모든 사람에게 좁은 문으로 난 길을 가라 하십니다.

 

도로와 골목이 있습니다. 요새 신도시나 계획도시엔 골목이 없지만, 예수께서 사시던 때에도 사람들 모여 사는 데엔 도회지엔 도로가 있고 골목이 있습니다. 도로는 지배자가 만든 길입니다. 로마 황제가 제국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반란을 제압하려 만든 길이 도로입니다. 왕들이 신민들을 통치하기 위해 만든 길이 도로입니다. 황제나 왕이 목적을 갖고 만든 도로와 달리, 의도하지 않게 생긴 길이 골목입니다. 골목은 도로 주변 사람들 사는 집과 집 사이에 오가는 통로입니다. 연이어 지어진 집들을 따라 사람과 사람, 도로와 주거지를 통하게 하는 길이 골목입니다. 작정하고 만들었다기 집에 만들어지니 저절로 생긴 게 골목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 황제나 장군이 통과하던 개선문에서 로마 궁으로 이어진 길이 도로였습니다. 이 도로가 제국 전역에 연결되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나왔구요. 예수께선 황제와 장군이 지나던 넓은 문과 도로를 경계하십니다.

 

 

출처: 2011.6.26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그림/최호철

 

예수께선 좁은 문으로 다니라 하십니다. 좁은 문이라면, 평범한 사람들이 물려 사는 동네에 굽어지고 휘어진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들어가보지 않으면 뚫린 길인지, 막다른 목인지 예측할 수 없는 좁은 길이 골목입니다. 좁은 문으로 지나가라는 건 이런 골목 좌우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라는 것, 그 사람들 사이에 살라는 것, 그렇게 살며 사랑하며 배우라는 뜻입니다.

 

도로에 다니는 게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출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 시설에 수용되어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사람들, 성인이 되어도 원가족을 떠나 독립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께선 도록에 다니는 게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 곁에 천국 문이 있다고 선언하십니다. 도로가 있지만, 도로를 걷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도로에 초대받지 않는 사람들 사는 데에 좁게 난 길, 골목을 오가는 게 예수의 뜻입니다.

 

곳간을 더 확장하고 싶은 부자는 천국 가는 길에 들지 못합니다. 생활의 염려에 눌린 빈자도 천국 가는 길에 들지 못합니다. 부자는 걷고 싶지 않고 빈자는 걸을 힘이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다 죄인입니다. 모든 사람은 죄인입니다. 사람은 다 불쌍합니다. 불쌍한 우리 부자에게, 불쌍한 우리 빈자에게, 모두에게 햇빛을 비추시듯 하나님의 은혜가 임합니다.

 

이미 가득한 곳간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오늘까지 지내왔다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은혜를 기억하겠습니다. 은혜가 넘치는 부자는 곳간을 비우겠습니다, 은혜가 넉넉한 빈자는 염려를 버리겠습니다. 곳간을 비운 사자와 염려를 버린 어린 양이 나란히 골목을 걷는 나라,

 

천국, 더 좋은 나라, 어서 오소서. 천국 오는 좁은 길이 우리 갈 길입니다.

 

글/ 민들레교회 김영준 목사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